Book Column – 먼나라 이웃나라

– 구슬을 꿰어 목걸이를 만드는 기쁨 –

우리는 다른 나라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습니다. 다른 나라 ‘외국’은 배우고 가보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기도 하고, 흥미롭고 궁금한 탐험의 대상이기도 하고, 돈을 쓰거나 벌게 해주는 무역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없던 살림마저 1950년에 발발한 6.25 전쟁으로 다 날려버린 대한민국 국민에게 외국은 한동안 배워야하는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식량도 충분하지 않았던 시기에 전후 세대들은 미국으로부터 들어온 분유, 밀가루로 배를 채우고, 극장에서 로마의 휴일, 자이안트, 쿼바디스, 벤허 같은 영화를 보며 서양문화에 대한 동경을 키워 나갔습니다.

60~70년대 산업화와 수출 경제 시절에는 외국의 기술을 배우고, 바이어들의 맘에 들기 위해 매너를 갖추는 차원에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해야만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미국, 일본 등으로 이민도 많이 가고, 미국으로 유학 갔다가 더 비젼이 있는 그 나라에 정착해 버리는 일이 흔한 시절이었죠. ‘저금리, 저유가, 저달러’ 소위 3저 호황이라 불리는 단군 이래 최대 경제 호황 시기가 있었던 80년대에는 경제적 도약과 함께, 86 아시안 게임, 88 올림픽 같은 세계적인 행사도 성공적으로 치루며 세계에 한국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시기였습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1989년 1월 1일부터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루어졌습니다.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에는 연령제한, 예치금 등이 있었다고 하니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조차 힘드네요. 이때부터 동남아 효도 팩키지 여행, 대학생들의 배낭여행 등이 점점 일반화 되며 외국이 흥미로운 탐험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1991년 냉전 종식이 선언되면서 전세계는 ‘세계화’의 시대를 살게 되었고, 이제 어떤 기업이던지 수입을 하건 수출을 하건 외국의 구매자와 생산자를 고려하지 않고 구매, 생산, 판매 계획을 세우기 어렵게 되었죠. 이렇듯 좋든 싫든 간에 우리는 외국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중학생이던 시절에 만나 세계사와 세계 지리 과목 시간에 자신감을 심어주었고, 대학생때 유럽 배낭여행 가기전에 다시 읽고 여행 준비와 계획, 여행중 문화 유산 이해에 많은 도움을 받았던 이원복 교수님이 쓴 학습만화 ‘먼나라 이웃나라’라는 책을 소개합니다.

제가 처음 읽었을 때(1990년)에는 프랑스, 영국,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이탈리아 6개국이 1 set로 구성되었었는데, 이후 일본, 우리나라, 미국, 에스파냐 등이 점점 추가 되고, 세상의 변화와 함께 내용이 점점 개정되어 현재 최신본은 총 24권으로 구성된 2024년 10월판 < 시대를 넘어, 세대를 넘어 먼나라 이웃나라 >입니다.

유럽 선진국 6개국을 다룬 초판이 나올 당시(1987년)는 우리나라가 대만, 홍콩,싱가폴과 함께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리며 개발도상국의 모범생으로, 배고픔 단계를 벗어나 꿈에 그리던 선진국을 향해 ‘닥돌(닥치고 돌격)’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국주의 시대의 주인공으로 세계를 호령했던 영국, 프랑스의 역사를 읽으며 부러운 마음이 저절로 들고, 세계 1,2차 세계 대전을 시작하고, 패전후에도 ‘라인강의 기적’을 이루며 경제 선진국으로 우뚝섰으며, 우리와 똑같이 서독, 동독으로 분단된 나라로서 통일의 문제를 현명하게 풀고 있던 독일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이 뛰었죠. 지금 돌아보면 네덜란드 편이 가장 신선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작은 나라가 영국, 프랑스 등과 어깨를 겨누며 선진국 대접을 받는다는 사실이 신기했었고, 당시 소국(?)이었던 대한민국에게 영국, 프랑스 보다 더 현실적인 선진국 모델이란 ‘느낌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어른이 되어 취직을 했는데, 국내 영업사원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세계화의 물결에 휩쓸려 해외영업팀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신입사원때 주거래처가 홍콩, 싱가폴, 베트남이었고 이후 남미, 중동, 인도, 말레이시아, 미얀마, 아프리카 등 다양한 국가들을 상대로 영업을 할때 이원복 교수님이 먼나라 이웃나라의 자매편으로 출간한 <가로세로 세계사> 가 바이어들과의 깊은 관계를 맺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동남아, 발칸반도, 중동의 역사를 다룬 책이 흔치 않은데 이원복 교수님이 쉽고 재미있게 잘 정리하여 역사책의 틈새 시장을 잘 공략하신것 같습니다.

2024년 판에서는 <가로세로 세계사>의 국가들이 < 먼나라 이웃나라 > 시리즈에 모두 포함되었고, 요즘 그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터키, 러시아, 인도 까지 총 24권으로 구성 되어 있습니다. 출판후 지금까지 약 40년의 시간 동안 ‘먼나라 이웃나라’에 추가되는 국가들이, 선진국이 되기 위한 배움의 대상에서, 더 많은 부를 창출하기 위한 탐험의 대상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이 가슴을 웅장하게 합니다. 추후 북유럽, 아프리카, 동유럽 편도 추가 예정이라고 하니, 1946년생이신 이원복 교수님이 계속 건강을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성인이 된후 <가로세로 세계사>를 나라들이 추가될 때마다 읽었을 뿐, <먼나라 이웃나라> 본편은 잊고 지냈는데 딸아이 보여주려고 산 <먼나라 이웃나라> set를 제가 1권 네덜란드 편부터 정주행을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쓴 책인데, 평소 보통 이상의 역사 지식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제가, 지금 봐도 새로운 지식을 얻으며,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역사적 사건들의 상관 관계를 깨달으며 (가령 영국의 청교도 혁명, 명예 혁명이 산업 혁명에 끼친 영향 ) 마치 보석들을 엮어 목걸이를 만드는 듯한 기쁨을 얻게 됩니다. 어린 시절에 봤던 만화 영화 ‘은하철도 999’를 성인이 되어 다시 볼때 느끼는 감동과 비슷합니다. ‘이걸 초등학생이 보라고 만들었다니!’. 1 set 사놓고 거실에 놓아두면 오빠, 동생, 엄마, 아빠가 함께 세계사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는 명품 학습만화입니다. 세계화 시대, 많은 가정의 필독서가 되길 바랍니다.

장연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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