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Column – 정신분석 강의 (지그문트 프로이트)

– 심리학의 원조집 –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상식들은 애초부터 상식이 아니었습니다. 상식이 상식이 되기 위해서 겪었던 많은 사람들의 고난과 고생, 노력을 현재의 우리는 쉽게 잊고 살고 있습니다. 1600년에 ‘지구가 돈다’라고 말했다가 종교재판후에 화형을 당한 이탈리아의 철학자 ‘조르다노 브루노’, 스스로 발명한 망원경으로 ‘지구가 돈다’라는 사실을 증명했으나 종교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가택연금 상태에서 생을 마감한 ‘갈릴래오 갈릴레이’의 이야기는 상식이 상식이 되는 것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점에서 꾸준히 팔리는 책 장르 중 하나가 심리학 분야입니다. ‘서른살의 심리학’, ‘직장의 심리학’, ‘연애의 심리학’, ‘협상의 심리학’ 등 마음이 흔들거리는 타겟 독자층의 시선을 딱 잡아끄는 제목의 이런저런 심리학 책들이 지금도 서점을 가득채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상식이 되어버린 무의식, 자아, 방어기제, 트라우마, 나르시시즘이란 말들이 처음 나왔을때 얼마나 많은 비판과 비난을 받았는지 지금의 우리는 잘 알 수가 없습니다. 학교에서는 당연히 배워야 하는 과목이 되었고, 방송에서, 책에서, 일상에서 너무 익숙하게 들어 모르면 약간 챙피한 이 말들이 상식이 된 배경에는 ‘지그문트 프로이트’라는 심리학의 황제의 고난과 역경이 있었음을 알려주는, 어떤 분야를 새롭게 개척한다는 것에 얼마나 많은 노력과 집요함과 강철맨탈이 필요한 일인지를 알려주는 <정신분석강의>라는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정신분석강의>는 1916~17년 그러니까 세계 1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될때 프로이트가 오스트리아 빈의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어서 출판한 책입니다. 프로이트의 일생을 정리한 연보를 빼도 640페이지에 달하는 ‘벽돌책’입니다. 이 책의 영향력은 찰스다윈의 <진화론>과 어깨를 나란히 할정도로 대단합니다. 약 170년 전에 쓰여진 <진화론>이 ‘인간’의 족보를 바꾸었다면, 110년전에 쓰여진 정신분석강의는 ‘인간’ 자체를 바꾸어 버린 책입니다.

그때까지의 인간이 ‘이성의 지배를 받는 인간’이었다면 이후의 인간은 ‘무의식과 욕망의 지배를 받는 인간’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인간에게는 의식 이외에 망각되고 억압된 기억이 존재하는 무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선언하여 ‘무의식’의 개념을 널리 알렸고, ‘꿈의 해석과 자유연상’을 통한 현대적 심리치료 방식을 소개하였고, 말과 행동을 다르게 하는 원인 뒤에 있는’욕망을 이성으로 포장하는 원리’를 체계적으로 밝힘으로써, 인간의 행동 뒤에 ‘욕망’이 있음을 인정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책이 발표 되었을때 사람들은 어리둥절함과 모욕감,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이보다 60년전에 찰스다윈의 <진화론>이 인간을 ‘신의 모습에 따라 만들어진 선택된 존재’에서 ‘운이 좋아 지능이 높아진 원숭이’로 만들어 세상의 비난과 조롱을 받았다면, 프로이트는 인간을 ‘진리와 진실에 근거하여 최선의 선택을 하는 지성인’에서 ‘자기가 기억도 못하는 무의식과 말로 내뱉거나 생각만 해도 부끄러운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어린아이’로 격하시켰다는 비난과 조롱을 받았습니다.

책의 초반에서 프로이트가 설명하듯이 심리학은 ‘보이지 않고 증명할 수 없는 마음과 꿈’을 다룬 학문이었기에, 이 책이 발표 되었을때 이 책을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과학적이지 않고, 증명이 없다’고 비난하였고, 보수적인 입장의 사람들은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하는 소수의 사람들로부터 시작된 심리학의 씨앗은, 사람으로는 칼융, 알프레드 아들러를 거치며 더 크게 성장했고, 지역적으로는 유럽 대륙, 영국, 미국을 거쳐 전세계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과학적으로 증명하기는 어려웠지만, ‘자기 자신’에게 이 이론을 적용해보라는 프로이트의 권유는 사람들에게 ‘믿음’을 심어주었고, 무엇보다 이 이론을 적용했을 때 환자가 ‘치료’가 되는 것을 체험한 사람들에 의해 ‘마음의 병’에 대한 주류 치료법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이책을 읽는 내내, 프로이트가 자신이 발견한 심리학 이론에 대해 얼마나 많은 비판과 조롱을 받았는지 생생한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무의식, 꿈, 트라우마, 저항과 억압, 발달과 퇴행, 전이, 분석 요법 등 하나하나의 이론을 설명할 때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예상되는 비판과 비난을 조목조목 나열하며, 또한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성의 시대에 사람의 마음은 이성적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한 선각자로서 얼마나 외롭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발견한 신세계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으로서 얼마나 고독했을지 이 책을 읽다보면 절실하게 느낄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우리가 어렸을때 꿈꾸었던 ‘훌륭한 사람’이란 공부를 잘해서 안정된 직장에서 착실히 캐리어를 키워나가며 자신의 입지를 다지고, 자신에게 도움되는 사람에게는 간과 쓸개를 내어주고,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사람에게는 독을 타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만한 업적을 이루어 부모님과 형제 자매, 나때문에 고생한 집사람, 스무살까지 아빠의 운명과 함께하는 금쪽같은 내새끼에게 자랑스러운 그런 사람이 되는게 우리가 꿈꾸었던 ‘훌륭한 사람’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어느덧 중년이 되어, 세상의 풍파에 휘말리며 더 이상 훌륭한 사람이 되는 꿈을 기억조차 못하는 입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세상을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를 설레게 하고,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잊었던 꿈을 상기시켜 줍니다. 여전히 훌륭한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줍니다. 이 책은 저에게 그런 책이었습니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챗GPT, 제미나이, 구글 검색만 해봐도 5분이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줍니다. 이번 컬럼에서 우리 삶에 도움이 될만한 프로이트의 이론을 소개할수도 있었지만,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남과 다른 길을 걷는 사람이 겪는 불안과 고독,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선각자의 마음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우리중 과반수, 아니 80% 이상의 사람들이 지금은 생계를 위해, 가족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 박사처럼 살아가고 있을지라도 가끔은 우리가 어릴때 꾸었던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지금은 무의식속에 잠자고 있는 꿈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그런 꿈과 희망을 가지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장연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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