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Column – 2026년 세계대전망

– 예측과 통제 –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미래에도 사람들은 미래를 궁금해 했고, 궁금해 할 것입니다. 어렸을 때 커서 뭐가 될 지를 미리 알 수 있었다면, 그 수많은 학원, 지루한 학교에서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누구와 결혼할지 알았다면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그 인연들을 만나며 감정을 낭비하지 않았을 겁니다.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임원이 될지 안 될지를 알 수 있었다면 그렇게 건강과 가족과의 시간까지 희생하며 코뚜레를 맨 소처럼 일하지 않고, 이른 시기부터 인생 2막을 착실히 준비할 수 있었을 겁니다. 어떤 아파트 가격이 오를지, 어떤 주식이 떡상할지 , 다음주 로또 번호를 미리 알 수 있었다면, 아니 단지 30초후의 룰렛에서 공이 떨어지는 자리만 알 수 있었다면 그 능력을 갖춘 상당수의 사람들은 어렵지 않게 부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몇 살에 세상을 떠날지 알 수 있다면, ‘중요한 일’의 목록이 바뀔 것입니다. 설마 1년후에 세상을 떠나는 것을 알고나서도, 회사 책상에서 밤을 새우며 내년도 사업계획서를 쓰거나, 자정까지 거래처 접대에 임하고, 10년후에 100만불이 될 수도 있다는 어떤 코인에 투자하는 일에 소중한 시간을 쓸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옛부터 미래를 알기 위해, 그리고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날씨를 알기 위해 밤하늘을 유심히 관찰했고, 운명을 알기 위해 점을 보고, 인간 관계를 알기 위해 관상과 궁합을 보고, 수명을 알기 위해 손금을 봤습니다. 금을 만들어 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사람들 덕분에 화학이 시작되었고, 불로불사약을 만들어 영생을 꿈꾸던 사람들 덕분에 의학이 발달했습니다. 예측과 통제는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짓는 가장 큰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의 권위있는 경제잡지인 ‘이코노미스트’지는 매년 12월 초에 다음해 ‘세계 대전망’을 발행합니다. 올해 2026년 세계대전망이 40번째 책이라고 하니 오랜 전통을 가진 경제전망서입니다. 저는 2000년대 중반 첫 해외 출장때 인천공항에서 처음 사본 후 (지루한 비행기 여행에서 읽기 딱 좋은 책입니다.) 필요에 따라 몇 년에 한번씩 사보고 있습니다. 1부는 리더스(세계 정치), 비즈니스, 금융, 과학&기술, 문화라는 주제별로 구성이 되어 있고, 2부는 미국, 유럽, 영국, 미주, 중동&아프리카, 아시아, 중국이라는 국가별, 대륙별 전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부 끝에는 국가별 GDP 및 간략한 주요 전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해외영업팀에서 근무하며 동남아시아 및 베트남 관련 업무를 맡았던 담당자 입장에서 보고서 쓸 때 거기에 나오는 숫자를 자주 참고했습니다.

신입사원 시절에는 이 책이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라 읽고 나면 머리속에 남는것이 많이 없고(특히 주식이나 투자에 관심이 없던 시절에는 실질적으로 절반 이상이 쓸데 없는 내용으로 다가왔죠), 이 책의 저자들이라고 해도 노스트라다무스나 토정 이지함 선생 같은 전문 예언가가 아니다보니, 세계가 이들이 말한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으로 깨닫고, 두껍고 글자도 작은 이 책을 읽는 것에 회의를 느끼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2010년 12월 17일에 (발행일 후 약 2주후) 튀니지에서 시작되어 세계를 뒤흔든 아랍의 봄, 2013년 3월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2020년 초에 발생한 코로나 팬데믹 같은 세계 경제와 정치, 문화를 뒤흔든 사건들을 예측하는데는 실패했습니다. 최근의 사례만 들어도 2024년말의 한국의 계엄, 2025년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 2026년 3월 현재 이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벌이는 작전(전쟁?)을 이 책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빨간펜을 들고 신입사원이 밤새 작성한 보고서에 X자를 찍찍 그으며 비아냥대는 선배사원의 태도로 이 책을 읽고 싶지 않습니다.

회사에서 연말 사업회의때 전년도 사업결과에 대해 윗사람이 비판하는 일만큼 쉬운일은 없습니다. 세상에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쓰는 경제 대전망도 이렇게 틀리는 일이 적지 않은데, 어찌 일개 회사원이 있는 머리 없는 머리 짜내고, 자신의 입지를 고려한 의욕과 윗사람의 눈치까지 보며 작성한 사업계획서가 그 내용대로 흘러갈 수 있을까요? 이 책은 그런 빨간펜 정신보다는 ‘예언’과’전망’이라는 것이 필연적으로 틀릴 수 밖에 없다는 열린 마음으로, 미래보다는 현재의 위치를 제대로 읽는 마음으로 읽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논리적으로 보아도, 이 책이 맞는 전망을 했을때에도, 이 책을 읽고 사람들이 대비하여 미래가 바뀔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랜 세월 이 책을 읽어온 저의 ‘세계 대전망’ 독서 방법입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세상이 워낙 불규칙하게 돌아가다 보니, 올해에는 불안한 마음을 달래보고자, 토정비결을 읽는 기분으로 ‘2026년 세계 대전망’을 읽게 되었습니다. 역시 가장 큰 이슈는 얌체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입니다. 카드 게임의 ‘조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계신것 같습니다. 미국을 포함한 유럽의 선진국 정부는 점점 더 쌓여가는 국가부채 때문에 더 이상 약자와 개발 도상국들을 배려할 여유가 없습니다. 중국은 ‘통’과 갈등을 겪고 있는 No.2 의 입장입니다.

영화 ‘친구’의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준석이가 하와이에 갈지, 동수가 하와이에 갈지 상택이 같이 공부만하는 친구들은 눈치만 보며 지켜보고 있습니다. 덩치 큰 순둥이로만 알았던 인도가 착실히 돈을 벌고 있고, 공부는 못하지만 싸움 실력만큼은 누구 못지 않은 전설의 주먹 ‘러시아’는 혼란한 틈새에서 잊혀졌던 존재감을 계속 부각하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뒷자리에 앉아 있는 키 큰 학생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키워가고, 나름 역할을 잘하고 있던 UN이라는 학급회의에서 나오는 의견들이 잘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습니다. 앞자리와 중간 자리에 앉아 있는 친구들이 옛날처럼 공부만 하기보다는 시간을 내어 특공무술, 합기도, 태권도장에 등록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2026년 세계 대전망을 읽고 느끼는 소회입니다.

이 책의 끝자락에 있는 이란 편에 나와 있는 예측이 눈에 뜁니다. ‘주목할 점 : 절대적인 신뢰, 최고 지도자 자리가 공석이 될 경우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가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 책에서는 연로한 하메네이의 자연사를 고려한 것이었겠지만, 올해의 세계 대전망은 토정비결 같은 신비로움을 줍니다. 이 책을 읽건 읽지 않건, 세계는 세계의 방향대로 흘러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역시, 나 역시 크건 작건 세계의 한 조각임을 인식하고, 그 흐름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고, 또한 나와 우리의 노력에 따라 그 흐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현재 나와 우리의 위치를 나름 공신력 있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인식해본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본다면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세상속에서 자신의 좌표를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장연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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