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Column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

– 구원으로서의 직업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 5개를 꼽아 보겠습니다. 첫번째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모나리자, 밀로의 비너스는 루브르의 자랑이죠. 두번째는 런던의 대영박물관입니다.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열쇄가 되었던 로제타 스톤, 아시리아의 날개달린 황소(Lamassu) 등의 유명한 소장품들을 갖고 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경당의 천장화, 라오콘 군상을 소장한 바티칸 박물관을 세번째로 꼽는데도 큰 이견은 없을 것 같습니다. 4대, 5대가 문제인데 뉴욕의 메트로 폴리탄 박물관, 타이페이의 고궁 박물관, 샹트페테르 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국력, 소장품수, 예술성, 관람자수 등 다양한 기준으로 치열한 경합을 벌입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현재 세계 최고의 도시 뉴욕에 있다는 점, 200만점 이상의 소장품, 이집트의 덴두르 신전 및 피터르 브뤼헬의 <추수하는 사람들> 같은 걸작들을 소장하고, 연간 약 600만명의 방문객이 방문한다는 점에서 4번째 박물관으로 꼽는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많은 이들이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박물관까지 쳐서 5대 박물관으로 꼽는데, 타이페이 고궁 박물관 매니아로서, 5대 박물관 리스트를 결론 내리는것이 저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는 위에 언급한 6개의 박물관 중 메트로 폴리탄 박물관과, 에르미타주 박물관만 아직 방문하지 못한 박물관 애호가인데, 저를 위 6개의 박물관중 어느 곳에 내려 놓아도 적어도 한달은 밖에 나오지 않고 지낼 자신이 있습니다.

박물관에서의 한달간의 감금 생활이라니… 생각만 해도 황홀합니다. 하지만 사회생활 하는 사람으로서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기도 하죠. 해외여행을 가면 그 국가의 유명 박물관 방문은 반드시 일정에 있으나, 반나절 혹은 하루 이상 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입니다. 아름다운 예술 작품도 좋지만, 4박 5일 이란 시간 동안 맛있는 것도 먹어야 하고, 쇼핑도 해야하고, 사진 찍기 좋은 명소에도 가봐야 합니다. 이렇듯 예술이란 우리 삶에서 15% 이상의 시간을 차지하기 어려운 존재 입니다.

‘패트릭 브링리’라는 저자는 대학 졸업후 세계 최고의 교양잡지라 할 수 있는 <더 뉴요커> 지에서 3년간 일하다가, 친형의 죽음을 계기로 불만족스러웠던 직업을 그만두고,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근무를 시작합니다. 겉보기에는 화려하나 다소 가식적이고 내면적 성취감을 주지 못했던 잡지사에서의 일을 그만두는 것은 약간의 용기만 있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더구나 가까운 가족 구성원의 죽음 같은 ‘커다란 일’은 어린 나이의 저자에게 삶을 되돌아 보게 하는 충분한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최소한 ‘ 인생은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만큼 길지 않다’ 라는 교훈 정도는 충분히 주었을 겁니다.

저자는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 일을 하면서, 하루 8시간에서 12시간까지 자기가 배치된 공간의 미술작품을 하루 종일 관람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합니다. 그리고, 유명한 작가의 작품 원본과 세계 각지에서 수집된 각양 각색의 조형물 들의 원본을 지켜보며 나름의 예술을 보는 안목을 갈고 닦습니다. 그는 일종의 ‘프로 관람객’이라 불릴 수 있는데, ‘가진게 시간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예술작품과 수많은 대화를 나눈 그’가 전하는 예술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귀담아 들을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그는 소위 유명한 그림을 볼 때, 우선 ‘있는 그대로 그 작품을 바라보고, 작품이 말을 걸때까지 기다리라’고 권하는데, 미술 작품을 볼때에도 마치 시험 공부를 하듯이, 예를 들어 ‘바로크 미술의 완성을 보여주는 작품’ 식의 설명을 들어야만 만족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예술 작품은 인류 전체에게 주어진 선물이고, 박물관이라는 통로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어느 박물관에 내가 좋아하는 작품 OOO이 있어. 이번 주말에 그 아이를 만나러 갈려고 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이런 분은 최소한 인생이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책을 열었을때는 미술관 경비원의 시각으로 바라본 ‘박물관 및 명작 소개서’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데, 책은 전혀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처음에 왜 ‘미술책’에 이렇게 자기와 가족 얘기를 많이 하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그것은 바로 이책이 ‘수필’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책을 절반 이상 읽고 알았습니다. 이 책은 <All the beauty in the world :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 이란 원제를 가진 예술과 가족, 인생에 대한 수필입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메트로 폴리탄 박물관과 그곳에 소장된 아름 운 예술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박물관에서 우리 눈에 띄지 않는 존재인 ( 그림을 훔쳐갈 생각을 하고 있는 관람객이 아니라면!) 박물관 경비원들의 업무 내역 및 고충, 장단점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부터 나오지만 박물관 경비원 일은 젊은 사람이 오랫동안 할 일은 아니라고 저자를 포함, 저자 주변의 모든 사람들도 입을 모아 이야기합니다.2016년 일본의 아쿠타가와 상 수상 소설인 <편의점 인간> 속에 나오는 36살까지 편의점의 ‘훌륭한’ 직원으로 살고 있는 주인공 같은 느낌도 줍니다.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쉽게 들어가서 쉽게 그만둘 수 있는 일을 아주 오랫동안 만족스럽게 하다가, 가족 부양을 위해 경제적 수입이 더 필요해진 10년후에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난다는 이야기입니다. 꿈에 그리던 첫 직장의 실체를 알아버리고 난 후의 실망감, 가장 가까운 이를 잃는 상실감으로 인해 저자에게 필요했던 것은 ‘구원’이었을 겁니다. 저자에게는 좀 이른 나이에 오기는 했지만, 살다보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순간’이 누구에게나 한두번씩은 오게 마련입니다. 구원이란 ‘천국으로 올라가는 것’이라기 보다는 ‘지옥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메트로 폴리탄의 경비원이란 직업은 저자에게 구원의 기회였고, 그는 절실하게 그 역할을 수행했고, 그는 그 경험을 엮어 한편의 수필집을 내었고, 그 책은 40주 동안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게 됩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라는 말은 ‘직업에 귀천이 있다’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말입니다. 사실 나이가 들 수록 경제적인 면에서의 수입, 사회적인 면에의 지위를 고려하여 더 좋은 ‘직업’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손에 쥔 것을 스스로 내려 놓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킬러가 보낸 독사에 의해 고통 속에서 원치 않는 죽음을 맞는 ‘라오콘 군상’ 같은 순간은 인생에서 반드시 옵니다. 그럴때면 독사와 죽기살기로 싸우기 보다는 박물관이나 도서관으로 잠시 피신을 하는 것도 올바른 전략적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먹고살수 있는 방법은 많고, 닫힌문이 꼭 막다른 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하나의 문이 닫혀야 새로운 문이 열릴 수 있다는 인생의 교훈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장연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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