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Column –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한국에 들릴때마다 광화문의 교보문고에 들립니다. 어렸을때는 엄청나게 많은 책을 공짜로 볼수 있다는 생각에 지하철 1호선 종각역 근처에 있었던 종로 서적에 자주 갔습니다. 쭈그려 앉아 ‘새책’을 한없이 읽다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서점 주인에게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을 반반씩 갖고 밖으로 나오곤 했습니다. 돈을 버는 어른이 되고 보니, 책보다 싼 여가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1권이면 하루를 꼬박 보낼 수 있는데, 시내에서 누굴 만나 밥 한끼 먹어도 책 1권 값보다 많이 나옵니다. 서울 곳곳에 있는 중고 서점 알라딘에 있는 책들은 대부분이 서울시내 커피숍의 커피 2잔 값보다 쌉니다.

굳이 책을 살 필요도 없습니다. 동네 동사무소(제가 오디세우스처럼 이국을 떠돌던 시간동안 동사무소는 주민센터로, 다시 행정복지센터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저는 동사무소라는 말이 익숙합니다.) 에 있는 도서관만 가도 1년은 족히 읽을 좋은 책들이 가득합니다. 갑자기 대형 서점에서 시간을 때우던 청소년 시절이 억울해지네요. 전자책으로 신간을 보고, 온라인으로 쉽고 싸게 책을 살 수 있는 시대에도 바쁜 일정을 쪼개 대형 서점에 들리는 이유는 베스트셀러 코너와 각 분야 매대에서 밀고 있는 책을 직접 눈으로 보고, 조금씩 읽어보며 독서 트랜드를 생생히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갔던 서점에서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니체’의 원전을 주석과 함께 편집한 <위버맨쉬 : 어나니머스 번역> 같은 책들이었고, 지금도 < 니체의 초월자 : 김철 > 같은 책들이 여전히 베스트셀러 목록에 있는 것이 확인됩니다.
그때 ‘아니 요즘 세상에 니체라니, 이건 실존주의를 추종하던 70~80년대 우울한 대학생들이나 읽던 철지난 철학이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문득 젊은 시절 무심코 지나쳤던 니체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니체 강의 : 이수영> 라는 동사무소에 있던 책을 충동적으로 빌려 감명깊게 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니체 철학의 최고 정수로 꼽히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앞으로 읽을 독서 목록에 넣었고, 최근에 맘먹고 한번 읽었습니다.

원래 ‘짜라투스트라’는 고대 페르시아의 예언자이자 철학자로 조로아스터교(배화교)의 창시자입니다. 고대 페르시아의 국교였던 조로아스터교는 세계를 선한 신인 ‘아후라 마즈다’와 악의 신 ‘앙그라 마이뉴’ 간의 대립하는 공간으로 설정하여 선과 악이라는 이원론적 세계관을 가진 종교의 원조로 인정받습니다. 종교학에서는 바빌론 유수를 겪고 페르시아의 키루스 대제(고레스 2세)의 해방에 의해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으로 되돌아갔던 시기를 전후로 유대교에 천사와 악마 같은 선악, 이원론적 사상이 유입 되었고 훗날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교리형성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말합니다.

빛의 현실적 상징인 불을 숭배하는 조로아스터교는 마니교를 낳고, 마니교는 실크로드를 거쳐 중국(당나라, 송나라 시대)에 유입되어 명교(배화교)로 불리었고, 김용의 위대한 무협소설 <의천도룡기>에서 주인공 장무기는 명교의 지하 석실에서 명교 최고의 무술 ‘건곤대나이 심법’을 익혀 무림최고 고수의 자리에 올라갑니다. 건곤대나이 심법의 최고 비법은 ‘반사’입니다. 상대의 공격을 그대로 반사시켜 되치기하는 기술이 있어, 이론상 어떤 강자도 건곤대나이를 이길 수 없습니다. 대신 이것을 익히는데 수십년 이상이 걸리고, 중간에 잘못되면 ‘주화입마’에 빠져 폐인이 될 수 있는 난해한 무공인데, 주인공은 ‘구양신공’을 미리 익혀 엄청난 내공을 소유한 상태라 속성으로 건곤대나이 심법을 완성합니다. 주인공은 참 편리하죠? 공교롭게도 니체의 철학이 이 건곤대나이 심법과 비슷한데, 기존의 모든 가치를 반사시켜 파괴하는 철학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니체를 ‘망치를 든 철학자’라고도 부릅니다.

니체는 자신의 자서전 <이사람을 보라>에서 짜라투스트라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도덕과 선악의 이분법을 처음 만든 당사자에게 그것을 스스로 부수게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소크라테스에게 ‘너 자신을 알라’, 데카르트에게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명언이 따라다니듯이, 니체 하면 가장 먼저 생각 나는 말이 ‘신은 죽었다’라는 말인데, 이 책이 바로 그말을 유명하게 만든 책입니다. 그럼 니체는 왜 선악 이분법적 도덕과 신의 종말을 선언했을까요? 니체(1844~1900)가 살았던 시기는 계몽시대를 거쳐 산업혁명이 최고조를 이루었던 시기로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전통적 기독교적 가치관과 권위가 흔들리던 대전환기였습니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듯이 니체가 신을 죽인게 아니라, 니체는 신이 권위를 잃어가는 세상에서 혼돈에 빠진 사람들이 허무주의에 빠져들어 길을 잃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철학자로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쓴것입니다.

그의 사후 곧 통제가 안되는 국가간 경쟁에 의해 세계 1,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역사를 돌아보면 대철학자로서 그의 진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니체는 우리에게 ‘초인’이 될것을 요청했는데, 초인이란 ‘허무주의와 삶의 고통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스스로 자기 삶의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 과거의 자신, 안주하려는 자신을 끊임없이 극복해 나가는 인간상’을 의미합니다. 삶의 태도로는 ‘아모르파티 (운명애 : 자신의 운명의 사랑하는 태도)’를 제시했는데 니체의 두번째 유명한 명언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가 바로 그런 태도를 한마디로 요약한 말입니다.

10년간 산속에서 수련을 마친 예언자 짜라투스트라가 산에서 내려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전합니다. 각각 약 20편씩을 담은 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편을 통해 결혼, 성직자, 전쟁, 왕, 죽음, 자유, 자기 극복 등 삶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각 편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말로 마무리 됩니다. 세상엔 한눈에 쏙쏙 들어오는 친절한 책과 읽어도 무슨말인지 잘 모르는 불친절한 책이 있는데, 이 책은 불친절한 책의 거의 끝판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기존의 (2026년 현재 읽더라도!) 상식을 뒤집는 오만불손한 발상과 거침없고 확신에 찬 독설이 횡설수설 화법으로 첫편부터 마지막 편까지 일관되게 이어지는 이 책은 나름의 독서광인 저조차 묘한 끌림 반, 나머지 반은 오기로 겨우 읽은 책입니다.

산에서 화살로 잡은 멧돼지를 굽지도 않고 손으로 뜯어먹는 기분이었습니다. 예습을 통해 그의 선한 의도를 알고 있었기에 좋게 좋게 해석하며 읽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인생에서 만났던 몇몇 독설가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고함과 상처주는 말로 저를 심하게 트레이닝 하셨던 (그분의 경우 저는 아직도 다 저 잘 되라고 그래셨던 것으로 진심으로 믿고 있기는 합니다만, 하하!) 존경하던 상사분 한 분과 고등학교때 기독교 서클 선교부장과 설전을 벌였던 독설가 친구 홍**이도 떠올랐습니다. 선교부장이 급우들에게 창조론을 설명하는 중에 홍**이가 ‘공룡은 뭐냐?’고 과학적 질문을 던졌습니다. 고민하던 선교부장은 공룡의 멸종의 원인이 다른 동물을 괴롭히는 나쁜 동물이라 노아가 방주에 태우지 않았다고 나름 흡족한 설명을 했는데, 홍**이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럼 사자는 왜 태웠냐?’ 하고 카운터를 날려 선교부장이 거의 울기 직전까지 갔던 기억이 갑자기 되살아났습니다.

두 독설가 모두 맞는 말을 했지만 주변으로부터 사랑받지는 못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아직 니체라는 ‘건곤대나이 심법’을 익히기에는 내공이 턱없이 부족함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나마 몇 갑자 쌓은 내공으로 ‘주화입마’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20대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얼마나 큰 멘붕이 왔을지 생각만 해도 후덜덜 합니다. 학문적으로 철학을 전공하는 철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니체는 원전보다, 주석이 달린 입문서로 시작하시는 것을 여러분께 권합니다.

니체의 ‘초인’과 ‘아모르파티(운명애)’, 이 두개의 개념만 우리 삶에서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당당한 성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함을 인정하고, 스스로의 기준을 갖고 위로 올라가고자 과거의 나와 끊임없이 싸우고, 고통을 자기의 성장 에너지로 쓸수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성장 속에서 인생의 의미와 행복을 충분히 찾으며, 인생을 흥미로운 모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옛날 농담인데, 신도 이런 말씀을 하셨답니다. ‘니체도 죽었다’

장연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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