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뇌를 지키는 달리기 –
운동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안하는 것이 운동이라는 것도 누구나 알고 있죠. 작년에 저에게 인생에 전환점이 되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무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은 상태가 되었고 뭔가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에 무작정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높아진 체중 때문에 뛰게 되면 한쪽 발목이 아픈 상태라 달리기는 생각도 못했고, 아파트 헬스장에 있는 실내 자전거를 슬글슬금 타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저의 팁인데, 핸드폰으로 ‘생로병사의 비밀’ 같은 프로그램을 보거나 들으면서 운동하면, 삶에 대한 욕망이 운동의 지루함을 이겨내는 놀라운 경험을 하실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다 2달후 한참 운동에 재미를 붙일 무렵, 한국에 잠깐 들어 갔는데 실내 자전거를 탈 수 없는 상황이라, 어쩔수 없이 밤중에 동네 공원을 천천히 뛰어봤습니다.
오랫동안 아팠던 발목이 걱정되었는데, 30분을 뛰어도 신기하게 통증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에 다시 돌아왔을 때부터 매일 아침 달리기를 했습니다. 발목 통증이 도질까 걱정되어 천천히 뛰었습니다. 달리기를 한참 하다 보니 유튜브에서 신발에 대한 검색도 많이 해서 발목 뒤틀림을 막아주는 ‘안정화’ 계열의 신발도 몇개 샀고, 속도도 조금씩 올리며 계속 달렸습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포레스트 검프처럼 매일 달렸던 것 같습니다. 먹는 음식의 양과 자주 먹던 술을 줄였습니다.
매달 2~3 kg 씩 빠졌고 7개월쯤 되니 13kg이 빠지더군요. 작년말 받았던 건강검진에서는 매년 높게 나오던 고지혈증 수치가 정상 수치로 내려왔습니다. 달리기를 하며 달리기와 관련된 유튜브도 많이 들었는데, 그때 알고리즘의 인연으로 알게 된 분이 이책의 저자 서울대 재활의학과 정세희 교수였습니다.
정세희 교수는 ‘달리는 의사’로 유명합니다. 이 책을 출판할 무렵(2024) 이미 20년차 러너였고, 국내 각종 마라톤 대회는 물론 세계 6대 마라톤 대회 (보스턴, 뉴욕, 런던, 로테르담, 시카고, 도쿄)의 하나인 보스턴 마라톤 대회 완주 기록도 보유한 달리기 매니아입니다. 달리기 2년차인 저는 작년에 달리기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몇년전부터 이미 한국에서 달리기 열풍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달리기 열풍이 불면서 그전부터 오랜 기간 달리며 달리기 사랑을 사람들에게 전파해온 정세희 교수님도 러너들 사이에서 재조명되며 이미 엄청난 유명인이 되신 분이란것도 알게 되었죠. 달리는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부상’인데 이 분은 러너이면서 무려 서울대 재활의학과 교수이기까지 하니, 러너들 입장에서는 거의 ‘아테네 여신’의 위치에 계신 분입니다.
달리기와 관련된 이분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이 ‘숨차게 달려라’였습니다. 이 책에서도 ‘걷기’에 대해 ‘수학 시험을 앞두고 구구단을 2시간 외우고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라고 표현했는데, 건강에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숨차게 달리기’를 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시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걷기는, 물론 안하는 것보다 낫지만, 유의미한 건강 효과를 위해서는 느리더라도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로 뛰어야 한다는 것이 정세희 교수의 결론입니다.
유의미한 건강 효과란 무엇일까요? 물론 저도 살을 빼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고 유의미한 체중감소와 고지혈증 수치를 낮추기는 했지만, 정세희 교수가 사람들에게 달리기를 권하는데는 더 큰 목표가 있습니다. 정세희 교수는 재활의학과에서도 뇌질환과 뇌신경 재활 진료를 전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의사생활을 시작하면서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하니, 정세희 교수는 20년간 뇌졸, 파킨슨병, 치매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뇌질환과 달리기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을 해왔고, 그녀는 달리기가 뇌를 건강하게 한다고, 달리면 뇌가 건강해진다고, 살은 덤으로 빠진다고 말합니다. 정세희 교수는 뇌질환과 관련된 환자의 평균 나이는 60~70대지만, 40~50대 환자를 만나는 것도 특별한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본인이 만난 대부분의 40대~50대 뇌질환 환자들은 뇌졸중을 겪고 난 후에야 본인이 당뇨, 고혈압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거나, 건강검진 등을 통해 알고 있었더라도 식단 조절이나 약을 먹는 일, 금연, 절주를 미루었던 분들이라고 말합니다.
안타깝게도 한번 손상된 뇌는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고, 그리고 두번, 세번째 병원을 방문했을때는 부분 마비, 반신 마비, 전신 마비의 길을 걷게 된다고 의사로서 냉정하고, 명확하게 얘기해 줍니다. 그래서 뇌는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달리기는 뇌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운동의 하나라고 말합니다. 뇌는 혈관과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고, 뇌졸중은결국 혈관에 쌓인 당분과 콜레스테롤 찌꺼기인 혈전으로 인해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발생하고, 치매는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beta)라는 단백질이 뇌속에 축적되면서 발생합니다. 숨이차고 땀이날 정도의 달리기 운동은 혈관 청소를 해주고, 뇌속에 축적되는 아밀로이드 베타의 배출을 돕기 때문에 뇌질환을 예방해준다는 것이 뇌질환 전문 정세희 교수의 조언입니다.
뇌질환을 이미 겪은 분들도 달리기, 혹은 숨이 차고 땀이 나는 운동을 통해 신체 기능 회복(손상된 뇌세포는 재생할 수 없습니다) 및 뇌질환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일만큼 두려워지는게 ‘치매’라는 질병인데, 그것을 예방 및 늦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집안에 치매환자가 있는 유전적 소인이 있더라도, 달리기와 운동은 보통사람보다 그 유전자의 발현을 늦춰줄수 있다는 내용도 이 책에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그것에 대해 쓴 책을 보는 일은 매우 즐겁고 그것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조차 자연스럽게 영향력을 받게 됩니다. 우주를 사랑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그렇고, 몰입(Flow) 전도사 미하일 칙센트 마이어의 ‘몰입의 즐거움’, 역사학자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 같은 책은 독자에게 지식을 넘어, 삶의 태도, 진로까지 바꿀 정도의 힘이 있습니다. 서울대 재활의학과 교수이자 서울 보라매 병원 재활의학과 과장인 정세희 교수의 달리기와 뇌건강에 대한 책 <길위의 뇌>는 잔잔하면서, 에너지가 넘치고,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오히려 달리기를 하지 않는 분에게 일독을 권하는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작년 달리기 하면서 들었던 유명 의사 선생님(서울대 내분비대사내과 조영민 교수)의 비만 탈출 비법하나를 전하면서 글을 마칩니다.
‘운동화와 작은 밥그릇’
장연 – 칼럼리스트
씬짜오가 함께 운영합니다 — 베트남 살이 실전노트 비자·환전·교통 실전 정보·vnkorlife 업소록·구인·부동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