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인전 읽기 –
독서에도 생애 주기가 있습니다. 어렸을때는 동화, 요약된 세계문학과 함께 김유신 장군, 퀴리부인, 우장춘 박사, 안중근 의사, 나폴레옹, 심지어 바보 온달 장군(결혼해 보니 이 분이 진짜 성공한 위인이란 생각도 들긴 합니다.) 같은 국내외 위인들에 대한 책을 많이 읽습니다.
스스로 책을 고를 수 있는 청소년기가 되면 무협지, 로맨스 소설 같은 환상적인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고, 공부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수험생이 되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책과 멀어지죠. 20대때는 갑자기 주어진 자유에 당황해하며, ‘인생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것인가’하는 철학적 고민을 해결해 주는 책을 잠깐 읽다가, 회사에 들어가면서 ‘마케팅 비법’, ‘해외 영업 달인되기’, ‘회계 천재가 된 x대리’ 같은 경제 경영 실용서를 자주 봅니다.
업무가 좀 손에 익은 과장님이나 차부장님이 되면 ‘인간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고통과 회의감을 극복하기 위해 심리학, 처세, 종교에 대한 책을 찾아 읽으며 마음 다스리기를 시도합니다. 독서 생애주기를 요약하자면 꿈과 이상과 환상의 세계에서 현실,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 관심의 세계가 점점 좁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훌륭한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 쓴 책을 읽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및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인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2020년 (한국 2021년)에 발표한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이란 책입니다. 얼마전 알게된 지인분에게 깜짝 선물로 받은 ‘귀인’ 같은 책입니다. 제프 베조스는 1964년 1월생이니 현재 나이 62세, 이 책을 출간했을때는 56세였네요. 1994년도 아마존을 창업했을때 그의 나이는 30살이었습니다. 지금 제 주변의 물건들 ( 노트북, 마우스, 가방, 휴대용 충전기…)의 절반 이상이 온라인 쇼핑으로 구매한 물건이란 것을 감안할때 그는 ‘세상을 바꾼 위인’임에 틀림 없습니다. 1955년생으로 2011년에 5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애플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바꾸었던 스티브 잡스의 업적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위인임에 틀림 없습니다.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전기공학과 컴퓨터 공학을 공부한 제프 베조스는 뉴욕시의 금융회사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다가 1994년 당시 신기술이었던 인터넷을 통해 책을 파는 ‘세계 최대의 서점’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당시 그의 생각을 들었던 그의 사장님은 ‘ 정말 좋은 생각이네. 그런데 자네처럼 이미 좋은 직장을 가진 사람이 아닌 이들에게 더 좋은 아이디어가 될 것 같군’ 이라고 하시며 그에게 직장에 남기를 설득하셨다고 합니다. 그 때 그는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퇴사와 아마존 창업을 강행하였습니다. ‘ 80세가 되었을때 나는 이 선택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본인도 자신의 아이디어의 성공 확률이 통계적으로 10%(당시 스타트업 성공율), 긍정적으로 봤을때도 30%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열정을 따랐고, 10명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서적 판매를 넘어 ‘세상 모든 것을 파는 가게’라는 다음 목표를 실천했고, 2026년 현재 전세계에 150만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단순히 외형만 큰 회사가 아니라 아마존은 2007년 ‘킨들’이라는 전자책 기기를 통해 전자책 시장을 대중화하고 상업적으로 성공 시켰으며, 클라우딩 컴퓨터를 대중화 시켜 수많은 스타트업과 IT회사들에게 저비용 서버 인프라를 공급하고 있으며, 인공지능과 첨단로봇을 이용해 세계 최고의 물류 자동화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시작과 성장 역사를 보는 것 자체가 ‘혁신’의 모범 사례이고, 그 과정에서 있었던 의사결정과정들에 대해 본인의 입으로 담담히 이야기하는 이 책은 지금 어떤 규모의 회사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도 실제적인 ‘영감’을 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프 베조스라는 거인이 우리들에게 직접 들려준 몇가지 조언을 함께 나눠봅니다.
‘저는 80세가 되었을때 인생에서 후회할 일을 최소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후회하는 일은 대개 자신이 빠뜨린 일, 시도해 보지 않은 것, 걷지 않은 길입니다.’
‘우리가 발명한 수없이 많은 특별한 것들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큰 성공들은 수천개의 실패한 실험들을 만회합니다.’
‘고위 임원들은 어떤 일을 하고 보수를 받을까요? 소수의 질 높은 결정을 내리는 일입니다. 제 경우에는 하루에 세 개의 좋은 결정을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인재들을 떠나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의사결정의 속도를 아주 느리게 만드는 것이 한 예죠. 자신의 일을 완수할 수 없는 조직에 훌륭한 인재가 왜 남겠습니까?’

바쁜 일상에서 주어지는 일을 처리하는데 온 에너지를 집중하다 보면 갸날픈 두 손으로 5개의 유리공을 돌려야 하는 광대처럼 공만 쳐다 보는 삶을 살게 됩니다. 어느새 공을 깨뜨리지 않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되어 버리는 거죠. 물론 공을 제대로 못돌려 깨진공을 보고 울고 있는 다른 광대들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삼을 수도 있지만, 내가 제자리에서 공에만 집중하는 사이 주변 풍경과 세상의 변화를 못보고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94년 베조스가 인터넷으로 책을 팔겠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을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 보면 우스운 얘기지만,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 스마트폰, 유튜브, 페이스북, 전기차, 비트코인, GPU, AI, 로봇 등 새로운 기술과 인프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 XX가 무엇인가요?’라고 말할때 이미 기존 산업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판을 만들어냈고, 같은 일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입니다. 현실과 자기 자신을 어느정도 알아버린 나이에 위인전을 읽는다는 것은 ‘성공한 동창들이 나온다고 하는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가는 것과 같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안나가면 마음은 편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으로 남을 수 있고, 나가면 이런 저런 얘기는 들으며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얻을 수도 있지만 나도 모르게 초라해 질 수도 있는 그런 일이지요. 여하튼 저는 오랜만에 위인전을 읽고 큰 영감을 얻었습니다. 선택은 여러분에게!
장연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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