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정장애를 돌아봅니다 –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꼽자면 심장과 뇌 사이에서 잠깐 고민을 하겠지만, 심장이 뛰고 있다는 가정을 한다면 단연코 뇌를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국 우리 개개인의 성공이 좌우되기 때문이죠. 배운 것을 많이 기억하는 것이 학생때의 성공을 좌우하고, 가르쳐 주는 것을 빨리 습득하고, 주변 사람들 분위기 파악을 잘하는 것이 사회생활 시작할때의 성공을 좌우합니다. 나이가 조금 들고, 일정 경험이 쌓이면 변화를 빨리 받아들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분위기를 이끌며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이 환영받고 사회적 성공을 거둘수 있습니다.
유전적 요인이든, 건강 관리의 문제이든 간에 뇌에 문제가 생기면 인간은 온전한 사고를 못하게 되고, 자기 몸을 스스로 가눌수 없는 안타까운 신세가 됩니다. 우리가 ‘마음’이라 부르는 정체불명의 감정도 결국 뇌안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이라는 것이 현대 과학에 의해 점점 증명되고 있으니 뇌는 단연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19세기 말에 뇌가 신경세포인 ‘뉴런’의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발견되면서부터 기초가 형성된 뇌과학은, 1970~1980년대에 CT, PET, MRI 라는 뇌영상을 찍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1990년대에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장비가 개발되며서 사람이 생각을 하거나 감정을 느낄때 활성화 되는 뇌의 특정 부위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합니다.
현재의 ‘뇌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연구 결과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fMRI 촬영결과를 과학적 근거로 제시하고 있으니, 126년전에 <꿈의해석>이란 책을 발표하여 사람의 마음을 설명했지만, 그것을 증명할 길이 없어 비과학적이라 비난받고, 때로는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던 프로이트 선생의 시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내에도 유명한 뇌과학자들이 있는데,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과학자는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인 정재승 교수, 궁금한 뇌연구소 대표 장동선 박사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열두 발자국>이란 책은 정재승 교수가 2018년에 발표하고 2023년에 개정판을 내었던 국내 뇌과학계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입니다.
정재승 교수는 톡특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경기과학고를 나왔습니다. 제가 서울 혜화동에 고등학교를 다닐때 길건너편에 서울과학고가 있었습니다. 아침시간에 등교를 하며 길거너편에 등교하는 과학고 학생들 ( 하나같이 바둑의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같은 아우라를 풍겼습니다!)을 바라보며 ‘도대체 저 아이들은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라는 의문을 품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어린시절의 의문이 하나 풀렸네요. 양자역학과 입자 물리학의 거장 리차드 파인만을 동경하던 정재승 소년은 카이스트에서 착실히 정통 물리학자의 길을 걷다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학문’을 공부하는 것에 회의를 느끼던 중에 ‘카오스(복잡계 물리학)’이론을 접하고 당시 시작하고 있던 새로운 학문의 개척자가 되는 선택을 합니다. 용의 꼬리가 되기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는 길을 선택한 것이죠.
26세, 예일대학교 유학시절 자신의 여자친구가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학문에 대해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워 그녀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과학책을 한권 쓰게 됩니다. 2001년 출판된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는 과학을 대중 교양의 영역으로 옮겨 놓았다고 평가받고, 수많은 학생들에게 과학자의 꿈을 심어주었다고 합니다. 1980년에 출판된 칼세이건의 <코스모스>가 미국의 수많은 아이들에게 과학자의 꿈을 심어주었던 일이, 정재승 교수에 의해 2001년의 대한민국에서 재현된 것 같습니다. 정작 정재승 교수는 자신이 칼세이건처럼 ‘대중 과학자’가 되어 자신의 연구성과가 평가절하되는 일을 우려했다고 이책에서 고백하지만 , 결과적으로 그는 한국의 ‘칼세이건’이 되어 버린것 같습니다. 그가 연구하는 ‘셀 수없이 많은 요소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 내는 결과를 연구’하는 복잡게 물리학처럼, 그의 인생도 노력과 의지와 돌발변수에 의해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갔던것 같습니다.
이 책에 나온 2018년 1월 18일 유시민 작가와 정재승 교수의 비트코인 논쟁 일화도 재미있습니다. <JTBC 뉴스룸 긴급 토론 ‘가상통화,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에서 정재승 교수는 블록체인 신기술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신세계라고 주장했는데, 당시 비트코인 가격이 1만불이었으니 (2026년 10월 현재 8만불 상당) 당시 정재승 교수의 말을 귀담아 들었던 몇몇은 부자가 되었을 수도 있겠네요.
복잡계 물리학은 날씨, 주가, 교통흐름, 생태계 먹이사슬 등 수많은 요소들이 상호작용하는 결과를 예측하는데 쓰이는데, 인간의 몸에서 가장 복잡한 뇌의 신경망 구조를 연구하는데도 쓰입니다. 자연스럽게 그는 뇌과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의사결정 신경과학’이 그의 전공 분야입니다. ‘열두발자국’이란 책의 제목처럼 이책은 열두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가 실제 삶에서 고민하는 의사결정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뇌과학자의 입장, 통계적인 입장에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줍니다. 의사결정의 타이밍에 대해선 70%의 확신이 있으면 실행하라고 조언해 주는데 ‘결정장애’를 겪는 이들에게 좋은 조언이 될것 같습니다.
인생에서 겪는 ‘결핍’이 어떻게 성장 동력이 되는지, 반대로 어떻게 세상을 보는 눈을 좁게 만들어 주는지에 대한 그의 분석은 뭔가 하나씩은 부족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성찰하는데 도움을 줄거란 생각이 듭니다. 습관의 고리를 끊는 것이 왜 어려운지, 어떻게 새로운 습관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주는데, ‘담배 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암에 걸리는 것이다’라는 명쾌한 설명에는 이마를 딱하고 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뇌를 연구한 결과가 그대로 반영되는 ‘인공지능’에 대한 통찰,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비젼도 여전히 유효한 내용입니다. 성공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위험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주장도 제 주변 사람들을 돌아봤을때 내심 설득력 있는 주장이었습니다.

저는 가끔 제가 학교 다닐때 과학 공부를 조금만 더 열심히 했다면, 지금의 내 인생이 더 나아졌을 수도 있었다라는 때늦은 후회를 할때가 있습니다. 실제로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과학적 성과가 개인의 부, 기업의 성공,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시대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을 우리 일상에 가깝게 소개해주는 정재승 교수 같은 작가는 귀한 사람입니다. 낮은 비용/저위험으로 빠르게 쫓아가 성공하는 ‘팔로어(Follwer)’에게 떨어지는 콩고물이, 고비용/고위험으로 먼저 영역을 차지한 리더에 비해 노골적으로 점점 적어지는 세상으로 우리는 가고 있습니다. 승자독식 체제, 빈부격차의 확대라는 사회적 현상에 대면한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해법은 학습능력 향상, 창의성의 발휘, 적시에 하는 의사결정, 결정한 바를 추진하기, 변화에 맞춰 실패를 수정하는 능력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매일 이고 다니는 ‘뇌’의 도움과 활용이 너무나 절실합니다. 자신의 뇌를 보다 적절히 사용하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장연 –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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