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간 8만 개 폐점, 인구 300명당 식당 1개의 포화
쇼핑몰에서 자주보는 프렌차이즈들이 사라지고 있다. 특히 자주 가던 Manhwa라는 훠궈집이 어느 날 사라졌다. 몇 달 뒤에는 즐겨 찾던 카페가 문을 닫았다. 호찌민 교민이라면 최근 한 번쯤 겪었을 일이다. 자연스레 드는 생각. “장사가 안 되나 보네.”
절반만 맞는 얘기다. 지금 베트남 F&B(외식·음료)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개별 가게의 실패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구조조정이다. 그리고 그 구조조정의 한복판에 있는 기업은, 역설적이게도 현금 1000억 동을 쌓아둔 업계 1위다.
2년간 8만 개가 사라졌다
숫자부터 보자. iPOS.vn의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에만 전국에서 3만 개 매장이 문을 닫았다. 2023년 대비 3.9% 감소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25년 상반기에 5만 개 이상이 추가로 사라졌다. 2025년 6월 30일 기준 전국 외식업 매장은 29만9900개로, 2024년 대비 7.1% 줄었다.
주목할 것은 어디서 줄었느냐다. 하노이와 호찌민이 나란히 11% 넘게 감소했다. 2024년 상반기에는 폐점이 호찌민에 집중됐지만, 2025년에는 하노이까지 번졌다. 두 대도시가 동시에 두 자릿수로 빠진 것이다.
업계는 이를 ‘탄록(thanh lọc·정화)’이라 부른다. 1차는 2024년 상반기, 2차는 2025년 상반기였다.

인구 300명당 식당 하나
왜 이렇게 됐나. 근본 원인은 포화다.
베트남의 F&B 매장은 32만3010개(+1.8%)에 달해 동남아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시장이 됐다. 인구 300명당 매장 하나꼴이다. 문제는 그 매장들이 서로 닮았다는 점이다. Q&Me 조사에 따르면 신규 오픈 브랜드의 72%가 경쟁사 메뉴를 그대로 복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이 뜨거워질수록 브랜드가 정체성을 잃는 역설이 벌어진 것이다. 비용 압박도 거세다. 업계 조사에서 69.38%가 원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전기·수도·인건비는 2024년 12~15% 올랐다. 여기에 전자세금계산서 의무화 등 규제 부담이 겹쳤다.
내부 관리도 취약하다. 매장의 35%가 관리 부실로 식재료 원가의 18~25%를 흘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기, 해산물, 커피처럼 단가가 높은 품목에서 새는 돈이다. 소비자 쪽 변화도 결정적이다. 지갑이 닫힌 게 아니라, 눈이 밝아졌다. 2025년 하반기 조사에서 응답자의 54% 이상이 F&B 지출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구매력 자체는 남아 있다는 뜻이다. 다만 손님이 훨씬 ‘정신 차리고’ 선별하기 시작했다.
7000동에서 6만9000동에 이르는 초저가 경쟁이 업계를 강타한 것도 이 흐름과 맞물린다. 전문가들은 이 ‘초절약(siêu tiết kiệm) 시대’가 시장 저변을 넓히는 동시에 서민 식당을 위협한다고 본다. 어정쩡한 중간 가격대가 가장 위태롭다는 얘기다. 대형 브랜드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맥도날드(McDonald’s)는 호찌민 팜응우라오(Phạm Ngũ Lão)의 비싼 자리를 정리했다. 베트남 성장의 견인차로 기대받던 매장이었다. 2025년 F&B 랭킹에서는 KFC가 3년 연속 1위를 지킨 반면, 푹롱(Phúc Long)과 더커피하우스(The Coffee House)는 뒤처졌다.

중국 300만 개, 한국 20년 만의 최다
이것은 베트남만의 일이 아니다.
RFA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2024년 말부터 2025년 초 사이 300만 곳에 가까운 식당과 카페가 영업을 중단했다. 업계 전문가조차 놀란 규모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코리아헤럴드는 2025년 폐업 식당 수가 근 2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통계청 자료에서 F&B 사업체 폐업률은 전년 대비 20% 가까이 올랐고, 개인이 운영하는 소형 식당이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한국 교민들이 베트남에서 느끼는 위기감이 한국의 그것과 닮아 있다면, 우연이 아니다.
1000억 동을 쌓아두고 문을 닫는 기업
이제 골든게이트(Golden Gate) 이야기를 할 차례다.
킷치킷치(Kichi Kichi), 고기하우스(Gogi House), 만와(Manwah), 스모BBQ(Sumo BBQ), 후통(Hutong), 부부젤라(Vuvuzela)를 거느린 베트남 최대 외식 기업이다. 40개 가까운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2026년 6월, 만와가 하노이 타이하(Thái Hà)와 레타이또(Lê Thái Tổ) 매장을 닫았다. 알짜 입지였다. 만와 측은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여기서 이상한 점이 있다. 골든게이트는 돈이 없어서 닫은 게 아니다. 현금 및 은행예금 1000억 동 이상, 매출 약 7조7000억 동, 세후이익 214억 동을 기록한 회사다.
한쪽에는 수천억 동의 현금이, 다른 한쪽에는 하나둘 닫히는 매장이 있다. 베트남 최대 F&B 제국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확장이 답이 아니다, 답은 최적화다
답은 ‘단계의 전환’이다.
과거 골든게이트의 전략은 명확했다. 매장을 더 열고, 자리를 더 차지하고, 점유율을 더 넓히는 것. 경영진에게 던져진 가장 큰 질문은 “올해 몇 개나 더 열 수 있나”였다.
지금은 질문이 바뀌었다. 만와의 알짜 입지 철수는 단순한 운영 결정이 아니다. 골든게이트가 기업 생애주기에서 완전히 다른 국면, 즉 확장이 아닌 최적화 단계로 진입했다는 신호다.
이제 이 회사가 좇는 것은 매장 수 최대화가 아니라 자본 효율이다. 회사가 작을 때는 매장을 늘리는 것이 곧 성장이었지만, 전국에 수백 개 점포를 거느린 지금은 신규 출점이든 폐점이든 하나하나가 냉혹한 재무 계산이 된다.
좋은 입지가 반드시 효율적인 입지는 아니다. 손님이 많은 매장이 반드시 매력적인 이익을 내는 것도 아니다. 유명한 브랜드가 빠르게 변하는 소비 환경에서 계속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목 좋은 자리의 매장을 닫는 것이 쇠퇴의 신호가 아니라 경영진의 냉정함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우려 신호도 분명하다.
골든게이트의 이익 추이를 보자. 2021년 코로나 직격탄으로 창사 이래 첫 적자(-431억 동)를 냈다. 2022년에는 약 659억 동으로 사상 최고 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3년 매출이 6조2880억 동으로 10% 가까이 줄며 매출·이익이 동시에 꺾였다. 그리고 2025년 이익은 214억 동이었다.
2022년 659억에서 2025년 214억. 3년 만에 3분의 1 토막이다. 적자는 아니지만 수익성은 확연히 나빠졌다.
2023년의 한 장면이 상징적이다. 그해 골든게이트는 매장을 506개로 늘려 사상 최다를 찍었다. 브랜드도 12개를 추가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직원은 2713명 줄어 1만7087명이 됐다. 매장은 늘리면서 사람은 줄인 것이다. 임대료는 1000억 동대, 외주 용역비 442억 동(+9.6%), 건축·수리 투자 상각 280억 동(+16%), 광고비는 64억에서 72억 동으로 뛰었다.
2025년에는 현금 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 “자원 최적화를 위해 자본 집중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유였다. 전문가들은 이를 자원 유출을 막으려는 시도로 읽었다.
진짜 문제는 “쓸 곳이 없다”
가장 뼈아픈 지적은 다른 데 있다.
1000억 동이 넘는 예금은 F&B 기업 기준으로 결코 작지 않다. 현재 금리로 계산하면 연간 수십억 동의 금융수익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덜 언급되는 현실을 드러낸다. 골든게이트는 돈은 있지만 그 돈을 효율적으로 쓸 기회를 충분히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성숙한 기업에게 돈을 버는 것은 가장 큰 도전이 아니다. 업계 정점을 찍은 뒤 다음 성장 동력을 찾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다.
골든게이트는 이미 중가 외식 시장의 주요 세그먼트를 거의 다 덮었다. 회전초밥형 훠궈, 고급 훠궈, 한식 구이, 일식 구이, 일식 전반까지. 주요 쇼핑몰마다 이 회사 브랜드가 들어가 있다.
한때 강점이었던 것이 이제 한계가 된다. 시장이 이미 다 덮였다면 성장은 더 이상 신규 출점에서 오지 않는다. 새 모델, 새 브랜드, 혹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서 와야 한다.
이것이 다오테빈(Đào Thế Vinh)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에게 놓인 압박이다. 이들은 모델을 복제해 확장하는 능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지금 국면이 요구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능력, 즉 자본 배분이다.
새 브랜드 하나를 여는 데 수백억 동이 들 수 있다. M&A 하나를 잘못하면 수년간 쌓은 성과가 지워질 수 있다. 투자 전략이 부정확하면 1000억 동이 넘는 현금이 낭비된 자원으로 전락한다.
이미 움직임은 시작됐다. 골든게이트는 더커피하우스를 인수해 매장 수를 560개 이상으로 늘렸다. 브랜드 포트폴리오도 대폭 확대됐다. 레스토랑 체인을 소유한 그룹에서 다(多)브랜드 소비 플랫폼으로 전략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대형 F&B 그룹들이 레스토랑·카페·가공식품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2025년에는 푸토(Phú Thọ)성 띠엔띠엔(Tiên Tiến) 공단에 식품 공장을 착공했다. 즉석·냉동식품 생산 시설로 2026년 중반 가동 예정이다. 560개 매장에 대한 공급 자립도를 높이고 원가를 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유럽-한식 퓨전 스테이크하우스 우마스터(WOOMASTER)도 새로 밀고 있다.
2026년 목표는 공격적이다. 매출 9조8140억 동(+27.6%), EBITDA 1조2020억 동(+64.4%), 세후이익 466억 동(+118%)이다. 다만 466억을 달성해도 2022년의 659억에는 못 미친다.

시장은 어디로 가나
시장 전체로 보면 최악은 지났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2025년 말 기준 전국 매장은 32만9500개로 2024년 대비 2.0% 늘었다. 총매출은 726조5000억 동으로 5.5% 증가했다. 성장률은 이전보다 확연히 낮지만, 베트남인의 외식 지출 수요 자체는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사 대상 기업의 65.58%가 전년 대비 매출이 유지되거나 증가했다고 답했다.
2026년 전망은 33만3600개 매장, 76조 동 매출이다.
iPOS.vn 부탄훙(Vũ Thanh Hùng) 대표는 2025년을 업계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규정한다. 그는 긍정적 측면에서 보면 베트남 F&B 시장이 더 성숙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며, 성장이 무분별한 확장이 아니라 깊이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본다. 핵심은 운영 역량, 적응력, 그리고 각 비즈니스 모델의 내구성이다.
2026년의 F&B는 더 이상 ‘경험의 게임’이 아니라 모델과 시스템, 지속가능한 관리 역량의 게임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교민 사업자에게 남는 것
자주 가던 가게가 사라지는 풍경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산업의 몰락으로 읽으면 오독이다.
숫자는 정반대를 말한다. 시장 매출은 늘고 있고, 소비자의 절반 이상은 외식 지출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그 돈이 흘러가는 곳이 달라졌을 뿐이다.
베트남에서 F&B를 하는 한국 사업자에게 이 국면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목 좋은 자리를 잡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남의 메뉴를 베끼는 것으로는 더더욱 안 된다. 원가의 20%가 새는 주방을 방치한 채로는 버틸 수 없다.
수천억 동을 손에 쥔 업계 1위조차 알짜 매장을 닫고 있다. 그것이 지금 이 시장의 온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