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 꽝응아이 리선(Lý Sơn)섬 3박 4일

한 해 베트남을 찾는 한국인은 대한민국 인구의 9% 남짓이다. 그런데 그 많은 사람이 가는 곳은 뻔하다. 부모님 모시고 가는 효도여행이면 다낭·냐짱·푸꾸옥. 모험심 있는 축이 사파(Sa Pa)까지 가고, 출장객과 사업가는 하노이와 호찌민에 머문다. 유튜버들이 뚜이호아(Tuy Hòa) 정도를 새 카드로 꺼내드는 게 최근 몇 년의 풍경이다. 베트남도 이제 웬만한 곳은 다 관광지가 됐다. 새로 갈 데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아직 남아 있는 곳이 있다. 꽝응아이(Quảng Ngãi)성 앞바다 30km 지점. 화산 다섯 개가 굳어 만들어진 섬, 리선(Lý Sơn)이다. 예로부터 ‘꿀라오 제(Cù Lao Ré)’라 불렸고, 지금은 베트남 전역이 알아주는 마늘 산지다. 그리고 그 리선에서 배를 한 번 더 갈아타야 닿는 곳에 다오베(Đảo Bé)가 있다. 이름 그대로 ‘작은 섬’. 여의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0.69㎢ 땅에 100여 가구가 산다.

이 작은 섬에 붙은 별명이 ‘베트남의 몰디브’다. 과장된 관광 문구처럼 들리지만, 바이사우(Bãi Sau) 해변에 서 보면 수긍하게 된다. 흰 모래가 옥빛 물을 감싸 안고,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리조트도 없고 호텔도 없다. 그래서 몰디브와 다르고, 그래서 다오베다.

호찌민에서 마음먹고 가야 하는 곳이다. 그리고 지금 가야 하는 곳이다. 꽝응아이성은 2030년 이후 리선에 군민 겸용 공항 건설을 검토 중이고, 공항 남측에 국제여객터미널을, 본섬과 다오베를 잇는 케이블카까지 계획하고 있다. 지금의 리선은 유한하다.

화산이 만든 섬, 마늘이 지킨 섬

리선은 2500만~3000만 년 전 형성된 화산 다섯 개의 흔적이다. 본섬(다오런, Đảo Lớn)과 다오베(안빈), 그리고 무인도 혼무꾸(Hòn Mù Cu)로 이뤄져 있다. 현재 섬에는 고대 화산 분화구 10개가 남아 있다. 본섬에 6개, 다오베에 1개, 나머지 3개는 바닷속에 잠겨 있다. 이 화산 분화구들이 담수를 가둬 섬 주민들을 먹여 살렸다. 본섬은 면적 약 10㎢에 8000명가량이 산다. 숙박과 식당, 주요 관광지가 모두 여기 몰려 있다. 화산재가 덮인 땅에서 자란 마늘은 베트남 최고로 친다. 특히 쪽이 갈라지지 않은 통마늘 ‘또이꼬돈(Tỏi Cô Đơn·외로운 마늘)’은 선물용으로 값이 제법 나간다. 2025년 행정 개편으로 리선은 ‘현(Huyện)’에서 ‘특별구(Đặc Khu)’로 지위가 바뀌었다. 관광 개발에 속도가 붙는다는 신호다.

▲  본섬 모습

가는 길 – 사끼항이 유일한 관문

리선으로 가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꽝응아이 사끼 (Sa Kỳ)항에서 배를 타는 것이다. 사끼항까지 꽝응아이 시내에서 택시나 그랩으로 20~25분. 쭈라이(Chu Lai) 공항에서는 45~50km 거리로 택시 45~60분. 다낭이나 호이안에서는 버스로 꽝응아이까지 2~3시간 이동 후 택시를 이어 타거나, 기차로 꽝응아이역에 내려 22km를 택시로 간다. 꽝응아이 버스터미널에서 사끼항까지 가는 시내버스도 있다. 30~45분 간격 운행에 요금은 2만~2만5000동으로 가장 저렴하다.

사끼항에서 리선까지 거리는 약 15해리(27~28km). 고속선으로 35~45분이면 닿는다. 현재 여러 선사가 경쟁 중이다. 시에우똑 호아빈(Siêu tốc Hòa Bình), 안빈 익스프레스(An Vĩnh Express), 수퍼 비엔동(Super Biển Đông), 수퍼2 비엔동 등 4개 선사가 고속선 7척을 운항하며, 여기에 푸꾸옥 익스프레스(Phú Quốc Express)가 하루 10편을 투입하고 있다.

요금은 유의해야 한다. 유류비 인상을 이유로 2026년 3월 14일부터 요금이 올랐다. 관광객 요금은 편도 20만7000동에서 23만7000동으로 3만 동 인상됐다.
이 중 21만5000동이 운임이고 나머지는 항만 이용료다. 리선 주민 및 공무원 요금도 18만3000동에서 20만5000동으로 올랐다. 주민과 관광객 사이에서 25km 거리에 45분 소요인 노선치고 푸꾸옥이나 푸꾸이 등 다른 국내 항로보다 비싸다는 불만이 나왔고, 응우옌 반 후이(Nguyễn Văn Huy) 리선 특별구 인민위원장은 요금 재검토를 관계 기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푸꾸옥 익스프레스 기준 사끼 출발은 7시·8시 30분·10시·12시·14시, 리선 출발은 8시 30분·10시 45분·12시 15분·14시 15분·16시다. 주말이나 성수기(3~9월)에는 증편된다. 다만 6등급 이상 강풍이나 태풍 시에는 운항이 중단된다.

챙길 것 신분증(CCCD) 또는 여권 원본이 필수다. 어린이는 출생증명서나 여권 사본이 필요하다. 무료 수하물은 15kg까지. 출항 45분 전까지 항구에 도착해야 하고, 멀미약은 승선 30분 전에 먹어야 한다. 성수기(4~8월)와 주말은 표가 동나므로 1~2주 전 예매를 권한다.

섬 안에서의 이동 전기차 대절은 1회 30만 동, 오토바이 렌털은 하루 15만 동 수준이다. 숙소에 따라 12만 동에 오토바이를 빌려주는 곳도 있다. 다만 빌린 오토바이는 리선 섬 안에서만 쓸 수 있고, 투이러이 정상까지 올라갈 계획이라면 브레이크와 등화 상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경사가 급하고 커브가 심하다.

언제 가나

4월부터 8월까지가 정답이다. 날씨가 좋고 바다가 잔잔하다.
3월부터 8월까지를 권하는 곳도 있다. 9~11월은 태풍 시즌이라 이동에 제약이 생긴다.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는 비바람이 잦으니 일정을 짤 때 감안해야 한다.
겨울에는 배가 아예 뜨지 않는 날이 있다. 섬에 갇히거나 못 들어가는 상황이 생긴다.
12월 말부터 4월까지는 또 다른 얼굴이 있다. 해안 바위에 이끼가 껴 섬이 초록빛 옷을 입는다.
해수욕은 어렵지만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

Day 1 – 화산 정상에서 섬 전체를 보다

오전 배로 들어와 숙소에 짐을 풀고 점심을 먹은 뒤 본섬 일주를 시작한다. 투이러이 (Thới Lới) 정상 본섬 최고봉이자 최대 화산으로, 해발 약 170m다. 지름 350m에 달하는 분화구는 리선 최대의 천연 담수호가 됐고, 지금도 주민 생활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물은 본섬뿐 아니라 다오베까지 공급된다.

정상에서는 섬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마늘밭, 해안 어촌, 그리고 광활한 바다. 마늘과 파밭이 색색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정상에는 높이 20m의 국기 게양대가 서 있다. 붉은 바탕에 노란 별이 박힌 국기가 펄럭이는 이곳은 베트남인들에게 해양 주권의 상징이다.

항꺼우 (Hang Câu) 투이러이 산 북동쪽, 안하이 (An Hải)면 동촌에 있다. 수천 년에 걸쳐 파도가 화산암을 깎아 만든 동굴이다. 깎아지른 현무암 절벽, 흰 모래, 맑은 물이 어우러진다. 화산 활동과 수백만 년의 침식이 함께 빚은 풍경이다. 아직 개발이 덜 돼 캠핑하기 좋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자고 일출을 맞을 수 있다.

꽁또보(Cổng Tò Vò) – 일몰 하루의 마무리는 여기다. 길이 약 20m, 정상부는 해식 지형 위 약 5m 높이이며 가장 좁은 곳의 폭은 약 2m인 천연 화산암 아치다. 해안 도로에서 바다 쪽으로 뻗어 나온 그 형상이 마치 거대한 자연의 관문 같다. 돌의 색이 시간에 따라 변한다. 아침 햇살에는 짙은 적갈색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드러나고, 해질 무렵에는 노을이 하늘과 바위를 함께 붉게 물들인다.
사진 팁 하나. 아치 안쪽에서 찍으면 역광이라 잘 안 나온다. 바다 쪽으로 조금 나가서 안쪽을 향해 찍는 편이 훨씬 낫다. 오후에는 사람이 많으니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를 노려야 한다.

쭈아항(Chùa Hang·동굴 절) 투이러이 산 북동쪽, 또보 아치 근처 산 중턱 큰 동굴 안에 있는 400년 넘은 절이다. 해안을 따라 주민들이 직접 깎아 만든 가파른 돌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한다. 절 앞에는 20m 높이 수직 절벽이 서 있고 ‘천공석사
(天空石寺)’ 라는 한자 넉 자가 새겨져 있다. 부처와 이 섬을 개척한 이들을 함께 모신다. 고목이 둘러싼 절 마당에는 바다를 향한 관음상이 서 있고, 내부에는 자연 종유석을 깎아 만든 제단과 참파(Chăm Pa) 유적이 남아 있다.

인근에는 쭈아둑(Chùa Đục)있고, 또보 남쪽으로는 화산 잔해인 지엥띠엔(Giếng Tiền) 산이 보인다. 투이러이와 지엥띠엔은 지질학적·경관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 유적으로 지정됐다.
밤에는 섬을 걷는다. 야시장과 항구 주변에 식당이 몰려 있다.

Day 2 – 다오베, 이 여행의 이유

본섬에서 카누로 10분이면 다오베에 닿는다. 배편은 하루 종일 있는 것이 아니니 시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다오베는 본섬과 다르다. 호텔도 식당다운 식당도 없고, 개발되지 않은 해변만 있다. 주민 대부분은 어업과 양식업, 공동체 관광으로 생계를 잇는다.

바이사우와 바이즈어 물빛이 옥빛을 넘어 비현실적이다. 검은 화산암과 흰 모래의 대비는 다른 베트남 해변에서 보기 어렵다. 이곳에서 산호 스노클링, SUP, 카약, 대나무 배 체험이 가능하다. 시간당 10만~15만 동 선. 투어에 포함될 경우 산호 스노클링은 1인 12만 동 수준이고, 본격 다이빙 투어는 1인 약 150만 동에 오전·오후 두 차례 입수와 점심·저녁이 포함된다.

랑빅호아(Làng Bích Họa·벽화마을) 선착장 근처 집들의 벽에 리선의 사람과 바다, 특산물을 그려 넣은 마을이다. 물빛이 유난히 맑은 ‘사랑의 다리’와 바닷바람에 시달린 퐁바(phong ba) 나무 앞이 현지 인증샷 명소다.

하룻밤을 여기서 당일치기가 가능하지만, 다오베에서 하루 자는 쪽을 권한다. 밤에만 할 수 있는 것들 때문이다. 밤 오징어 낚시, 해변 캠핑, BBQ. 텐트와 그릴을 빌려 해변에 자리를 잡으면 파도 소리를 배경 삼은 저녁이 된다. 썰물 때는 주민을 따라 나서 게와 물고기를 잡고, 잡은 것을 그 자리에서 굽는다.

숙소는 홈스테이와 작은 게스트하우스가 전부다. 리선 방갈로(Ly Son Bungalow), 사라빈(XaLaBin), 지오비엔(Gió Biển) 등이 알려져 있다. 성수기에는 미리 예약해야 한다.

Day 3 – 어부의 하루, 그리고 마늘밭

여유가 있다면 사흘째는 관광지가 아닌 삶을 본다. 새벽에 어선을 따라 나가는 체험이 가능한 곳들이 있다. 어촌을 걷고, 마늘밭을 지나고, 시장에서 흥정한다. 화산재 위에 흰 모래를 덮어 마늘을 심는 리선 특유의 농법을 직접 보면 이 섬의 삶이 조금 이해된다.
혼무꾸(Hòn Mù Cu)는 무인도라 거의 완전한 원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개인 보트를 빌려야 해서 비용이 높다. 약 120만 동 수준이다.

무엇을 먹나?

꾸아후인데(Cua Huỳnh Đế·황제게) – ‘게의 왕’으로 불린다. 살이 단단하고 달다. 다오베에서 가장 먼저 시켜야 할 메뉴다.
짜오늠(Cháo nhum) – 성게죽. 리선 대표 특산 요리다.
까따마(Cá Tà Ma) 생선으로 끓인 죽도 있다. 소박하지만 바다 맛이 진하다.
고이롱비엔(Gỏi Rong Biển) – 해초 무침. 조리는 단순한데 더운 날 몸을 식히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
고이또이논(Gỏi Tỏi Non) – 풋마늘 무침. 리선에만 있는 향토 음식이다.
옥끄(Ốc Cừ) – 작은 소라를 레몬그라스와 고추로 볶는다. 값이 싸 현지 젊은이들이 즐긴다.
짜까 리선(Chả Cá Lý Sơn) – 붉은 능성어 살로 빚은 어묵. 수작업이라 생선 맛이 그대로다.
쑤쏘아(Xu Xoa) – 해초로 만든 디저트. 우무 같은 질감에 시원하다.
뭅못낭(Mực Một Nắng) – 하루만 볕에 말린 반건조 오징어. 구워 먹는다.

기념품은 정해져 있다. 또이꼬돈이다.

반드시 챙겨야 하는 사항

지금이 관광객 없는 기회다

리선의 매력은 결핍에서 나온다. 화려한 야경이 없고, 대형 리조트가 없고, 다오베에는 편의점조차 없다. 그래서 별이 보이고 파도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이 상태가 오래 가지는 않을 듯하다. 꽝응아이성은 2030년까지 리선을 남중부 연안·떠이응우옌 지역의 해양섬 관광 중심지로 만들고 국가관광지구로 인정받아 연 40만 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2045년까지는 국제 크루즈 항로의 기항지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보행자 거리, 야시장, 바, 음악분수 광장 등 야간 경제 공간도 조성한다. 공항과 케이블카까지 들어서면 지금의 다오베는 지금의 다오베가 아니게 된다.

이미 신호가 왔다. 아고다 집계 기준 2026년 초 리선은 검색량이 두드러지게 늘어난 국내 여행지 그룹에 들었다. 호찌민에서 가려면 마음을 먹어야 한다. 비행기를 타고, 차를 타고, 배를 타고, 다시 배를 타야 한다. 그 네 단계가 지금까지 이 섬을 지켜왔다. 그리고 그 네 단계가 사라지기 전에, 한 번쯤은 봐둘 만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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