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령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기존 규정의 효력이 상실되었음에도 이를 대체할 시행령이나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국내외 기업들이 규제 공백에 따른 심각한 법적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베트남 상공회의소(VCCI)와 정부사무소 발표에 따르면 호시훙 VCCI 회장은 지난 18일 레민흥 신임 총리가 주재한 정부 상용위원회와 기업 공동체 간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새 내각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린 이번 간담회에서 호시훙 회장은 국내외 기업 및 협회로부터 수렴한 900여 건의 의견을 토대로 10개 분야, 53개 그룹의 규제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호시훙 회장은 기업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요인으로 ‘제도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구법의 효력이 끝났음에도 대체 법안이 발효되지 않거나, 법령 변경 과정에서 유연한 경과 조치가 부족해 기업들이 기존 규정을 따르자니 처리가 막히고 안 따르자니 위법으로 몰리는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부가가치세(VAT) 환급 지연으로 인한 자금 경색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거래 자체는 정상적이었으나 거래 상대방이 잠적했다는 이유로 환급이 잠정 중단돼 자금이 묶인 기업들의 사례가 보고됐다. 이 밖에도 국제 표준을 충족한 수입 화물에 대해 통관 전 검사를 장시간 요구하는 사전 심사 관행, 국가 단일창구(원스톱) 시스템의 오류로 인한 화학물질 통관 지연 및 창고 보관료 발생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투자, 계획, 토지, 건설, 환경 등 여러 부처의 규정이 중첩되어 조율되지 않는 점과 부동산 담보에만 의존하는 여신 관행도 개선 과제로 제시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급격한 토지 임대료 인상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당홍안 베트남 젊은기업가협회 회장은 칸화성과 닌투언성(통합 전) 등지에서 활동하는 회원사들이 과도한 토지 임대료 부담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 기업의 경우 토지 임대료가 2016~2020년 6억 동에서 2021~2025년 43억 동으로 오른 데 이어, 2026~2030년에는 208억 동까지 치솟아 최초 계약 대비 약 35배나 폭등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일부 기업의 토지 임대료는 순매출액의 약 50%에 육박해 관광·리조트 업계를 중심으로 한 가격 산정 주기와 비율의 안정화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녹색 금융 활성화를 위한 제안도 나왔다. 베트남 민간기업가협회 권행대행이자 BRG그룹 회장인 응우옌 티 Nga 부회장은 현재 녹색 신용 잔액이 700조 동을 돌파하며 매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으나 전체 여신의 4.3% 수준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 녹색 프로젝트 및 순환 경제에 투자하는 기업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연 2%의 재정 금리 보전 메커니즘을 구체화하고, 대기업이 중소기업 및 협동조합에 기술을 이전하고 물류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가적 국산품 공급망 프로그램’ 구축을 제안했다.
레민흥 총리는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실질적이고 강력한 행정 절차 개혁과 제도적 걸림돌 제거를 명령했다. 특히 정책 입안 과정에서 법적 공백을 남겨 기업에 혼선을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한 부처가 규제 애로사항을 해결했을 때 그 조치 내용을 모든 부처와 34개 지방자치단체에 동시 공유하여 다른 지역에서 유사한 행정 낭비가 재발하지 않도록 동시 전파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레 총리는 신설되는 모든 정책은 기업의 비용 부담과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전면 평가해야 하며, 부당한 행정 준수 비용과 물류비를 과감히 삭감해 실물 경제로 흐르는 자금줄을 확실히 열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