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개월 무료화 정책, 직접 타 보니…
지갑을 꺼낼 필요가 없어졌다. 2026년 7월 1일부터 호찌민시가 시내버스 요금을 전면 무료화하면서, 이제 누구나 공짜로 버스를 탈 수 있게 됐다. 반가운 소식이지만, 무료버스를 하루 직접 타 본 소감은 조금 복잡하다. 무료라는 매력은 분명했으나, 그보다 호찌민 버스 시스템의 ‘단점’을 더 많이 확인한 하루였기 때문이다. 이번 호 트래블에서는 무료버스의 배경과 실제 이용기, 그리고 이용 방법을 정리한다.
왜 공짜가 됐나 – 6개월 한시 무료화의 배경
호찌민시는 2026년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시내에서 운행하는 134개 버스 노선의 요금을 100% 지원한다. 정책은 두 단계로 나뉜다. 7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는 별도의 인증·신원확인 없이 누구나 무료로 탈 수 있고, 10월 1일부터 연말까지는 계속 무료이되 칩 내장 주민등록증(CCCD)이나 VNeID, 은행카드, 전자지갑, MultiGo 앱 등으로 탑승 기록을 남겨야 한다. 시는 이 6개월간 약 665억 동의 예산을 투입한다.
취지는 명확하다. 저조한 대중교통 이용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2025년 호찌민 버스는 약 9700만 명을 실어 날랐지만 대중교통 분담률은 1.6%에 그쳐, 목표치인 7.23%에 한참 못 미쳤다. 2026년 3월 기준 이 도시가 떠안은 차량은 약 1298만 대, 그중 오토바이만 1150만 대에 달한다. 기존에는 60세 이상·6세 미만·국가유공자·장애인 등 일부만 무료였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전 시민이 무료로 버스를 타게 됐다. 만성적인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을 줄이고, 오토바이에 길든 시민을 버스로 끌어들이려는 ‘큰 그림’의 첫 수순인 셈이다.
직접 타 보니 – 세 가지 불편
무료라는 사실 자체는 분명 매력적이었다. 요금함 앞에서 잔돈을 챙길 필요가 없다는 건 생각보다 큰 해방감이었다. 기존 요금이 거리에 따라 5000~7000동(학생 3000동) 수준이었으니 큰돈은 아니어도 매번 느끼던 번거로움은 사라졌다. 그러나 하루를 타 보며 확인한 것은,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다는 사실이었다.

단적인 예이지만, 버스를 타고 3군에 위치한 헬스장에 가려면 10번 버스를 타야 해서 안푸(An Phu) 메트로역으로 갔다. 역 출구 앞에 버스 정류장이 하나 있고, 출구에서 북쪽으로 약 100m 떨어진 곳에 또 하나가 있었다. 이런 방식은 한국에서 사당역이나 강남역처럼 버스 노선이 20개 ~30개 이상 몰리는 곳에서나 쓰는 방법인데, 이곳은 노선이 20개도 아니고 각각 10개 남짓인데도 굳이 정류장을 분산시켜 불편을 만든다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다가 이 버스들이 강남역 버스철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몰려드는 것도 아니다. 어떤 계획으로 만든 것인지는 짐작이 가지만, 이용객에게 혼선을 주는 방식으로는 버스 이용객을 늘리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찌민시의 버스 문제는 다른 게 아니라, 버스가 한국의 마을버스 수준으로 협소하다는 점이다. 이번에 탔던 10번, 04번, 152번 버스는 셋 다 지선이나 마을버스가 아니라 간선버스에 속하고, 노선도 긴 편이다. 특히 152번은 시내와 공항을 연결해 수요가 꽤 많은 편인데도, 아무리 많이 태워도 30명을 넘길 수 없는 전기버스가 투입되어 협소한 불편함이 있었다. 이렇게 단점이 많은데도 무료라는 점 덕분에 버스 수요는 늘어날 텐데, 서서 가기에도 편한 중대형 버스가 좀 더 보급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버스를 탄다는 것은 오토바이나 자동차 같은 개인 교통수단의 이용을 억제한다는 측면이 있다. 물론 베트남에서는 버스를 탄 뒤 오토바이 택시(쎄옴)로 갈아타 최종 목적지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버스를 타려면 출발지에서 어떻게든 근처 정류장까지 걸어가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베트남 대도시의 고질적인 문제, 즉 인도로 걷기가 수월하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 된다.
인도 사정이 가장 좋은 축에 속하는, 공항 방면으로 이어지는 남끼코이응이아(Nam Ky Khoi Nghia) 거리조차 보도블록이 깨져 있고, 도로 중앙에는 무단횡단 방지 펜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헬스장은 정류장에서 직선거리로 50m, 도로 건너편에 있었는데, 왕복 6차선 도로를 건너기 위해 무려 250m를 걸어 횡단보도를 건넌 뒤 다시 200m를 되돌아 걸어야 했다. 헬스장 반대편 정류장에 닿기까지 총 400m 남짓을 수고스럽게 걸은 셈이다. 운동이야 되겠지만, 이용객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유발한다는 점이 문제로 느껴졌다. 결국 보도의 문제가 버스 이용객의 재이용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 당국이 이 부분을 개선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도 타 보려면 – 무료버스 이용 방법
단점이 많지만, 무료 기간을 활용해 버스를 시도해 보고 싶다면 방법은 어렵지 않다.

✅ ① 앱을 먼저 깔자. 호찌민시 건설국이 내놓은 공식 앱 MultiGo는 버스·메트로·수상버스·공공자전거를 한 앱에서 조회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과거 Go!Bus·BusMap·VinBus 등으로 흩어져 있던 정보를 하나로 모았다. 2013년 호찌민 자연과학대 학생들이 만든 BusMap도 여전히 유용한데, 호찌민 교통국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 ② 경로를 검색하자. 앱을 열고 ‘길찾기(Tìm đường)’에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면 적합한 버스 노선과 예상 소요시간, 경유 정류장이 표시된다. MultiGo는 GPS 기반 실시간 정보로 어느 버스가 몇 분 뒤 정류장에 도착하는지, 차량 번호와 속도, 정류장까지의 거리까지 알려주고, 하차 정류장이 가까워지면 알림도 보내준다. 구글 지도(Google Maps)의 ‘대중교통’ 모드로도 기본 조회가 가능하며, 본 기자도 구글을 주로 사용했다.

버스안에 있는 요금 단말기, 찍어도 되지만 요금은 차감되지 않는다
✅ ③ 그냥 타면 된다(9월까지). 7월부터 9월 말까지는 인증 절차 없이 그대로 타면 되고, 10월부터는 신분증·VNeID·은행카드·전자지갑 등으로 탑승 기록을 남겨야 한다. 단, 이번 무료 정책은 시내 노선에만 적용되며, 시외(연접 성) 노선과 2층 관광버스 등 일부 특수 노선은 제외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반가운 첫걸음…불편해소가 먼저
무료화는 분명 반가운 첫걸음이다. 그러나 ‘가격’이라는 문턱을 없앤 것만으로 시민이 오토바이에서 내려 버스에 오를지는 미지수다. 분산된 정류장, 협소한 차량, 그리고 정류장까지 이어지는 험한 보행 환경. 직접 타 보니, 무료라는 매력보다 이 세 가지 불편이 더 크게 다가왔다. 요금을 공짜로 만든 다음 단계는, 결국 ‘타고 싶은 버스’를 만드는 일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