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노이 경찰이 베트남 작가회 출판사(Nhà xuất bản Hội Nhà văn) 최고 간부 3명을 구속하면서, 문제 서적을 둘러싼 수사가 저자 개인을 넘어 출판의 전 과정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7일 저자와 유통 관계자를 먼저 구속한 데 이어 이번에는 원고를 검토하고 발행한 편집 라인까지 형사 책임을 묻는 수순이다.
■ 8일 만에 두 번째 구속…수사 대상은 ‘누가 이 책을 세상에 내놨나’
하노이시 공안국 안보수사기관은 14일 저녁 응우옌 투이 항(Nguyễn Thùy Hằng·50) 작가회 출판사 사장과 다오 바 도안(Đào Bá Đoàn·55) 편집국장, 응우옌 반 옌(Nguyễn Văn Yến·64) 편집위원장을 입건하고 임시 구금했다. 하노이 인민검찰원은 이 절차를 법에 따라 승인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형법 117조,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에 반대할 목적의 정보·문서·물품을 제작·유포·선전한 죄다. 앞서 7일 같은 혐의로 저자 응우옌 타인 남(Nguyễn Thành Nam)과 쩐 비엣 아인(Trần Việt Anh)이 구속된 바 있다. 불과 8일 만에 수사망이 출판사 경영진과 편집 책임자로 확장된 것이다.
문제가 된 책은 남이 쓴 ‘타인과의 대화 – 빛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Chuyện với Thanh – Lời kể mới về ánh sáng)’다. 수사 당국은 이 책이 베트남 혁명운동의 역사적 사실과 당의 노선·정책, 국가의 법률과 정책을 왜곡했으며, 고(故) 호찌민(Hồ Chí Minh) 주석과 고 보응우옌잡(Võ Nguyên Giáp) 장군을 비롯한 당·국가 지도자들을 모욕했다고 밝혔다.
■ “삭제했지만 남았다”…편집 책임의 경계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알고도 냈는가’다. 수사 당국은 세 사람이 이 책을 편집·수정·출판하고 홍보했다고 보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도안 편집국장의 진술이다. 그는 VTV와의 인터뷰에서 검토·편집 과정에서 여러 대목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출간된 책에는 여전히 부적절하다고 여겨지는 내용이 남아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 책에 베트남 지도자들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내용, 부정확한 역사적 세부 사항, 국가와 지도자에 대한 저자의 잘못된 평가가 담겨 있다고 시인했다.
옌 편집위원장 역시 베트남 혁명 지도자들에 관한 책에 그런 오류가 나타나서는 안 됐다고 인정했다.
도안과 옌은 2025년 6월부터 9월 말까지 이 원고를 읽고 편집·수정하는 작업을 맡았다. 편집국장으로서 도안은 옌과 함께 책 내용의 검토와 편집, 수정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었다. 즉 문제를 인지하고 일부를 걸러냈으면서도 최종적으로 출간을 막지 못했다는 점이, 이들에게 형사 책임이 돌아간 배경으로 읽힌다.
■ 10억 동 계약…’돈의 흐름’이 드러낸 구조
수사가 편집 라인으로 향한 또 다른 축은 자금 흐름이다. VTV에 따르면 작가회 출판사는 2026년 1월 남과 이 책의 인쇄·배포를 위한 출판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남은 출판사에 10억 동(3만8천87달러)을 지급했다.
이 돈의 사용처는 세 갈래로 나뉜다. 1억2천만 동(4천570달러)은 원고를 직접 편집한 3명에게 지급됐고, 2억8천만 동(1만664달러) 가까이가 인쇄와 홍보, 출판기념회 비용으로 쓰였다. 나머지 6억 동(2만2천853달러)은 출판사 현금 자산으로 남았다.
도안은 수사관에게 출판사 회계 담당자로부터 5천만 동(1천903달러)을 받았으며, 초과 편집 작업에 대한 대가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 구조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저자가 비용을 대고 출판사가 이름과 발행 절차를 제공하는 형태의 계약이었다는 점이다. 편집자들이 받은 돈이 ‘편집 대가’로 명시된 만큼, 당국이 이들을 단순 실무자가 아니라 출판 행위의 주체로 판단할 근거가 됐을 가능성이 크다.
■ 저자는 “사실 아닌 내용 많았다” 시인
앞서 구속된 저자 남은 조사 과정에서 책의 상당 부분이 사실이 아니었다고 인정하고, 후회의 뜻을 밝히며 독자들에게 사과했다고 수사 당국은 전했다. 이 사건에는 문제의 서적뿐 아니라 베트남 법을 위반하는 내용이 담긴 다수의 영상물도 포함돼 있다.
안보수사기관은 이 사건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며 관련자들을 법에 따라 처리할 방침이다.
■ 남는 질문
이번 사건은 베트남에서 출판물의 사전 검토 책임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저자 개인의 표현 행위를 넘어, 그것을 검토하고 세상에 내보낸 출판사의 편집 판단까지 형사 책임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편집진이 “일부를 삭제했다”고 진술했음에도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은, 사전 검토 과정에서의 ‘부분적 조치’가 면책 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수사가 확대되면서 이 책의 유통 경로와 관련자 범위가 어디까지 넓어질지가 남은 관전 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