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률 29개 시행….교민 생활 바뀐다
7월 1일. 베트남에서 그냥 한 해의 반이 지나가는 날이 아니다. 이날 하루에 베트남이 두 갈래로 확 바뀐다. 법이 바뀌고 다리가 놓이는 이 변화는 베트남에 사는 한국 사람들과도 직접 연결된다. 다음 달 받는 월급 액수가 달라지고, 운전할 때 적용받는 규칙이 바뀌며, 출퇴근길에 새 도로 공사가 시작된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7월 1일에 뭐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법’과 ‘인프라’ 두 갈래로 나눠 쉽게 풀어본다.
〈제1부〉 법 — 세금·월급·생활 규칙이 한꺼번에 바뀐다
개인소득세, 18년 만에 확 바뀐다… 실수령액 늘어난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개인소득세다. 베트남 국회가 2025년 12월, 거의 만장일치(찬성 92.6%)로 새 법을 통과시켰다. 2007년에 만든 옛날 법을 18년 만에 통째로 갈아엎은 것이다.
뭐가 달라지나. 우선 세금 계산 칸이 줄었다. 예전엔 소득에 따라 7칸으로 나눠 세금을 매겼는데, 이제 5칸으로 단순해졌다. 새 기준은 이렇다.

가장 낮은 5%와 가장 높은 35%는 그대로지만, 중간 칸의 세율이 내려갔다. 예전에 15%였던 칸은 10%로, 25%였던 칸은 20%로 낮아졌다. 같은 월급을 받아도 떼이는 세금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여기에 ‘공제’도 늘었다. 공제란 세금을 매기기 전에 빼주는 금액이다. 본인 기본 공제가 월 1,100만 동에서 1,550만 동으로 올랐고, 부양가족 한 명당 빼주는 돈도 440만 동에서 620만 동으로 늘었다. 한 번에 약 41%나 올랐다. 2020년 이후 처음 있는 인상이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빼주는 돈이 많아졌으니, 세금 매기는 기준 금액이 줄어들고, 결국 손에 쥐는 돈이 늘어난다. 특히 혼자 사는 직장인의 경우, 사회보험료까지 합치면 월급 약 1,730만 동까지는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도 된다. 부양가족 없이 월 1,700만 동을 버는 사람이라면 아예 소득세 낼 일이 없어지는 셈이다.
한국 회사 입장에서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직원에게 주는 월급 액수는 그대로여도, 직원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세후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직원 급여 구조를 다시 한번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 이건 호찌민, 하노이, 다낭 가릴 것 없이 베트남 전국에서 똑같이 적용된다.

금괴·코인까지 세금 매긴다
이번 개정으로 세금 매기는 ‘대상’도 넓어졌다. 그동안 애매하게 빠져 있던 것들이 줄줄이 과세 대상에 들어왔다.
가장 화제는 금괴(골드바)다. 7월 1일부터 금괴를 사고팔면 거래할 때마다 0.1%의 세금이 붙는다. 다만 얼마 이상 거래할 때부터 세금을 매길지, 정확히 언제부터 시행할지는 정부가 따로 정하기로 했다. 소액으로 금을 저축하는 사람까지 잡지는 않겠다는 취지다.
디지털 자산, 즉 코인 같은 것도 팔 때 0.1% 세금이 붙는다. 인터넷 도메인(.vn), 탄소배출권, 경매로 산 자동차 번호판은 2,000만 동을 넘는 금액에 대해 5% 세금이 매겨진다. 주식을 팔 때도 0.1%가 붙는다. ‘Shopee’나 ‘TikTok Shop’ 같은 데서 물건을 파는 온라인 사업 소득도 새로 세금 대상에 들어왔다.
반대로 세금을 깎아주는 것도 늘었다. 야근·초과근무 수당은 예전엔 일부만 면제됐는데, 이제 전액 세금을 안 뗀다.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일하는 고급 인력은 5년 동안 월급에 세금을 한 푼도 안 매긴다. 똑똑한 인재를 베트남으로 끌어오려는 당근책이다.
한 가지 짚어둘 점. 월급과 사업소득에 관한 부분은 사실 7월 1일이 아니라 이미 올해 1월 1일부터 적용되고 있다. 즉 위에서 설명한 새 세율과 늘어난 공제는 2026년 한 해 전체에 적용된다.

동네 가게·자영업자도 세금 방식 바뀐다
개인소득세와 짝을 이루는 게 세무행정법이다. 이것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핵심은 동네 가게나 1인 사업자가 세금 내는 방식이 바뀐다는 점이다.
예전엔 세무서가 “당신은 이만큼 버니까 세금은 이만큼”이라고 정해주는 방식이었다. 이제는 사업자가 직접 자기 매출을 계산해서 신고하고 알아서 납부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이와 함께 전자세금계산서를 쓰는 의무도 생겼는데, 이 부분은 이미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좋은 소식도 있다. 세금 안 내도 되는 기준 매출이 확 올라갔다. 예전엔 연 매출 1억 동을 넘으면 세금을 냈는데, 이제 연 5억 동까지는 부가가치세도 소득세도 안 낸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온라인 쇼핑몰에도 변화가 있다. ‘Shopee’, ‘Lazada’, ‘TikTok Shop’처럼 주문과 결제가 한 번에 되는 플랫폼은, 판매자 대신 세금을 떼서 납부해 줘야 한다. 온라인으로 물건 파는 사람이라면 알아둬야 할 대목이다.

공무원 월급 기준 오른다 234만 동에서 253만 동
7월 1일부터 ‘기준임금’이 월 234만 동에서 253만 동으로 오른다. 기준임금은 공무원·군인·경찰의 월급과 각종 수당을 계산하는 기준이 되는 숫자다. 연금과 사회보험 수당도 같이 오른다.
이건 공무원 얘기만이 아니다. 사회보험료 계산 기준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민간 회사 월급 구조에도 영향을 준다. 한인 회사의 인사·노무 담당자라면 사회보험료 상한선이 어떻게 바뀌는지 함께 챙겨봐야 한다.

운전하는 교민이라면 꼭 알아야 할 변화
베트남에서 차를 모는 한국 사람에게 가장 피부에 와닿는 건 교통 규정이다.
우선 교통 위반 단속과 벌금, 운전면허 벌점 깎는 규정이 바뀐다(시행령 238/2026). 자동차 검사소 운영 규정과 차를 몇 년까지 탈 수 있는지를 정한 규정(시행령 89/2026)도 새로 시행된다. 자동차 의무보험과 화재·폭발 보험 규정(시행령 220/2026)도 손질된다. 차를 사고, 굴리고, 보험 들고, 검사받는 모든 단계의 규칙이 한꺼번에 바뀌는 셈이다.

사업하는 교민이라면 전자상거래법·건설법도 시행
기업 활동과 관련된 법도 무더기로 시작된다. 전자상거래법, 디지털전환법, 첨단기술법, 사이버안보법, 질병예방법이 모두 7월 1일 시행된다. 건설이나 부동산을 하는 한인 기업에는 새 건설법이 중요하다. 공사비를 계산하고 정산하는 방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건설이나 부동산을 하는 한인 기업, 그리고 집을 짓거나 상가를 고치려는 교민에게는 새 건설법이 중요하다. 방향은 하나다. “절차는 확 줄이되, 책임은 본인이 진다.”
가장 큰 변화는 건축 허가다. 7층 미만이면서 연면적 500㎡ 미만인 단독주택은 허가를 면제받고, 허가가 필요한 경우도 처리 기간이 최대 7일로 단축되며 전 과정이 온라인으로 바뀐다. 설계를 조금 고칠 때마다 공사를 멈추고 관청 재심의를 기다리던 병목도 사라진다. 건설업자에게는 그동안 걸림돌이던 기업 ‘능력 인증서’ 요건이 폐지돼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
단, 허가를 면제받아도 착공 전 지방 당국에 착공 신고는 해야 하고, 설계를 자율적으로 바꾸는 대신 그 안전성은 건축주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소방·구조 안전 기준은 오히려 강화됐다. 관청이 일일이 봐주던 시대가 끝나고 “알아서 하되 문제가 생기면 본인 책임”인 구조로 바뀌는 셈이다.

생활 규칙도 달라진다 인구정책과 서류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인구법은 베트남 인구정책의 방향이 통째로 바뀌었다는 걸 보여준다. 예전엔 “아이를 적게 낳자(산아제한)”가 정책의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인구 구조를 건강하게, 고령화에 대비하자”로 바뀌었다. 베트남도 이제 출산을 억제하는 나라가 아니라, 일할 사람을 어떻게 확보할지 고민하는 나라가 됐다는 신호다.
서류 쪽에서는 범죄경력증명서(Phiếu lý lịch tư pháp) 발급 절차가 바뀐다. 비자 갱신이나 취업할 때 교민들이 자주 떼는 서류이니, 절차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미리 확인해 두면 좋다.

하노이는 특별법 ‘새 수도법’까지
하노이에는 다른 지역에 없는 특별법이 적용된다. 새 수도법이 7월 1일부터 시행되는데, 하노이市가 도시 개발이나 큰 사업을 추진할 때 더 많은 권한을 갖도록 해준다. 하노이에 사는 교민이라면 앞으로 도시가 어떻게 개발될지를 좌우할 법이니 관심을 둘 만하다.

〈제2부〉 인프라 — 다리와 도로가 베트남의 모습을 바꾼다
법이 베트남의 ‘규칙’을 바꾼다면, 공사는 베트남의 ‘겉모습’을 바꾼다. 그리고 7월 1일, 공사판의 중심은 단연 호찌민이다.
호찌민 – 100억 달러짜리 공사 8개 동시 착공
호찌민시는 7월 1일 오전 8시 30분, 벤냐롱-칸호이(Bến Nhà Rồng) 일대에서 대형 공사 8개를 한꺼번에 시작한다. 이 착공식은 TV로 생중계되며, 호찌민시로 이름이 바뀐 지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하이라이트다. 8개 사업을 다 합치면 38조 동이 넘는다. 100억 달러에 가까운 돈이다.

▲1일 열린 건설기공식 및 호찌민시 명명 50주년 이벤트
이 중에서 가장 큰 사업은 껀저-붕따우(Cần Giờ – Vũng Tàu)를 잇는 바다 횡단 다리다. 무려 93조 동짜리다. 길이는 14km가 넘는데, 그중 8km는 바다 위 다리고 3km는 바다 밑 터널이다. 베트남에서 다리와 해저터널을 합친 건 이게 처음이다. 완성되면 호찌민에서 휴양지로 유명한 붕따우까지 가는 길이 확 빨라진다.

▲ 껀져 붕타우대교는 중간에 인공섬 터널을 건설할 예정이다, 홍콩-마카오 강주아대교, 한국의 거가대교와 비슷하다
물류 쪽에서 가장 중요한 건 까이멥하(Cái Mép Hạ) 항구다. 5조 동이 넘게 들어가는 초대형 항구로, 한 해에 컨테이너 1,100만 개를 처리할 수 있고, 세계에서 제일 큰 급의 컨테이너선도 댈 수 있다. 베트남 남부 물류의 핵심이 될 항구다.
도로 사업도 줄을 잇는다. 호짬에서 롱탄 신공항까지 잇는 고속도로(약 4조7,000억 동, 42km), 호찌민에서 목바이를 거쳐 캄보디아 방향으로 가는 고속도로(약 23조 동), 도심과 남부를 잇는 빈띠엔(Bình Tiên) 다리(약 6,300억 동)가 함께 시작된다.
눈에 띄는 건 도시 경관 사업이다. 벤냐롱-칸호이 문화공원과 사이공강변 공원은 152ha 규모에 약 30조 동이 들어간다. 1911년 호찌민 주석이 나라를 구할 길을 찾아 배를 타고 떠난 바로 그 자리다. 강변을 따라 문화·역사·관광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꾸며진다. 이 밖에 빈즈엉(Bình Dương) 수질 개선 공사, 그리고 약 8,900가구 규모의 서민 아파트 5개 단지도 같은 날 착공된다.
호찌민 바로 옆 동나이(Đồng Nai)省도 비슷한 시기에 도로 공사를 시작한다. 6월 말부터 7월 초 사이에 마다(Mã Đà) 도로 등 7개 교통 사업을 착공하거나 부지를 넘긴다. 롱탄 신공항과 주변 지역을 잇기 위한 공사로, 호찌민 광역권 전체 교통망과 연결된다.

▲ 까이멥하 항구 조감도
하노이 – 지하철 5개 노선과 홍강 다리에 집중
수도 하노이의 큰 공사는 7월 1일 하루에 몰려 있다기보다, 6월 말을 전후로 흐름을 타고 있다. 하노이市는 6월 29일 큰 회의를 앞두고 지하철(도시철도) 5개 노선을 한꺼번에 착공했다. 버스·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중심으로 도시를 바꾸겠다는 뜻이다.
여기에 순환도로, 홍강(우리식으로 하면 ‘붉은 강’)을 건너는 다리들, 도심으로 들어오는 도로, 침수 방지 시설 공사도 함께 진행 중이다. 특히 홍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7개(뜨리엔·쩐흥다오·응옥호이·트엉깟·번푹·홍하·메소)가 지금 가장 급하게 추진되고 있다. 하노이市는 이 회의에서 투자를 유치할 사업 276개 목록도 공개했다. 새 수도법이라는 법적 뒷받침과 대규모 공사가 동시에 맞물리는 모양새다.

법과 콘크리트가 함께 그리는 베트남의 다음 50년
7월 1일 하루에 몰린 변화는 베트남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법 쪽을 보면 베트남은 ‘단순하게, 디지털로, 현실에 맞게’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7칸에서 5칸으로 줄인 세금, 41% 올린 공제, 알아서 신고하는 세금 방식, 금괴와 코인까지 챙기는 과세까지. 모두 베트남이 더 투명하고 현대적인 나라로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공사판 쪽을 보면 베트남은 ‘연결’에 힘을 쏟고 있다. 호찌민의 바다 다리와 초대형 항구, 하노이의 지하철과 한강 다리, 다낭의 국경 도로와 항구. 모두 도시 안과 도시 사이, 베트남과 이웃 나라를 잇는 길이다. 100억 달러짜리 호찌민 공사가 이름 바꾼 지 50주년에 맞춰진 건 우연이 아니다. 베트남은 지난 50년을 발판 삼아 다음 50년의 뼈대를 세우려 하고 있다.
이 모든 변화의 한복판에 베트남 한인 사회가 있다. 호찌민에서, 하노이에서, 다낭에서 일하고 장사하며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에게 7월 1일의 변화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당장 다음 달 월급 명세서와 출근길 풍경에 그대로 나타난다. 변화를 미리 아는 것이 곧 적응의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