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주식시장이 반등 시도에도 불구하고 거래대금이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급감하는 극심한 ‘거래 가뭄’을 겪고 있다. 투자자들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시중 자금이 증시를 대거 이탈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저금리 시대의 종료와 물량 부담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본격적인 조정 장세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11일 호찌민증권거래소(HOSE) 및 현지 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베트남 증시의 대표 지수인 VN지수는 전날보다 3포인트 미만 소폭 반등한 1793포인트로 마감했으나, 총 거래대금은 13조 8000억 동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이 중 실제 매매가 이루어진 khớp lệnh(매치 오더) 금액은 11조 3000억 동 안팎에 그쳐 지난 2025년 4월 10일 대외 관세 파동 직후 기록했던 역사적 침체기 이후 1년 만에 가장 저조한 청약 성적을 남겼다. 이달 들어 하루 평균 거래액은 약 18조 동 규모로 동결됐으며, 이는 지난 4~5월 유지되던 24조 동과 비교해 급격히 위축된 것은 물론 올해 전체 일평균 거래량과 비교해도 36퍼센트 이상 폭락한 수치다.
이처럼 증시 유동성이 급속도로 메마른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깊어진 피로감과 경계심이 자리 잡고 있다. VN지수는 지난 5월 중순 역사적 신고점을 경신한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135포인트가 넘는 조정을 받으며 올해 초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최근 들어 지수가 소폭 반등할 때마다 차익 실현과 본전 심리에 따른 매도 물량이 쏟아지는 이른바 ‘cưa chân bàn(톱으로 책상다리를 조금씩 잘라내듯 계좌가 녹아내리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인내심을 잃고 관망세로 돌아섰다. 특히 대형 주도주나 빈그룹 계열사 등 일부 특정 호재성 대형주에만 자금이 쏠리고 나머지 대다수 중소형주에는 온기가 돌지 않아, 지수 상승을 체감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이탈이 거래량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현지 대형 증권사인 에스에스아이(SSI)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시장의 단기 과열이 진정되는 국면이지만 전반적인 기초 체력은 완전히 붕괴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에스에스아이 측은 지난 1월 일평균 38조 6000억 동에 달했던 거래대금이 4~5월 들어 26조 동 수준으로 내려앉았으나, 올해 5월까지의 5개월 누적 일평균 거래대금은 31조 4000억 동으로 지난해 연간 평균치인 28조 8000억 동보다 여전히 9퍼센트가량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중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전반적인 금융권 유동성이 축소되면서 당분간 증시는 좁은 박스권 내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고금리 여파와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인해 향후 1~2개 분기 동안 상장 기업들의 이익 성장세가 일시적으로 둔화될 수 있는 만큼, 주가 조정 시 매수하고 반등 시 이익을 실현하는 철저한 전술적 방어 매매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자산운용사인 에스지아이(SGI) 캐피탈은 주식시장을 포함한 전체 자산시장의 공급과 수요 법칙이 근본적으로 뒤바뀌고 있다며 훨씬 더 보수적인 경고등을 켰다. 에스지아이 캐피탈은 지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전 세계적인 완화적 통화정책과 가혹한 저금리 기조로 시중에 대거 풀린 ‘저렴한 돈(Cheap money)’이 자산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렸으나, 이러한 고평가 부담이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들의 역대급 지분 매각과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 물량 폭탄을 불러오는 부메랑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증시 내 신용융자(마진) 잔고가 임계점까지 차오른 상태에서 시중 금리 인상은 자산 가격 하락을 유발하는 트리거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운용사 측은 시중에 돈이 넘쳐나던 자본 과잉의 시대는 종말을 고했으며, 향후 현금의 가치가 대세가 되는 리스크 관리 주기에 진입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