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말, 중국 고속철도(HSR)망이 총연장 50,000km를 돌파하며 전 세계 고속철도 길의 약 70%를 차지하게 됐다. 과거 수십 시간이 걸리던 대륙 횡단 여정은 이제 단 몇 시간 만에 해결되며, 중국 여행 산업은 구조적인 대변혁을 맞이하고 있다.
15년 전만 해도 베이징에서 상하이까지(약 1,300km) 가는 길은 구형 열차로 10시간 이상을 견뎌야 하는 고된 여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고속철도는 이 거리를 4시간대로 단축했다. 일본의 신칸센이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한 망을 중국은 단 17년 만에 세계 최대 규모로 완성했으며, 차세대 열차는 시속 350km의 상업 속도를 유지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자랑한다.
중국 국가철도그룹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춘제 특별 수송 기간(춘윈) 동안 철도 이용객은 전년 대비 4.8% 증가한 5억 3,800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광저우-잔장, 바오터우-인천, 시안-옌안 등 2025년 말 개통된 신규 노선들이 수송 능력을 대폭 끌어올린 결과다.
세계은행(World Bank) 보고서는 고속철도가 여행 산업에 가져온 3대 이점으로 ▲예매의 편리성 ▲이동 시간 단축 ▲청결하고 쾌적한 경험을 꼽았다. 특히 고속철도는 ‘공간 압축’ 효과를 일으켜 지리적 한계를 허물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 상하이나 항저우에서 2,000km 떨어진 닝샤까지 가려면 도로로 2~3일이 걸렸으나, 이제는 아침에 상하이에서 출발해 10시간 후면 닝샤에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 2025년 말 개통된 바오터우-인천 노선은 사막과 초원 지대의 두 도시를 단 2.5시간 만에 연결하며 오지를 도시민들의 새로운 주말 휴양지로 탈바꿈시켰다. 현재 중국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의 97%에 고속철도가 연결되어 있다.
고속철도의 보편화는 여행 업계의 상품 구성도 바꿔놓았다. 과거 버스를 이용한 장거리 단체 투어 대신, 이제는 ‘고속철도+현지 렌터카/셔틀’ 모델이 주류가 됐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Trip.com)에 따르면, 항공과 철도를 결합한 복합 운송 서비스 이용객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대흥(베이징)이나 홍차오(상하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통합 역사 시스템을 통해 곧바로 내륙 깊숙이 이동할 수 있게 됐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하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고속철도 이용객의 평균 지출액은 일반 열차 이용객보다 30% 높다. 고속철도역이 있는 지역의 숙박 및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며 야간 경제와 지역 특산물 소비를 촉진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중국의 철도망은 이제 국경을 넘어 동남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통해 총연장 3,000km 이상의 동남아 철도 회랑을 구축 중이다. 2021년 말 개통된 라오스-중국 철도(쿤밍-비엔티안)는 2025년까지 누적 승객 3,000만 명을 돌파하며 대성공을 거두었다. 과거 도로로 하루 이상 걸리던 국경 지역에서 비엔티안까지의 여정은 이제 3~4시간이면 충분하다.
중국은 향후 태국, 말레이시아까지 노선을 확장해 지역 경제와 문화 유산을 하나로 잇는 거대 네트워크를 완성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철도 연결이 항공 의존도를 낮추고, 국가 간 이동을 국내 여행처럼 단순하게 만들어 국제 관광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