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십 년간 미국 대중문화계에서 구가해 온 독보적인 스타성과 영향력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쇠퇴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최근 뉴욕의 상징적인 경기장에서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결승전 현장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거센 야유를 받는가 하면, 문화·예술·스포츠계 전반에서 트럼프 지지 성향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피로감과 반발 기류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13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및 스포츠·문화계 보도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뉴욕 닉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NBA 결승 3차전 경기를 직접 참관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NBA 결승전 현장을 찾은 것은 역사상 최초다. 그러나 전광판에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비치고 그가 군대식 거수경례로 인사하자, 장내를 가득 채운 관중석 곳곳에서 거센 야유와 야유성이 터져 나왔다. 야유는 전광판 화면이 미국 국기로 전환된 후에야 겨우 가라앉았다. 과거 종합격투기(UFC)나 미식축구(NFL) 경기장에서 뜨거운 환호를 받았던 것과는 확연히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이러한 기류 변화는 대선 승리와 두 번째 임기 초반 미국 사회를 휩쓸었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문화 열풍이 임기 진행과 함께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터치다운을 성공한 선수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특유의 몸짓을 흉내 내는 ‘트럼프 댄스’를 추며 세리머니를 하고, 유명 래퍼 스눕 독이나 가수 캐리 언더우드 등 주류 연예인들이 임기 초 행사에 결합했던 문화적 파급력이 점차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뉴욕 자이언츠의 쿼터백 잭슨 다트(Jaxson Dart)가 한 행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자 구단 내부에서 격렬한 논란이 일어 코칭스태프가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문화·예술계에서도 ‘트럼프 지우기’와 반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의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추진 중인 ‘프리덤 250(Freedom 250)’ 콘서트 시리즈에서는 전설적인 펑크 밴드 코모도스(The Commodores)를 비롯한 일부 유명 아티스트들이 전격 하차를 선언했다. 코모도스의 공동 리더인 브렌트 카터는 인터뷰에서 “현 정치 상황을 볼 때 마가(MAGA) 색채가 짙은 행사의 무대에 서서 노래하는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워싱턴의 존 F. 케네디 센터 명칭에 트럼프의 이름을 추가하고 기관을 개편하려던 연방 정부의 계획 역시 강한 법적·사회적 반발에 부딪혀 무산 위기에 처했다.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이었던 보수 성향의 젊은 유권자 집단 내부에서도 이탈과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젊은 보수층을 겨냥해 ‘Make America Hot Again’이라는 슬로건을 만든 라켈 데보노(Raquel Debono)는 현 행정부의 최근 대외 정책에 강한 의구심을 표명했다. 그녀는 “우리가 왜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국내 이민 문제와 치안에 집중할 줄 알았던 트럼프의 행보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러한 정책적 논란들이 겹치면서 초기 마가 운동이 가졌던 특유의 활기와 문화적 흡인력이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측은 이러한 문화적 영향력 감소 쇠퇴론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관람 직후 워싱턴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경기장의 소음은 대다수 나를 향한 환호와 응원이었으며, 현장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고 주장했다. 데이비스 잉글 백악관 대변인 역시 오히려 야당인 민주당이 대중적 지지율과 이미지 측면에서 심각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역공을 펼쳤다. 아담 실버 NBA 총재 역시 “트럼프는 정계 입문 전부터 순수한 뉴욕 닉스의 오랜 열혈 팬이었다”고 옹호하며, 스포츠는 분열된 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특별한 공간인 만큼 정치적 잣대로만 모든 것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진화에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