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이안(Hoi An)에는 국제 관광객들 사이에서 명소로 꼽히는 레스토랑 체인 망고(Mango)가 있다. 화려하게 튀려 하지 않지만 방문객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이 식당의 중심에는 57세의 베트남계 미국인 셰프 쩐 타인 덕(Tran Thanh Duc)이 있다. 그는 세계를 떠돌던 긴 방랑을 마치고 마침내 자신이 태어난 땅에서 진정한 소속감을 찾아냈다.
덕(Duc)의 인생은 1985년 호찌민(Ho Chi Minh City)을 떠나 멕시코계 미국인 가정으로 입양되면서 큰 전환점을 맞았다. 낯선 미국 땅에서 양어머니는 그에게 요리뿐만 아니라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누며 소속감을 느끼는 법을 가르쳤다. 그는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며 안정적인 삶을 꿈꿨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학비를 벌기 위해 잔디 깎기부터 접시 닦기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던 그는 10년 만에 고국에 계신 부모님과 연락이 닿으면서 인생의 방향을 다시 설정하게 된다.
그는 엔지니어의 길을 포기하고 텍사스(Texas)의 한 베트남 식당에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다시 베트남 사람이 되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는 그는 주방에서 베트남 요리의 정수와 운영 방식을 익혔다. 이후 배낭에 작은 칼 한 자루와 피시 소스(Fish Sauce) 몇 병을 넣고 멕시코, 중앙아메리카, 유럽, 오세아니아를 여행하며 각국의 식재료와 베트남의 풍미를 결합하는 자신만의 요리 철학을 완성했다.
2003년, 운명처럼 정착하게 된 호이안(Hoi An)의 고즈넉한 풍경에 매료된 그는 자신의 청춘이 담긴 과일인 망고(Mango)를 식당 이름으로 정하고 첫 문을 열었다. 그의 식당은 정해진 레시피에 얽매이지 않고 식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요리하는 독특한 스타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현재 그는 100여 명의 현지 직원을 고용하며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덕(Duc)의 활동은 요리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학 시절 전공을 살려 식당에서 나오는 유기농 폐기물을 퇴비로 만드는 친환경 모델을 구축했으며, 지역 농민들과 협력해 유기농 채소를 재배하고 이를 식재료로 사용한다. 그는 정직함, 헌신,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인생의 가장 큰 가치로 꼽는다. “지난 20년 동안 호이안(Hoi An) 사람들이 나에게 준 것은 단순한 재산이 아니라, 내가 지금 집이라고 부르는 이 나라에서의 소속감”이라고 그는 말한다.
세 딸의 아버지이자 남편으로 호이안(Hoi An)에서 행복한 가정을 꾸린 그는 이제 해외에 거주하는 베트남 동포들에게 고국으로 돌아와 국가 발전에 힘을 보태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방랑자에서 정착자로, 그리고 지역 사회의 리더로 변모한 그의 여정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