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세 번째 정책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중동 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금리 인하 시점은 내년 이후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연준은 지난 2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1월과 3월에 이은 3회 연속 동결이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중동 정세가 경제 전망에 높은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회의 당시 인플레이션 반등을 ‘다소(a bit)’라고 표현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해당 단어를 삭제하며 물가 상승 압력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였다.
경제 지표에 대해서는 고용 시장이 견조하고 경제가 견고한 속도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리 동결 발표 이후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7% 급락했으며, S&P 500과 나스닥 지수도 각각 0.27% 하락했다. 국제 금값은 온스당 61달러 떨어진 4,534달러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였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를 저지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이번 회의에서는 위원들 간의 이례적인 의견 대립도 포착됐다. 성명서 채택 과정에서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등 3명의 위원이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완화적 문구’ 삽입에 반대한 반면, 스티븐 미란 이사는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며 반표를 던졌다. 이는 1992년 이후 가장 큰 폭의 내부 분열로 기록됐다.
한편, 이번 회의는 제롬 파월 의장이 주도하는 마지막 회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같은 날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워시 후보자가 2주 내 상원 전체 회의에서 최종 승인될 경우, 파월 의장의 임기가 끝나는 5월 15일 이후 곧바로 취임하게 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지도체제 교체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할 때, 내년 중반 이전에는 금리 인하가 단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