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금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홍콩(Hong Kong) 시민들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은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민의 금’으로 불리는 은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주요 판매점에서는 은괴가 매진되는 등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홍콩 중심가에 위치한 귀금속 매장 앞에는 은괴를 구매하려는 시민들로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형성되고 있다. 한 매장에서는 영업 시작 직후 수백 개의 은괴가 한 시간 만에 모두 팔려나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새벽 5시부터 줄을 서서 은괴 5개를 구매했다는 은퇴자 웡(Wong) 씨는 “금은 이제 너무 비싸져서 엄두를 내기 어렵다”며 “은은 여전히 상승 여력이 충분한 안전 자산이라고 판단해 빠르게 투자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의 정책 여파로 귀금속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팽배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제 금 가격은 최근 온스당 5천588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 가격 역시 온스당 119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올해 들어서만 60% 이상 급등했다. 2025년 한 해 동안 140% 넘게 폭등한 데 이어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중국 선전(Shenzhen)에서 주얼리 업체를 운영하는 천(Chen) 씨는 “이달 은 제품 매출이 지난 11월보다 10배나 급증했다”며 “도매업체들의 주문이 금에서 은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 유럽 시장의 반응 및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인 지정학적 긴장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귀금속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사무엘 체(Samuel Tse) DBS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들이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금 비중을 늘리는 가운데, 일반 개인 투자자들도 자산을 보존하기 위해 은과 같은 귀금속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값 폭등을 틈타 보유하고 있던 금붙이를 팔아 시세 차익을 노리는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홍콩 내 중고 금 매입처에는 수년간 금고에 보관해온 금괴나 장신구를 현금화하려는 이들로 붐비고 있으며, 일부 투자자들은 여기서 확보한 자금을 다시 은이나 다른 투자처로 돌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