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해외 글로벌 건설사들의 하도급이나 인력 공급 역할에 머물던 베트남 현지 건설기업들이 수십조 동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 총괄 시공사(EPC)로 대거 부상하며 시장 지위를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다고 베트남 현지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15년 전만 해도 베트남 건설 시장은 해외 대형 기업들이 주도했으나, 최근 베트남 건설사들은 단순 주거 시설을 넘어 초고층 마천루, 첨단 기술 인프라, 데이터센터, 고속철도 등 고난도 분야로 영역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호찌민시의 ‘랜드마크 81′(높이 460m 이상, 81층) 건설 당시 베트남 대표 건설사인 코텍콘스(Coteccons)가 글로벌 대형사들과의 경합 끝에 총괄 시공권을 따내 준공 기한을 45일 앞당기며 초고층 시공 능력을 입증했다. 코텍콘스는 이를 바탕으로 약 10억 달러 규모의 레고(LEGO) 친환경 공장과 데이터센터 건설 등 첨단 산업 인프라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다.
토목 및 교통 인프라 분야에서도 기술 자립이 가속화되고 있다. 데오까(Đèo Cả) 그룹은 신기술 터널 굴착법(NATM)을 자체적으로 고도화하여 남북고속도로 산악 터널 공사 기간을 크게 단축했다. 또한 하노이와 호찌민시에서 추진 중인 수백 km 규모의 도시철도(메트로) 건설을 비롯해 총연장 1,540km, 총사업비 약 670억 달러 규모의 대형 국책 사업인 ‘남북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테디(Tedi), 비나코넥스(Vinaconex), 페콘(FECON), 데오까 등 베트남 주요 건설사들이 참가를 준비 중이다. 철강 기업 화팟(Hòa Phát) 그룹은 고속철도용 선로 국산화를 위해 10조 동 이상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베트남 건설사들의 이 같은 성장이 설계·시공 일체형(Design & Build) 방식과 빌딩정보모델링(BIM) 등 선진 관리 기법의 장기적 축적, 정부의 국산화 및 기술 이전 정책, 대규모 공공 및 민간 투자 확대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현지 건설사들이 지형과 지질, 공급망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가격 경쟁력을 발판으로 해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