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방울뱀에 물린 한 남성이 두 곳의 병원을 거치며 무려 54병의 항독소 제제를 투여받은 끝에 목숨을 건졌으나, 보험 적용 전 130만 달러(한화 약 18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병원비 청구서를 받았다.
27일 외신 및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이다호주에 거주하는 크리스 하워드(Chris Howarth) 씨는 지난 5월 가족들과 함께 캘리포니아주 북부 오로빌(Oroville)의 부모님 댁을 방문했다가 방울뱀에 오른쪽 정강이를 두 차례 물렸다. 이 중 한 번은 정맥을 직접 관통하는 심각한 물림 사고였다.
하워드 씨는 물린 지 수 분 만에 혀에 마비가 오고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며 인근 오로빌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의료진은 입원 첫날에만 18병의 항독소 제제를 투여했으나, 사흘 뒤 다리가 급격히 부어오르고 전신 출혈을 유발하는 파산성 혈관 내 응고 장애(DIC) 증상이 나타났다. 오로빌 병원의 항독소 제제 재고가 바닥나자, 그는 즉시 약 320km 떨어진 팔로알토의 스탠퍼드 병원으로 헬기 이송됐다.
스탠퍼드 병원 의료진은 성분을 바꾼 새로운 항독소 제제 18병을 추가하는 등 총 54병의 항독소 제제를 투여한 끝에 증상을 호전시켰다. 하워드 씨는 두 병원의 중환자실(ICU)을 거치며 총 12일간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문제는 병원비였다. 하워드 씨 측에 따르면 항독소 제제는 병원 청구액 기준 1병당 약 1만 3,000달러(한화 약 1,800만 원)에 달했으며, 스탠퍼드 병원의 1박 입원 비용만 6만 1,000달러(한화 약 8,500만 원)에 책정되어 총 청구액이 130만 달러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미 보건당국 자료를 인용해 약품의 도매가는 병당 1,200~3,200달러 수준이지만, 미국 병원들의 과도한 마진 부과 구조로 인해 환자에게 터무니없는 금액이 청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약품 제조 원가는 환자 청구액의 1%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캘리포니아 주 보건당국은 올해 이상 기온과 환경 변화로 인해 예년보다 일찍 방울뱀 출몰이 급증했다며 주민과 여행객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올해 7월 초 기준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발생한 뱀 물림 사고는 250건에 달하며, 이로 인한 사망자도 3명 발생하는 등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