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의 대입 수능 시험인 국가고등학교졸업시험의 외국어(영어) 영역이 단순 문법 공식 암기와 기출문제 풀이 유형에만 의존하던 기존의 기계적 학습 방식에 완벽한 종지부를 찍었다. 올해 영어 시험은 문장 단위의 단순 어휘력 검증에서 벗어나 복합적인 실제 텍스트 맥락 속에서 정보의 논리적 흐름을 분석하고 추론하는 능력을 대거 요구해, 공교육 영어 교수법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끄는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13일 교육계 및 일선 교육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전국적으로 일제히 치러진 2026학년도 수능 영어 영역은 50분 동안 총 40문항을 해결하는 구조로 전격 실시됐다. 이번 시험을 분석한 영국 런던대학교 교육대학원(UCL IOE) 석사과정의 교육학자 레 호앙 퐁(Lê Hoàng Phong)은 “이번 수능 영어는 국가 차원의 평가 혁신을 증명하는 긍정적인 이정표”라며 “단순 단어 암기나 요령으로 정답을 유추할 수 없도록 설계돼 언어 본연의 실제적 활용 능력을 정밀 계측했다”고 진단했다. 대형 교육기관인 돌 잉글리시(DOL English)의 도 띠 고옥 안(Đỗ Thị Ngọc Anh) 학술본부장 역시 “변별력이 대폭 강화된 매우 수려하면서도 까다로운 출제”라며 “단순 단어 풀이형 문항이 줄어든 대신 고도의 인지적 추론을 요구하는 독해 지문들이 대거 포진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영어 시험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평가 단위를 구문에서 ‘글(텍스트) 전체’로 격상한 점이다. 대명사가 지칭하는 실제적 대상 찾기, 단락의 핵심 요지 파악, 문맥적 의미 유추, 문장 삽입 위치 선정, 글의 논리적 순서 배열 등 지문의 거시적 구조와 맥락을 온전히 추적해야만 풀 수 있는 문제들이 고득점을 좌우하는 킬러 문항으로 출제됐다. 출제에 활용된 원문 지문의 퀄리티 역시 한층 현대적이고 학술적인 주제들로 세련되게 변모했다. 환경 보호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의 개념을 비롯해 아날로그식 수기(手記) 노트 작성과 디지털 기기 타이핑의 학습 효율성 비교, 플라스틱 폐기물 저감 캠페인, 자산 가치에 대한 다각적 인식 등 최신 시사 트렌드와 철학적 깊이를 담은 지문들이 전격 도입됐다.
기본적인 출제 기조는 작년의 정형성을 유지했으나 50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40개의 복잡한 지문 문항을 처리해야 하는 시간 압박은 중하위권 수험생들에게 가혹한 장애물이 되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위권 학생들을 배려한 기본 어휘 수준의 평이한 문항도 고루 안배해 평가의 신뢰도를 유지하는 한편, 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한 ‘복합 추론형 덫’이 촘촘히 설계돼 8~9점대의 두터운 벽을 형성했다. 호찌민시 국립대학교 산하 특목고인 포통낭키우(Trường Phổ thông Năng khiếu) 고등학교의 영어 전공 수험생이자 국제공인영어시험 IELTS 8.0 성적 보유자인 레 탄 마이(Lê Thanh Mai) 양은 “지문의 변별력이 대단히 높아 50분 시간 전체를 꼬박 채우며 정답을 수차례 검산해야 했다”며 “특히 첫머리에 배치된 독해 지문의 난이도가 매우 높아 시간 배분에 진땀을 흘렸다”고 고사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증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능 영어 시험이 베트남 일선 고등학교 외국어 교육 현장을 향해 “단순 공식을 외우고 기계적인 문제 풀이 모형만 답습해서는 더 이상 고득점을 달성할 수 없다”는 강력하고 강력한 시그널을 던졌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한 문제 기술(Skill) 대신 평소 다양한 텍스트를 정독하고 논리적 아이디어가 구조화되는 방식을 이해하는 본질적인 소양 중심의 영공부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대규모 지필고사의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읽기 중심의 영문 수용 능력에만 평가가 집중되어 있는 현 제도를 중장기적으로 개선해, 향후 말하기와 듣기, 쓰기까지 아우르는 4대 영역의 종합적 의사소통 평가 체제로 점진적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