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부터 시작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원유와 천연가스 구매 확대를 강력히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전쟁으로 사실상 멈춰 섰던 양국의 에너지 교역이 이번 ‘베이징 담판’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4일 에너지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첫 방중 기간에 중국이 미국산 에너지 제품을 대량 구매하도록 압박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석유·가스 생산국인 미국과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인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양국 관계의 온도는 에너지 교역량과 직결됐다. 2021년 1단계 무역 합의 당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대중국 수출량은 900만t에 육박하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무역 전쟁이 재점화되고 중국이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자, 2025년 수출량은 2만 6천t 수준으로 급감하며 사실상 교역이 중단된 상태다.
원유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2020년 하루 39만 5천 배럴에 달했던 대중국 원유 수출은 2025년 5월 이후 거의 끊겼다. 중국은 미국산 원유에 부과된 20%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캐나다와 브라질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며 대응해 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번 회담에서 미국산 LNG 구매 확대를 ‘협상 카드’로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동 분쟁으로 아시아 지역 가스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미국산 LNG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25%의 보복 관세만 철폐한다면, 현재 급등한 아시아 현물 가스 가격보다 미국산 가스가 더 저렴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리카 다운스 컬럼비아대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농산물, 보잉 항공기 등 고부가가치 품목의 구매 확약을 받아내 ‘승리’를 선언하고 싶어 할 것”이라며 “에너지는 무역 수지 불균형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고 진단했다.
다만, 장기적인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빅터 가오 중국 에너지안보연구소 부소장은 “중국 정유사들이 미국산 원유에 최적화되도록 설비를 개조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며 “변동성이 큰 미국 공급망에 장기적으로 의존하는 것에 대해 중국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또한 중국이 중동 분쟁을 계기로 비화석 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 자급자족’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측이 관세 인하와 에너지 대량 구매를 주고받는 ‘빅딜’에 성공할지 여부가 향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