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란드 정부가 비유럽연합(EU) 출신 유학생이 기초 사회부조를 단 한 차례라도 신청할 경우 거주 허가를 취소하는 강도 높은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유학생은 체류 기간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원칙을 강화하려는 조치다.
11일 핀란드 이민국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페테리 오르포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 정부는 비EU 및 비유럽경제지역(EEA) 출신 고등교육 및 중등교육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민 규정 강화안을 발표했다.
현재는 유학생이 사회부조를 받을 경우 거주 허가 취소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참고 자료로만 활용되지만, 새 법안이 통과되면 핀란드 사회보험기관(Kela)으로부터 단 한 번이라도 급여를 받는 즉시 거주 허가 취소 사유가 된다. 이 규정은 의회 승인을 거쳐 2026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핀란드 고용경제부 자료에 따르면, 유학생들의 복지 혜택 이용은 극히 드문 편이다. 2023년 9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3만 7천여 개의 학생 거주 허가를 검토한 결과, 사회부조를 신청한 사례는 333건(약 0.9%)에 불과했다. 기존에는 일회성 지급이 허가 취소로 이어지지 않아 실제 취소 사례는 없었으나, 정부는 이번 법안을 통해 ‘자급자족’ 원칙에 대한 강력한 신호를 보내겠다는 의지다.
마티아스 마르티넨 고용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대부분의 유학생은 재정 조건을 잘 준수하고 있지만, 유학생들이 취약한 상태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고 허가 조건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하기 위해 이번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핀란드 정부는 이 외에도 추가적인 규제안을 준비 중이다. 유학생 가족이 동반 거주 허가를 신청하려면 학생이 핀란드에 최소 1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냉각기’ 조항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는 가족이 이주하기 전 핀란드의 높은 생활비를 충분히 파악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또한 학생이 증명해야 하는 재정 자원을 구체적인 액수로 명시하고, 학업 이수를 위한 언어 능력 요건도 추가할 방침이다.
이러한 핀란드의 움직임은 최근 국제 학생 유입을 제한하려는 서구권 국가들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캐나다는 학생 비자 발급 상한선을 대폭 낮췄고, 영국은 석사 과정생의 가족 동반을 금지했으며, 호주는 비자 수수료를 두 배 가까이 인상했다.
그간 핀란드는 2017년 등록금 도입 이후에도 영어권 국가에 비해 저렴한 학비와 개방적인 정책으로 아시아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였다. 2023년 기준 핀란드 내 국제 학생은 약 2만 2천 명이며, 이 중 베트남 출신은 약 2천 명에 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