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하노이 인근 다이쑤옌(Dai Xuyen)면에서 발생한 열차와 전기차의 충돌 사고가 베트남 철도 네트워크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과 인프라 결함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인식 변화에만 기대를 거는 정책은 한계에 부딪혔으며,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6일 베트남 철도 당국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베트남 전역에서 발생한 철도 사고는 총 65건으로 집계됐다. 이 사고로 32명이 목숨을 잃고 30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의 절반가량은 평면 교차로에서 발생했으며, 특히 전체 사고의 42%는 주민들이 임의로 만든 무허가 비공식 건널목에서 일어났다. 현재 베트남 전국 철도망에는 이러한 불법 건널목이 2,350여 개나 방치되어 있다.
철도 안전 사고는 개인의 부주의뿐만 아니라 제도적 허점에서도 기인한다. 지난 12일 닥락(Dak Lak)성에서는 10세 소년이 할아버지가 운전하던 농기계를 타고 무허가 철길을 건너다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반면, 지난 6일 다낭(Da Nang)에서는 안전 수칙에 따라 차단기를 내리는 철도 직원을 한 여성이 폭행하는 등 의도적인 법규 위반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오는 5월 15일부터 철도 안전 수칙 위반 시 개인에게 최대 2,500만 동(약 980달러)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행정처분 시행령(제81호)을 발효할 예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속 강화만으로는 뿌리 깊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세 가지 시스템적 공백을 짚었다. 첫째는 장애물을 감지하는 센서 없이 단순 타이밍에 의존하는 차단기 시스템이며, 둘째는 대체 도로 없이 건널목만 폐쇄하는 미흡한 도시 계획, 셋째는 민간 업체 소속 검문소 직원들의 법적 단속 권한 부재다.
해외 사례는 기술과 설계의 중요성을 입증한다. 일본의 경우 장애물 감지 센서를 갖춘 건널목의 사고율이 센서가 없는 곳보다 4배 가까이 낮다. 동일본여객철도(JR동일본)는 평면 교차로를 입체화하고 안전 시스템을 고도화하여 1987년 247건이었던 사고를 2016년 39건으로 대폭 줄인 바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 내에서도 무허가 통로를 조속히 폐쇄하되 대체 터널이나 진입로를 확보하고, 물동량이 많은 건널목에는 장애물 감지 센서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계획 중인 남북 고속철도는 설계 단계부터 평면 교차로를 완전히 배제해야 하며, 현장 소방·안전 요원들에게 공무 수행에 준하는 법적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철도 안전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닌 국가의 설계와 예산 집행의 책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