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의 젊은 직장인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배달 음식 대신 ‘시간제 요리사’를 고용해 집밥을 해 먹는 새로운 주거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과거 부유층이나 대가족의 전유물이었던 가사 서비스가 1인 가구와 젊은 커플을 위한 실속형 서비스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20일 현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Hanoi(하노이), Ho Chi Minh(호찌민), Da Nang(다낭) 등 주요 대도시를 중심으로 시간제 홈쿠킹 서비스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가사 서비스 앱 비타스끼(bTaskee)는 올해 초부터 요리 서비스 수요가 약 30% 증가했으며, 이용자의 대부분이 35세 미만의 미혼자나 젊은 부부라고 밝혔다.
이러한 트렌드의 배경에는 건강과 경제성, 그리고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다. Hanoi의 한 테크 기업에서 근무하는 하이 응옥(Hai Ngoc, 27) 씨는 잦은 배달 음식 섭취로 위장 장애를 겪은 후 시간당 약 10만 동(약 4달러)을 지불하고 출장 요리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배달 음식은 하루 15만~20만 동이 들지만 품질이 일정하지 않다”며 “장보기 비용과 인건비를 합쳐 40만 동 정도면 이틀 치의 건강한 북부식 집밥을 먹을 수 있어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도 비용 절감을 위해 이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Ho Chi Minh 반랑(Van Lang) 대학교에 재학 중인 응우옌 카인 안(Nguyen Khanh An) 씨는 룸메이트 5명과 함께 요리사를 고용한다. 1인당 하루 15만 동씩 쓰던 외식비를 줄여, 현재는 인당 단돈 몇만 동으로 세 가지 요리가 포함된 식사를 즐기고 있다.
시장 변화에 따라 가사 서비스 업체들의 고객층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Ho Chi Minh의 가사 서비스 업체 구비(Guvi)에 따르면, 월간 이용자 2만 5,000명 중 25~34세 싱글 및 커플 비중이 가구 고객을 추월하며 전년 대비 27% 성장했다. 이들은 주로 아파트에 거주하며 기름기가 적은 식단이나 개인화된 메뉴를 선호하는 특징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도시 노동 분업의 현대적 변화로 분석한다. 팜 응옥 쭝(Pham Ngoc Trung) 전 신문방송아카데미 학장은 “과거에는 입주 도우미를 고용해 전반적인 가사를 맡겼으나, 현대의 젊은이들은 사생활을 보호받으면서 필요한 서비스만 골라 쓰는 시간제 모델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사회학자인 호앙 하(Hoang Ha) 베트남 여성아카데미 강사는 “가사 노동을 외부 서비스에 맡기는 것을 게으름으로 치부하던 과거와 달리, 현대의 청년들은 이를 삶의 질을 높이고 가족 간의 갈등을 줄이는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고 있다”며 “요리 실력이 행복의 유일한 척도가 아닌 시대가 됐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