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의 한 해 성적표를 공유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정기 주주총회가 최근 베트남에서는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이해와 사과를 구하는 대화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시장이 점차 전문화되고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짐에 따라, 기업 총수들은 어려운 경영 판단이나 주가 하락에 대해 직접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 16일 하노이 FPT 타워에서 열린 FPT의 2026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쯔엉 자 빈(Truong Gia Binh) 이사회 의장은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주가 급락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응답했다. FPT 주가는 2026년 초 대비 약 23% 하락했으며, 2025년 1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와 비교하면 약 44%나 빠진 상태다. 빈 의장은 전체 시장이 상승 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FPT의 주가가 장기간 하락세를 이어가며 주주들의 자산에 손실을 끼친 점에 대해 솔직한 공유와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FPT는 현재 진정한 재탄생의 과정에 있다”고 강조하며, 향후 5~10년 내에 국가 핵심 기술을 장악하고 글로벌 AI 및 디지털 전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장기적인 확신을 주주들에게 당부했다.
철강왕으로 불리는 호아팟(Hoa Phat) 그룹의 쩐 딩 롱(Tran Dinh Long) 의장 역시 과거 주주들의 양해를 구하며 정책을 수정한 사례가 있다. 2025년 주주총회 당시 호아팟은 당초 계획했던 현금 배당(5%)과 주식 배당(15%)안을 철회하고 20% 전액 주식 배당으로 급선회했다. 수입 관세 정책 변화 등 외부 변수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신중한 결정이었다. 롱 의장은 단기적인 현금 흐름을 기대했던 주주들에게 지지와 이해를 부탁하며, 특이 사항이 없다면 2026년부터는 다시 현금 배당 정책으로 복귀하겠다고 약속하며 주주들을 안심시켰다.
더욱 직접적으로 사죄의 뜻을 표한 경우도 있다. 부동산 대기업 노바랜드(Novaland)의 부이 타인 년(Bui Thanh Nhon) 회장은 2023년 주주총회에서 유동성 위기로 프로젝트가 중단되고 주가가 폭락한 사태에 대해 주주와 고객, 직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년 회장은 예상치 못한 도전 과제들로 인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을 인정하며 기업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머리를 숙였다. 상장 기업 총수가 공식 석상에서 공개 사과를 하는 것은 베트남 증시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오늘날의 주주총회는 단순히 사업 지표를 통과시키는 자리를 넘어 경영진과 주주 간의 실질적인 소통 공간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영진의 사과와 양해는 시작일 뿐이며, 주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주총 이후의 실행력이라고 지적한다. 실적 개선과 현금 흐름 확보, 그리고 공언한 장기 전략의 실현 여부가 결국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결정짓는 핵심 잣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