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증시가 시장 승격이라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센 매도세에 직면했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4개월여 만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베트남 주식시장에서 약 40조 동(한화 약 2조 1,000억 원) 규모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5년 역대급 매도세에 이어 자금 유출 흐름이 멈추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핀하이(Finhay) 증권이 주최한 ‘2026년 2분기 자금 흐름 지도’ 프로그램에서 비엣콤은행 자산운용(VCBF)의 응우옌 주이 아잉 투자포트폴리오 이사는 이러한 유출의 주요 원인으로 글로벌 자금 이동의 변화를 꼽았다. 미국 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이 신흥국 등 위험 시장에서 자금을 빼 미국 본토로 회귀시키는 흐름이 뚜렷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베트남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태국 등 인근 동남아 시장에서도 환율 리스크로 인한 매력도 저하가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 승격 소식에도 외인 자금이 즉각 유입되지 않는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차’를 원인으로 들었다.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은 시장이 공식적으로 승격되고 지수에 편입된 이후에나 비중에 맞춰 들어오기 시작한다. 반면 선제적으로 움직였던 액티브 자금은 이미 수년 전부터 유입되어 있었기에, 오히려 지금을 차익 실현과 자금 회수의 적기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전망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시장 승격 확정 이후 베트남 시장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새로운 투자 그룹의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들이 실제 투자를 결정하고 자금을 집행하기까지는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연구 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초 사이에 외국인 자금 유입이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우량한 투자 기회의 부족과 외국인 소유 한도(Room) 제한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형 국영기업의 주식회 전환과 기업공개(IPO)를 가속화하여 새로운 우량주를 공급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1년 내에 관련 제도 정비와 기업 연구가 마무리되면 베트남 증시가 다시 한번 외국인 자금의 주목을 받는 시점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