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감소로 인해 지도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스페인의 한 작은 마을이 파격적인 이주 조건으로 ‘생존 투쟁’에 나섰다. 16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스페인 소리아(Soria) 주에 위치한 아레니야스(Arenillas) 마을은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해 주택 무상 임대와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착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프로그램 공고가 나간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스페인 전역에서 116가구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아레니야스 문화협회의 로드리고 기스메라 회장은 신청자 중에는 도시의 복잡한 삶에 지친 사람부터 안정을 꿈꾸는 젊은 부부까지 매우 다양하다고 전했다. 마드리드에서 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이 마을은 한때 번성했으나 현재 상주 인구가 40명에 불과할 정도로 쇠락했다. 8월 축제 기간에는 고향을 찾은 이들로 300명까지 늘어나지만 축제가 끝나면 마을은 다시 고요 속에 잠긴다.
30㎢ 면적의 이 마을에는 상점이나 식당이 하나도 없으며 가장 가까운 학교는 25km나 떨어져 있다. 주민들은 정기적으로 마을을 찾아오는 이동식 트럭을 통해 빵 등 생필품을 조달하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아레니야스 시의회는 이주 가족을 위해 개조된 주택 7채를 준비했다. 이주 가구는 월세를 전혀 내지 않고 개인 생활비만 부담하면 된다. 특히 마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어린 자녀가 있는 가구를 최우선적으로 선발한다.
정착 가구에는 공공 시설 보수를 담당하는 석공직 등 안정적인 공공 일자리가 제공된다. 또한 마을의 ‘영혼’이라고 불리는 공동체 센터 내 바(Bar) 운영권도 부여한다. 기스메라 회장은 “바는 단순히 음료를 파는 곳이 아니라 주민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소통의 장”이라며 새 주민이 마을에 빠르게 동화될 수 있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카스티야 이 레온 지방 정부는 인근 도시 학교까지 통학 버스 비용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원격 근무자를 위한 초고속 인터넷망도 구축하여 디지털 유목민들의 이주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스페인 내에서 ‘텅 빈 스페인’이라 불리는 지역들의 인구 절벽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아레니야스의 이 파격적인 실험이 마을의 재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