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금리가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베트남의 주요 대형 기업들이 막대한 현금을 은행에 예치해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거두는 이른바 ‘현금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12일 증권업계와 각 사의 2025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상당수 상장사가 생산 설비 투자 대신 은행 예금을 선택하며 매년 수조 동 규모의 금융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베트남 최대 보험사인 바오비엣(Bao Viet) 그룹이다. 바오비엣의 2025년 만기 보유 투자 자산은 약 259조 4,770억 동으로 전년(225조 4,000억 동) 대비 크게 늘었다. 특히 1년 미만 단기 예금이 약 120조 동, 장기 예금이 약 27조 동에 달해 총 예금 규모가 146조 5,000억 동(한화 약 7조 9,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그룹 전체 자산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바오비엣은 이를 통해 지난해에만 7조 2,600억 동의 이자 수익을 거뒀으며, 전체 금융 수익은 14조 400억 동에 육박했다.
통신 및 에너지 업종의 ‘현금 부자’ 기업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비엣텔 글로벌(Viettel Global)은 약 45조 동의 현금을 보유 중이며, 이 중 정기 예금만 30조 6,600억 동에 달한다. 에너지 분야의 빈선정유(BSR)와 PV 가스(PV GAS)도 각각 43조 7,600억 동과 40조 동 수준의 현금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전체 현금의 약 82%를 이자 수익이 발생하는 정기 예금에 배분했다.
이외에도 FPT, 모바일월드(MWG), 페트로리멕스, 화팟(HP), 비나밀크 등 업종별 대표 기업들이 수십조 동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역시 자금 운용 효율화를 위해 은행 예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25년 말부터 2026년 초까지 베트남 시중은행들이 정기 예금 금리를 기존 5~6%에서 7~8% 수준으로 올리고, 거액 예금에 대해 최고 9% 이상의 금리를 제시하면서 기업들의 자금이 은행으로 쏠리는 현상이 가속화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에 은행 예금은 리스크 없이 안정적인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최적의 투자처”라며 “단순히 자금을 보관하는 수준을 넘어 연간 수조 동의 이익을 내는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확보한 이 자금이 향후 경기 반등 시점에 공격적인 투자로 전환될 수 있는 ‘실탄’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