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산 수입품에 대해 최대 50%의 무거운 관세 폭탄을 투하하면서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총리가 거센 시험대에 올랐다. 협상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지, 아니면 맞보복 관세로 대응하며 갈등 수위를 높일지를 두고 치열한 장고에 돌입했다.
24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카니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북중미 3국이 공동 개최한 월드컵 결승전과 폐막식을 함께 관람하며 온화한 분위기를 연출했으나, 불과 24시간 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미국·메시코·캐나다 협정(USMCA) 우혜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캐나다산 주요 수입품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3개 행정 문서에 전격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캐나다, 메세코와 진행 중인 USMCA 재검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압박 전술로 풀이된다. 현행 USMCA는 6년마다 이행 사항을 점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지난 7월 1일부터 첫 재검토가 시작됐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현 상태 그대로의 협정 연장에는 동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웨스턴 대학교 아이비 경영대학원의 마무드 난지(Mahmood Nanji)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先) 압박, 후(後) 협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측이 제시한 관세 대상 품목에는 하키 채, 오리털 점퍼 등 캐나다를 상징하는 제품들이 다수 포함됐다. 반면 원유, 가리, 핵심 광물 및 자동차 부품 등은 제외해 미국 내 소비자 및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캐나다에 정치·경제적 타격을 주도록 치밀하게 계산됐다.
캐나다는 전체 수출의 약 75%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어 전면적인 무역 전쟁이 발발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새로운 관세안은 오는 8월 19일부터 효력이 발생해 캐나다에 협상 시간이 남아있지만, 카니 총리의 셈법은 복잡하다. 지나친 양보는 캐나다 국민과 주(州)정부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최대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온타리오주의 더그 포드(Doug Ford) 주지사는 대미 유화책을 중단하고 강력한 맞보복에 나설 것을 공개 촉구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 조치의 영향을 받는 품목이 캐나다 전체 대미 수출의 약 5%(300만 달러 규모)에 달하며, 고용 시장에서 약 10만 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나다 대형 은행(BMO, CIBC, TD) 경제학자들 역시 제조 기업들이 50%의 고율 관세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대규모 감원과 조업 중단이 잇따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카니 총리는 미국 측의 관세 부과가 USMCA 위반임을 지적하면서도 무작정 판을 깨기보다는 철강, 알루미늄, 목재, 자동차 등 핵심 산업을 아우르는 Comprehensive(포괄적) 협정을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다. 제이미슨 그리 어(Jamieson Greer) 미 무역대표부 대표 역시 카니 총리의 태도에 대해 “강경하면서도 온건하다”고 평가하며 양국 간 물밑 협상이 계속 진행 중임을 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