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연구진이 1,000명 이상의 베트남인 게놈(유전체) 데이터를해독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공개하며, 베트남인에 특화된 정밀 의료와 예방 의학 발전을 위한 핵심 기반을 마련했다.
24일 과학기술계 및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빈유니(VinUni) 대학교의 보 시 남(Võ Sỹ Nam) 박사와 부 하 번(Vũ Hà Văn)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진은 베트남인 유전체 연구 결과인 ‘VN1K’ 프로젝트 논문을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7월 22일 자에 게재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빈유니대, 하노이 백과대, 하노이 국립대, 하노이 의대, 호찌민 국립대, 베트남 과학기술원, 빈멕(Vinmec) 의료시스템 및 호주 퀸즐랜드대, 미국 휴스턴 메디컬 리서치, 코넬대 등 국내외 4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했다.
프로젝트를 발의한 부 하 번 교수는 VN1K가 베트남 전국 53개 성·시 출신 베트남인 1,011명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해 구축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통해 4,200만 개 이상의 유전 변이가 기록되었으며, 이 중 약 850만 개는 기존 국제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 않은 베트남인 특유의 변이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베트남 최초의 대규모 인구 참조 유전체인 ‘베트남 범유전체 참조 데이터(VPR)’를 완성했다.
기존에는 글로벌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내 베트남인 관련 정보가 매우 부족해 베트남인의 질병 위험성이나 약물 반응성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이번에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약물 효과 예측, 질병 진단, 유전 분석의 정확도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VN1K 데이터 분석 결과, 뇌전증(간질) 치료제인 카르바마제핀 복용 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HLA-B*15:02’ 유전자형이 베트남인의 23.24%에서 발견됐다. 이 발견은 취약계층 소아 뇌전증 환자들에게 투약 전 유전자 검사를 제공하는 사업에 적용되어 약물 부작용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또한 특정 질환과 관련된 PMFBP1, GCNT2 유전자 변이는 베트남인에게서 14.84%의 높은 비율로 나타난 반면 유럽인에게서는 0.5% 미만으로 희귀했다. 반대로 선천성 전신 지방질이상증 및 유방암과 관련된 HNRNPUL2, BSCL2 유전자 변이는 유럽인(28.93%)이나 남아시아인(28.12%)에게서 흔하게 관찰된 것과 달리 베트남인에게서는 10% 미만으로 나타났다.
VN1K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주요 상용화 성과로는 Vingroup 등의 투자를 받아 설립된 젠스토리(GeneStory)사의 유전자 분석 칩 ‘빈젠칩(VinGenChip)’이 꼽힌다. 이 칩은 베트남인 특유의 유전 변이 수만 개를 동시에 분석해 약물 반응 예측, 질병 위험 스크리닝, 유해 유전자 식별 등을 수행한다. 현재 전사자 유해 찾기 사업에서 유가족과 유해의 DNA 대조 작업에 시범 적용되고 있으며, 해외 수입 기술 대비 대폭 저렴한 비용과 높은 정확도를 입증했다.
보 시 남 박사는 향후 VN1K 데이터를 활용해 베트남인에게 흔한 암, 대사 질환, 노화 관련 질환의 위험도 및 주요 의약품 적응도를 예측하는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번 교수는 수입 유전자 데이터에 의존하지 않고 베트남인 맞춤형 정밀 의료를 구현함으로써 국민 건강 증진과 의료비 부담 경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연구진은 현재 VN1K의 샘플 규모가 전체 베트남 인구 대비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며, 향후 연구 범위를 더욱 확장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장기적인 투자와 지원이 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