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녀 양육비 부담과 경제적 압박 등으로 인해 추가 출산을 포기하고 스스로 정관수술(Triệt sản nam)을 선택하는 젊은 베트남 가장들이 늘고 있다.
24일 베트남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하노이 E병원 비뇨기·남성의학과에는 자녀를 1명만 둔 상태에서 정관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30대 남성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35세 남성 A씨는 매달 자녀 교육비(정규 수업, 영어, 예체능 학원비 등)와 식비, 주말 여가 비용으로만 2,000만~2,500만 동(한화 약 110만~138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 이는 한 가구의 외벌이 수입을 넘어서는 금액으로, 경제적 가중은 부부간의 갈등과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A씨는 “육아 부담과 경제적 압박 때문에 아이를 더 낳기가 두렵다”며 “피임약 부작용을 호소하는 아내의 부담을 덜고 재정적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술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상담을 진행한 팜 꽝 카이(Phạm Quang Khải) 전문의는 30~35세 연령대에서 느끼는 육아 부담이나 출산 기피 심리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며 신중한 결정을 권고했다. 카이 의사는 “향후 자녀가 자라고 경제 상황이 안정되었을 때 추가 출산을 원하게 될 수 있다”며 “정관 복원 수술은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성공률이 100%에 미치지 못하며, 시험관 아기(IVF) 등 난임 시술 비용 부담도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반면 자녀 수가 많은 가구에서는 수술 결정이 보다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이미 자녀 3명을 둔 38세 남성 B씨는 부부 합의하에 자녀를 충실히 양육하기 위해 E병원을 찾아 15분 만에 정관 결묶 수술을 마쳤다.
베트남 통계총국(GSO)에 따르면 베트남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여성 1인당 1.96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2024년에는 대체출산율(2.1명)을 밑도는 1.91명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부담과 커리어 유지 문제로 젊은 층의 결혼과 출산 회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남성 정관수술이 부부간 피임 부담을 나누는 장기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관수술(정관 결묶/절제술)은 정자의 이동 통로를 차단하는 간편한 시술로, 수술 후에도 정상적인 성관계와 사정이 가능하며 호르몬이나 성 기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여성의 난관수술에 비해 침습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미국의 경우 2022년 연방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 이후 젊은 층의 정관수술 비율이 급증했으며,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조사에 따르면 18~45세 미국 남성의 약 5~6%가 정관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역시 공식적인 통계는 없으나 정보 접근성이 높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정관수술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의료진은 외도 후 임신을 피하려는 목적이나 배우자의 강요로 수술을 선택하는 부작용도 존재한다며, 정관수술은 부부가 충분한 대화와 책임감을 바탕으로 결정해야 하며 성매개감염병(STD)까지 예방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