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하노이와 호찌민 등 베트남 증시에서 상장 기업들이 추진하는 주식 발행 및 기업공개(IPO)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식 시장이 기업들의 중장기 자금 조달 창구로서의 역할을 본격적으로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되지만, 하반기 200조 동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 공세가 예고되면서 주가 가치 희석과 수급 부담에 대한 경고음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16일 현지 금융 데이터 분석 기관인 피인그룹(FiinGroup)이 발간한 최신 시장 자금 조달 보고서 등에 따르면, 올해 베트남 상장 기업 및 비상장 주식시장(UPCoM) 등록 기업들이 수립한 자본 확충 및 IPO 계획 총액은 약 289조 5,000억 동(한화 약 15조 9,2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5년 대비 86.5퍼센트 급증한 수치이자 최근 5년 평균치와 비교해도 2.5배에 달하는 규모다. 자산 시장이 초호황기였던 지난 2021년의 기록을 넘어 베트남 증시 역사상 전례가 없는 사상 최대 수치다.
특히 피인그룹은 상반기까지 계획의 약 30퍼센트만이 소화된 상태여서, 전체 예정 물량의 70퍼센트에 달하는 약 200조 동(한화 약 11조 원) 규모의 신주가 올해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쏟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종별로 보면 은행권이 사상 최대 규모의 증자 사이클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현지 은행들의 주식 발행 계획 규모는 약 128조 동으로, 2025년 실적 대비 7배 이상 폭증했으며 최근 5년 평균보다 71.6퍼센트 늘어났다. 신용 대출 증가 속도가 예금 유입보다 빨라지자 비에com뱅크(VCB), 비에틴뱅크(BID), VP뱅크(VPB), HD뱅크(HDB), MB뱅크(MBB), 국민국제은행(NVB) 등이 자기자본(국제기준 바젤II 기준 자본캡 1) 확충과 대출 여력 확대를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전략적 지분 매각) 가이드라인을 전방위적으로 가동한 결과다.
비은행권에서는 증권사와 건설·부동산 업종에 자본 조달이 집중됐다. 호찌민증권(HCM), VNDirect증권(VND), VFS증권(VFS), 비에트래곤증권(VDS) 등 증권사들은 신용융자(마진론) 자금 확보와 고유계정(자체 투자) 확대를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약 48조 2,000억 동을 조달할 계획이다. 장기 불황을 겪어온 부동산 업계 역시 노바랜드(NVL), 외국인투자개발(FDC), 베트남고무그룹(VRG) 등을 중심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퍼센트 급증한 37조 3,000억 동 규모의 주식 발행을 추진 중이다.
다만 올해 IPO 시장은 예년과 체질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총 IPO 목표액은 약 22조 4,000억 동으로 대형 국영기업의 민영화 물량이 쏟아졌던 2017~2018년의 호황기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과거 국영기업 지분 매각 위주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들의 자회사 분사(Spin-off) 및 지배구조 개편이 주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증권가에서는 LPBS와 KAFI증권 등이 주식 시장 진입을 예고했으며, 유통 대기업인 디엔마이싸이(Dien May Xanh)가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면 투자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골든게이트, 하이랜드 커피, 더크라운엑스(The CrownX), 롱쩌우 등 대형 우량주들의 구체적인 행보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투자 전문가들은 하반기 공급될 대규모 주식 물량이 시장의 기초 체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상증자와 주식 배당을 포함해 올해 새로 늘어나는 주식 수는 총 482억 주로, 2025년 말 전체 유통 주식 수의 17.1퍼센트에 달하는 사법적 물량 폭탄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 외국인 투자자들의 단호한 순매도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시중의 매수 에너지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며 “단기간에 신주가 대거 상장될 경우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고 증시 전체의 밸류에이션 상단을 제한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종목별 수급 지표를 면밀히 따져야 한다”고 자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