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국영 석유가스그룹(PVN)이 지난해 해외 시장에서 30억 달러를 넘어서는 거대한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민간 대기업인 FPT, 빈밀크, 빈패스트 3사의 해외 매출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큰 규모다. 다만 글로벌 원유 거래 특성상 매출 규모에 비해 실제 남는 이익은 크지 않아 외형 성장에 걸맞은 내실 다지기가 과제로 지적됐다.
16일 PVN이 공개한 2025 회계연도 감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PVN의 해외 시장 순매출액은 전년 대비 112.8퍼센트 급증한 82조 9,430억 동(한화 약 4조 5,600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싱가포르 시장에서의 매출이 전년도 29조 140억 동에서 지난해 73조 9,100억 동으로 154.7퍼센트 폭증하며 전체 해외 실적을 견인했다. 반면 싱가포르 외 기타 국가에서의 매출은 9조 33억 동으로 전년도(9조 9,650억 동) 대비 소폭 감소했다.
이 같은 PVN의 해외 매출 규모는 글로벌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베트남 주요 상장 기업들을 크게 압도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FPT의 해외 매출은 33조 3,080억 동, 빈밀크는 12조 6,820억 동을 기록했으며 빈패스트의 해외 매출 추정치는 약 9조 7,980억 동 수준이었다. 이들 3사의 해외 매출 총합은 약 55조 7,880억 동으로, PVN 한 곳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매출이 이보다 33퍼센트가량 더 많다. 해외 이동통신 사업을 영위하는 비엔텔 글로벌(Viettel Global)의 지난해 순매출(44조 2,710억 동)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큰 수치다.
그러나 매출 외형의 폭발적인 성장과 달리 수익성 지표는 극히 저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PVN이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둔 매출총이익은 1,540억 동에 불과했으며, 기타 국가에서는 1조 3,490억 동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전체 해외 부문 매출총이익은 총 1조 5,020억 동으로 전년도(1조 5,700억 동)보다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해외 매출총이익률은 단 1.8퍼센트에 그쳐, 내부 거래 제거 후 그룹 전체가 거둔 연결 매출총이익률(약 11.2퍼센트)을 크게 밑돌았다.
이는 다른 베트남 기술·소비재 기업들의 해외 성적표와 비교하면 질적 차이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해 FPT는 해외에서 29.8퍼센트의 이익률을 기록하며 9조 9,440억 동의 매출총이익을 올렸고, 빈밀크 역시 해외 이익률 41퍼센트를 달성해 5조 1,970억 동을 남겼다. 해외 사업이 주력인 비엔텔 글로벌의 연결 매출총이익률은 무려 51.3퍼센트에 달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러한 차이가 사업 포트폴리오의 본질적 특성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기술이나 통신, 정밀 유통과 달리 PVN의 해외 매출은 국제 원유 거래 및 중개 무역, 글로벌 유통 가이드라인의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거래 대금 자체는 수조 동 단위로 비대하게 잡히지만 마진율은 극히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PVN의 사업 부문별 실적을 보면 무역·유통 부문 매출이 433조 2,080억 동으로 그룹 내 최대 규모였으나, 이 부문 이익률 역시 2.3퍼센트(매출총이익 9조 9,670억 동) 수준에 머물렀다.
이 무역·유통 부문의 핵심 축은 PVN이 지분 80.52퍼센트를 보유한 자회사 베트남오일주식회사(PVOIL)다. 피비오일의 지난해 연결 기준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71퍼센트 이상 증가한 59조 9,140억 동에 달했다. 피비오일은 현재 싱가포르에 독자적인 해외 법인을 두고 국제 주식 및 현물 시장에서 원유와 석유 제품의 매매·중개 거래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한편, 이번 감사보고서에서는 PVN의 해외 합작 투자 및 지분 참여 법인들의 명암도 함께 교차했다. 가장 효자 노릇을 한 곳은 러시아 합작 법인인 루스비에트페트로(Rusvietpetro)다. PVN이 지난해 루스비에트페트로로부터 수령한 배당금 및 분배 이익은 5조 5,990억 동으로 전년도(5조 1,110억 동) 대비 견고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자회사인 베트남석유시추탐사공사(PVEP)가 1,583억 동을 투자한 베네수엘라의 페트로마카레오(Petromacareo) 합작 법인은 파트너사 간 승인된 사업 계획이나 예산이 전무해 사실상 영업 활동이 중단된 상태로 확인됐으며, 현재 투자 원금 전액에 대해 손실 충당금(부실 채권 방어용) 적립 제재 처리가 완료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