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금융 시장에서 아시아 지역이 금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전격 부상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 자산을 안전하게 보존하려는 중국, 인도 등 아시아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아시아 금 ETF의 자산 규모가 전례 없는 속도로 팽창 중이다.
15일 세계금위원회(WGC)의 최신 통계 및 글로벌 자산운용 업계 등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6월 5일 기준 아시아 지역 금 ETF가 보유한 금 현물 수량은 약 521톤(t)으로 집계됐다. 이는 과거 2024년 이전 150톤 미만에 머물던 수준과 비교해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현재 북미(2,067톤)나 유럽(1,443톤)의 절대적인 보유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자금 유입 속도 면에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아시아 금 ETF는 80톤 이상의 금을 순매수했다. 이는 동기 유럽 지역의 순매수량보다 4배나 많은 규모다. 반면 자산 시장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인 북미 지역에서는 금 ETF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며 약 30톤에 가까운 금이 매도됐다. 글로벌 자금의 헤지(위험 분산) 수요가 서구권에서 동구권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지난 2025년 한 해 동안 아시아 금 ETF로 유입된 자금은 약 250억 달러로, 이는 이 지역에 첫 금 ETF가 도입된 2007년부터 2024년까지의 누적 유입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아 세계금위원회로부터 ‘전례 없는 역사적 기록’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돌풍의 양대 축은 단연 중국과 인도다. 중국의 경우 고질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와 경기 둔화 우려, 미·중 갈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민간 자금이 금으로 대거 대피하고 있다. 특히 실물 금을 직접 보관하는 번거로움 없이 모바일 뱅킹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주식처럼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ETF의 하이테크 편의성이 젊은 투자층을 사로잡았다. 전통적인 금 소비 강국인 인도 역시 장신구 위주의 소비 관행에서 벗어나 높은 유동성을 보장하는 금융 상품으로서의 금 ETF 투자가 대안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현지 펀드 업계 자료를 보면 2025-2026 회계연도 기준 인도 금 ETF로의 자금 유입액은 전년 대비 4.5배 폭증한 69조 루피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돌파했다.
이외에 일본과 한국 등 동아시아 주요국에서도 금 ETF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일본의 경우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박과 엔화 가치 하락(엔저 현상)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금 매수세가 이어졌으며, 한국 역시 국내 증시의 변동성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헤지 성격의 자금이 금으로 유입됐다. 여기에 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금 ETF 보유량이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인 801톤가량 증가하고, 글로벌 금 수요 중 ETF가 차지하는 비중이 16퍼센트까지 수직 상승하면서 자산 시장 내 금의 위상이 단순 방어용에서 적극적인 자산 증식 수단으로 체질 전환을 이뤄냈다.
금융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의 장기 분쟁과 글로벌 통상 마찰 등 사법적·지정학적 지표들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각국 중앙은행마저 금 비축량을 계속 늘리고 있어 아시아발 금 ETF 열풍이 당분간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동방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한 글로벌 금 시장의 자금 흐름은 향후 국제 금시세의 방향타를 쥐는 가장 매서운 핵심 가이드라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