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님 오신 날(5월 24일)을 앞두고 한국 불교의 중심지인 서울 조계사에서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법명을 받고 불교에 귀의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인간과 기술의 공존을 모색하는 이색적인 시도로 풀이된다.
13일 대한불교조계종과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조계사에서 중국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가 개발한 G1 휴머노이드 로봇이 수계식을 갖고 법명 ‘가비(Gabi)’를 받았다. 조계종은 이번 행사를 통해 로봇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공존하기 위한 도덕적 지침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수계식은 불교의 가르침과 공동체에 헌신할 것을 다짐하는 의식이다. 이날 회색과 갈색 승복을 차려입은 로봇 가비는 “로봇 스님, ‘네, 정진하겠습니다’라고 답하십시오”라는 큰스님의 요청에 “네, 정진하겠습니다”라고 또렷이 답했다. 이어 스님들은 가비의 목에 염주를 걸어주며 정식 승려가 되었음을 인증했다.
조계종 문화부장 성원 스님은 “법명 ‘가비’는 부처님의 본명인 고타마 싯다르타와 한글 단어 ‘자비’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의식의 세부 절차도 로봇에 맞춰 조정됐다. 예비 승려가 팔에 향으로 연비를 받는 전통 의식 대신, 가비의 팔에는 연등회 스티커가 붙여졌다. 불교의 기본 계율인 ‘오계’ 역시 로봇용으로 재해석됐다. ▲생명을 보호할 것 ▲다른 로봇이나 재산을 훼손하지 말 것 ▲인간을 존중하고 복종할 것 ▲기만 행위를 피할 것 ▲과충전을 하지 않고 에너지를 절약할 것 등이 그 내용이다.
성원 스님은 “현재 단계에서는 다소 어색해 보일 수 있지만, 로봇을 위해 마련된 이 오계가 불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로봇과 함께 공존하기 위한 기본적인 원칙으로 고려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번 시도는 불교계가 첨단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포교의 범위를 넓히고, 미래 사회의 윤리적 기준을 선제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 언론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