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헨티나 남단에서 출발해 대서양을 횡단하던 호화 크루즈선 ‘MV 혼디우스(Hondius)’호가 치명적인 한타바이러스(Hantavirus) 발병으로 공포에 휩싸였다. 꿈같은 휴가를 즐기려던 한 미국인 의사는 동료 의사마저 쓰러진 절박한 상황에서 배의 주치의를 자처하며 생존자들을 돌보고 있다.
9일 세계보건기구(WHO)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달 아르헨티나에서 출발한 이 크루즈선에서는 현재까지 3명이 숨지고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추가 의심 사례도 속출하고 있어 감염자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사망자 중에는 네덜란드 출신 노부부가 포함됐으며, 이들은 승선 전 아르헨티나 관광 중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오레곤주 출신의 의사 스티븐 콘펠드(Stephen Kornfeld)는 이번 사태의 중심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배의 주치의마저 병에 걸려 쓰러진 뒤 어쩔 수 없이 배의 의사 역할을 맡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달 11일 첫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12~24시간 만에 상황이 급격히 악화했다고 회상했다.
한타바이러스는 설치류를 통해 전염되는 희귀 바이러스로, 이번 발병은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이 있는 안데스(Andes) 변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콘펠드 박사는 “환자들이 고열, 피로,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다가 순식간에 위중한 상태로 변하는 것이 가장 무섭다”며 현장의 긴박함을 전했다. 현재 배의 주치의를 포함한 중증 환자들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병원으로 이송되어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 17명의 미국인을 포함한 140여 명의 승객과 승무원은 아프리카 서해안 케이프베르데 인근에 정박해 있으며, 오는 10일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페(Tenerife) 섬에 입항해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WHO는 대규모 확산 위험은 낮다고 선을 그었지만, 증상이 나타나기 전 배를 떠난 일부 승객들에 대한 추적 조사가 각국에서 진행 중이다.
미국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오레곤주 하원의원 자넬 바이넘(Janelle Bynum)은 SNS를 통해 “연방 정부가 배에 갇힌 시민들을 방치하고 있다”며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안전한 귀국을 위한 실질적인 계획 수립을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상황이 통제되고 있으며 전문가들이 연구 중이니 괜찮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콘펠드 박사는 “한타바이러스는 적절한 시기에 집중 치료를 받느냐에 생사가 달렸는데, 배 안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며 환자들이 조속히 전문 의료 시설로 이송된 것에 안도감을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