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암이 젊은 층을 빠르게 파고들며 ‘암 연소화(젊은 층 발병)’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술·담배를 멀리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이들조차 암 진단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어, 현대 의학이 아직 풀어내지 못한 ‘미지의 변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싱가포르에서 IHH 헬스케어 싱가포르(IHH SG) 주최로 열린 암 환자 케어 컨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동남아시아와 베트남을 포함한 지역의 암 발생 패턴이 복잡하게 변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싱가포르 파크웨이 암센터(Parkway Cancer Centre)의 리차드 켁(Richard Quek) 박사는 “비흡연 여성에게서 폐암이 발견되거나, 50세 미만 젊은 층에서 대장암이 급증하는 현상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켁 박사에 따르면 젊은 층 암 환자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기존의 특수 암 환자, 유전적 요인(약 5%), 그리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환자들이다. 문제는 이 ‘원인 미상’ 그룹이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함에도 암에 걸린 환자들은 “왜 하필 나인가”라고 자문하지만, 의학계는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루센스(Lucence)의 탄 민한(Tan Min-Han) 대표는 “암의 40%는 생활 습관으로 통제할 수 있지만, 나머지 50~60%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다”며 “많은 이들이 이를 단순한 ‘불운’으로 치부하지만, 사실은 인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우리가 아직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 습관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1차 방어선’이다. 파크웨이 암센터의 영양 전문가 제라드 웡(Gerard Wong)은 질병의 30~40%는 위험 요인 조절로 예방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음식의 투명성’을 강조하며 어묵이나 육가공품 같은 가공식품 대신 생선 필레, 닭고기, 채소 등 원재료 상태의 ‘리얼 푸드’를 직접 조리해 먹는 끈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행히 치료 기술의 발전은 절망에 빠진 젊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IHH 헬스케어 싱가포르의 피터 초우(Peter Chow) 대표는 “현대 의학은 단순히 암세포를 제거하는 것을 넘어 건강한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를 활용해 암세포만 공격하는 CAR-T 세포 요법이나, 유전 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형 처방을 내리는 정밀 의료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발전 덕분에 환자들은 생존을 넘어 이전의 직장 생활과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일수록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말라고 입을 모은다. 혈뇨, 혈변, 혹은 장기간 지속되는 소화 불량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내시경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는 저침습적 검사 기술들이 도입되고 있는 만큼, 증상이 없더라도 조기 검진을 받는 것이 생존율을 높이는 ‘항해 지도’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피터 초우 대표는 “암은 단순한 진료 기록 속의 ‘케이스’가 아니라 한 사람의 감정과 가족, 미래가 담긴 사건”이라며 “질병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용기 있게 조기 검진에 임하는 것이 변수 많은 인생에서 스스로의 삶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