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짧은 회복세를 뒤로하고 올해 1분기 들어 다시 급격한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주택 흡수율이 직전 분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시장의 유동성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20일 부동산 서비스 그룹 닷싸인 서비스(Dat Xanh Services) 산하 경제·재무·부동산 연구소(FERI)에 따르면, 1분기 전국 주택 시장의 평균 흡수율(공급 대비 판매량)은 15~2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균 40~45%를 기록했던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시장 활력이 크게 꺾인 수치다.
지역별로는 북부 지역이 기존 50~55%에서 20~25%로 급락했으며, 남부 지역 역시 45~50%에서 25% 미만으로 주저앉았다. 중부와 서부 지역 또한 15~20% 수준으로 하락하며 전국적으로 매수세가 실종된 모습이다. 특히 땅값 상승을 노린 토지(Lanh nen)나 상가(Shophouse), 리조트 등 투자형 상품의 흡수율은 1~3%대에 머물며 사실상 거래가 실종됐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기조 유지를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찐 티 킴 리엔(Trinh Thi Kim Lien) 닷싸인 서비스 부사장은 “1분기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연 12~14%, 변동 금리의 경우 15~16%까지 치솟으면서 구매자들의 자금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2024년 토지법 개정에 따른 새로운 토지 가격표 적용과 부동산 식별 번호 도입 등 투명성 강화 조치도 투자 수요를 억제하는 ‘필터’ 역할을 하고 있다. 리엔 부사장은 “과거처럼 시세 차익을 노리고 빠르게 결정을 내리던 행태가 사라지고, 법적 안정성과 실거주 가치를 꼼꼼히 따지는 신중한 구매 행태가 뚜렷해졌다”고 덧붙였다.
2분기 전망 역시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FERI는 2분기 전국적으로 약 2만 2,000가구의 신규 공급이 예정되어 있으나, 시장 회복 여부는 전적으로 금리와 신용 정책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연구소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는데, 금리가 연 10~12% 수준을 유지하고 흡수율이 30~40%로 소폭 개선되는 ‘중립적 시나리오’가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점쳤다. 만약 금리가 연 12% 이상을 계속 유지할 경우 시장이 부분적으로 ‘동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도 나왔다.
보 후인 뚜안 끼엣(Vo Huynh Tuan Kiet) CBRE 베트남 주택 시장 이사는 “단기적인 급반등 요소는 보이지 않지만, 현재의 시장 정화 과정이 오히려 신뢰도 높은 개발사와 실가치 중심의 안정적인 시장으로 나아가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당분간 부동산 시장은 ‘옥석 가리기’ 단계를 거치며 선별적 투자가 이루어지는 저성장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