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발동한 추가 10% 수입 관세가 본격 시행됐으나, 미 대법원의 판결로 기존의 고율 관세 근거가 사라지면서 오히려 주요 교역 상대국들이 일시적으로 관세 인하 효과를 누리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브이엔익스프레스(VnExpress)와 글로벌 트레이드 얼럿(Global Trade Alert)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서명된 대통령령에 따라 24일 0시 1분을 기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10%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이번 조치는 기존의 철강·알루미늄(232조), 대중국 관세(301조) 등에 더해지는 형태다. 그러나 미 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근거한 관세 부과를 무효로 판결하면서,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은 이전 15.3%에서 오히려 11.6%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브라질·중국·인도 등 대미 관세 대폭 하락
데이터에 따르면 약 90개 교역국이 이전보다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특히 IEEPA를 통해 최고 50%의 징벌적 관세를 맞았던 브라질은 실효 세율이 26.3%에서 10.8%로 크게 낮아졌다.
중국 역시 이전 평균 36.8%에서 26.9%로, 인도는 22.3%에서 13.8%로 각각 하락했다. 베트남(21.6%→16.0%), 태국(19.4%→14.8%) 등 아시아 국가들도 관세 하락의 수혜를 입게 됐다.
카일 핸들리 캘리포니아대(UCSD) 경제학 교수는 “브라질과 인도 등 트럼프 대통령과 무협 협상을 진행했던 국가들이 단기적으로 ‘승자’가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호주, 벨기에 등 일부 국가는 아주 미미한 수준(0.01~0.07%포인트)의 관세 인상을 겪는 데 그쳤다.
◇ 사라진 법적 근거…무역 협상 ‘동력’ 상실 우려
문제는 기존에 체결된 양자 간 무역 협정들의 법적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IEEPA에 근거해 관세율을 낮춰주기로 했던 약속들이 해당 법안의 효력 정지로 인해 이행할 수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인도의 관세를 25%에서 18%로 낮춰주기로 합의했더라도, 기준이 되는 25% 관세 자체가 대법원 판결로 사라지면서 18%로 낮추는 협정의 실효성이 상실된 상태다. 이로 인해 유럽의회(EP)는 최근 미국과의 무역 협정 투표를 전격 연기하고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 트럼프의 ‘보호무역’ 기조는 요지부동…301조 등 공세 강화 예고
단기적으로 관세율은 낮아졌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파고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로봇, 풍력 터빈, 드론 및 의약품 등에 대해 232조 조사를 확대하고, 디지털 무역 관련 301조 조사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파트너 국가들을 향해 “기존 무역 협정에서 탈퇴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다른 법적 도구를 동원해 훨씬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조 브루수엘라스 RSM US 수석 경제학자는 “추가 관세가 최대 15%까지 인상되더라도 대법원 판결 이전보다는 낮은 수준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백악관은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더욱 강력한 법적 틀을 구축해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번 10% 추가 관세(122조)는 150일간의 시한부 조치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이 기간 내에 새로운 법적 근거를 마련하거나 상대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총공세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