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Special – 베트남 미슐랭 2025의 비밀

아시아 미식 강국 도약 신호탄…
CieL은 데뷔 즉시 별 획득 ‘이례적 쾌거’

쌀국수와 반미로만 알려졌던 베트남이 이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9곳을 보유한 아시아 미식 강국으로 변신했다. 세계적 권위의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가 5일(현지시간) 다낭(Da Nang) 인터컨티넨탈 다낭 선 페닌슐라 리조트에서 열린 화려한 시상식에서 베트남 내 1스타 레스토랑을 기존 7곳에서 9곳으로 늘렸다고 발표했다. 2023년 베트남에 첫 발을 디딘 미슐랭이 3년 연속 선정 업체 수를 늘리며 베트남을 아시아 신흥 미식 허브로 공인한 셈이다.

총 181개 식당이 미슐랭 인정
2025년 베트남 미슐랭 가이드에는 총 181개 식당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작년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로, 베트남 요리계의 급속한 발전을 보여주는 지표다.
빕 구르망(Bib Gourmand) 부문에는 63곳이 선정됐으며, 이 중 9곳이 신규다. 빕 구르망은 ‘합리적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에 주는 상이다. 하노이에서는 Ha Thanh Mansion(하 탄 맨션), Pho Bo Lam(포 보 람), Mau Dich So 37(마우 딕 소 37), Uu Dam(우 담), Chan Cam eel vermicelli(찬 캄 장어 쌀국수) 등 5곳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다낭에서는 Banh Xeo 76(반 세오 76), Mrs. Thuong’s Hue Beef Noodle Soup(투옹 부인의 후에 쌀국수), Old Hometown(올드 홈타운), Shamballa(샴발라) 등 4곳이 신규 선정됐다.
미슐랭 셀렉티드(Michelin Selected) 부문에는 109곳이 선정됐으며, 14곳이 신규로 추가됐다. 하노이에서는 Effect – Hung Yen Perch Soup(이펙트 – 훙옌 농어탕), Lamai Garden(라마이 가든), Chinh Thang Pho Rolls(찐 탕 포 꾸온), Pho Tien(포 티엔), Vien Dining(비엔 다이닝) 등 5곳이, 호찌민시에서는 Mrs. Co Loc Coc(코 록 콕 부인), Hoi An Sense(호이안 센스), Nephele(네펠레), Okra FoodBar(오크라 푸드바), ST25 by KOTO(ST25 바이 코토), The Albion by Kirk Westaway(알비온 바이 커크 웨스타웨이) 등 6곳이, 다낭에서는 Rolling Kitchen(롤링 키친), Bun Rieu Cua 39(분 리우 크랩 39), Moc(목) 등 3곳이 새로 인정받았다.
이번에 새롭게 1스타를 획득한 곳은 호찌민시(Ho Chi Minh City)의 **CieL(씨엘)**과 Coco Dining(코코 다이닝) 2곳이다. CieL은 처음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을 올리자마자 바로 별을 받는 이례적 성과를 거뒀다. Coco Dining은 작년 미슐랭 셀렉티드에서 한 단계 승격했다.
기존 1스타를 유지한 곳은 **하노이(Hanoi)**의 Gia(지아), Hibana by Koki(히바나 바이 코키), Tam Vi(탐 비), 호찌민시의 Long Trieu(롱 트리우), Anan Saigon(아난 사이공), Akuna(아쿠나), 다낭의 La Maison 1888(라 메종 1888) 등 7곳이다.

– – 신규 1스타 레스토랑 집중 분석 – –

CieL: 혁신적 요리로 단숨에 스타 획득

호찌민시 투득(Thu Duc)시 타오디엔(Thao Dien) 에 위치한 CieL은 이번에 가장 큰 화제가 된 레스토랑이다. 처음 미슐랭 가이드에 등장하자마자 바로 1스타를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미슐랭 가이드는 CieL에 대해 “마치 친구 집에서 식사하는 것 같은 친밀한 분위기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1층 다이닝 공간에서는 울창한 열대 정원을 배경으로 한 오픈 키친을 감상하며 식사할 수 있고, 2층은 북유럽풍의 우아함이 물씬 풍긴다. CieL의 요리는 프랑스 요리 기법과 베트남 요리 정신의 절묘한 결합이 특징이다. 가장 특별한 메뉴 중 하나는 르 비엣 홍(Le Viet Hong) 셰프가 추천하는 홍콩식 어교(fish maw) 요리다.

Coco Dining: 전통과 현대의 만남

호찌민시 3군에 위치한 Coco Dining은 세련된 바, 프라이빗 파티 서비스, 오픈 키친이 있는 다이닝룸으로 구성된 럭셔리한 공간이다. 보 탄 부옹(Vo Thanh Vuong) 셰프는 전통 베트남 레시피와 첨단 가공 기술, 자연 발효법을 결합한 현대적 메뉴를 선보인다. 테이스팅 메뉴는 5가지 서로 다른 요리 철학을 바탕으로 한 12개 요리로 구성되며, 각 요리는 복합적인 맛과 세심한 플레이팅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인접한 CoCo Grill은 보다 편안한 스타일의 오픈 키친으로, 가벼운 모임에 적합한 개별 요리도 주문할 수 있다.

– – 기존 1스타 레스토랑들의 지속적 성장 – –

Gia: 베트남 전통의 정수


하노이 반미에우(Van Mieu) 거리, 문묘 맞은편에 위치한 Gia는 2023년 베트남 최초 미슐랭 1스타 4곳 중 하나다. 2층 건물에 14개 테이블을 비교적 여유 있게 배치해 프라이버시와 집중도를 보장한다.현재 ‘보름달(Full Moon)’ 메뉴를 선보이고 있는 Gia는 북부 가을 시즌을 기념하는 동시에 미슐랭 스타 획득 후 첫 ‘보름달’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았다. 테이스팅 메뉴는 1인당 120만 동(약 5만원)으로, 롤롯 잎을 곁들인 소고기 타르타르, 철갑상어 캐비어를 얹은 돌고기 간 등 10여 개 요리로 구성된다. 샘 짠(Sam Tran) 셰프와 동료들은 메뉴 개발을 위해 2주간 서부 지역을 탐방했지만, 결국 ‘보름달’ 메뉴에는 서부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았다. 레스토랑 관계자는 “창작 과정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향후 메뉴에는 서부 식재료 활용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슐랭 스타 획득 후 Gia는 11월 초까지 예약이 모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La Maison 1888: 다낭 최초의 미슐랭 스타


다낭의 La Maison 1888은 손짜(Son Tra) 반도 인터컨티넨탈 다낭 선 페닌슐라 리조트 내에 위치한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12년 전 문을 연 이 레스토랑은 미국의 ‘건축 마법사’ **빌 벤슬리(Bill Bensley)**가 설계했다. 원시림의 푸른 녹음 속에 자리한 이 레스토랑은 인도차이나 스타일의 고풍스러운 프랑스 저택을 연상시킨다. 계절 메뉴로 운영되며, 프랑스 요리와 현지 식재료, 손짜 해역의 신선한 해산물을 결합한다. 추천 메뉴로는 홋카이도식 구이 가리비와 이탈리아 칸넬로니 면으로 감싼 베트남 달팽이 요리가 있다.

Anan Saigon: 스트리트 푸드의 파인 다이닝 변신


호찌민시 1군에 위치한 Anan Saigon의 피터 쿠옹 프랭클린(Peter Cuong Franklin) 셰프는 홍콩, 시카고, 방콕의 국제적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은 후 베트남으로 돌아와 시장 한복판에 레스토랑을 열었다. 그는 현대적 요리 기법과 전통 길거리 음식 레시피를 결합해 익숙하면서도 낯선 맛을 창조한다. 푸아그라 스프링롤, 하노이 어묵, 와규 소고기를 넣은 미니 바게트 등 각 요리는 맛과 식감의 완벽한 균형을 추구한다. 미슐랭 전문가들은 “각 접시의 음식이 단순한 미각 경험을 넘어 현대적 렌즈를 통해 본 베트남 요리 정수의 축제”라고 평가했다.

– – 지속가능성 인정하는 그린스타도 수상 – –

특히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점은 미슐랭 그린스타(Michelin Green Star) 수상이다. 환경 친화적 운영과 지속가능성을 인정받는 이 상을 하노이의 **Lamai Garden(라마이 가든)**이 새롭게 받았다. 기존 수상업체와 함께 베트남에는 총 2곳의 그린스타 레스토랑이 있게 됐다. Lamai Garden은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 철학을 바탕으로 계절 채식 메뉴를 제공하며, 자연 친화적 경험을 선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음식 서비스 업계의 환경 보호 의식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됐다.

젊은 셰프들의 약진

개별 상 부문에서도 베트남 셰프들의 실력이 빛났다. 올해의 젊은 셰프상은 CieL의 르 비엣 홍(Le Viet Hong·33) 셰프가 수상했다. 1992년생인 그는 14년간의 요리 경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국제 호텔에서 시작해 수석 셰프인 누나로부터 배우고, The Monkey Gallery를 공동 창립했으며, 프랑스 페랑디(Ferrandi) 요리 학교에서 수학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CieL을 탄생시켰다. 소믈리에상은 호찌민시 Nephele(네펠레)의 **폴 보(Paul Vo)**가 수상했다. 총괄 매니저이자 소믈리에인 그는 한정판 와인을 엄선한 독특한 와인 메뉴로 고객들에게 세련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비스상은 호찌민시 투득시 Man Moi의 **냐 후인(Nha Huynh)**이 수상했다. 전문적이고 친근하며 헌신적인 서비스로 세심하고 따뜻한 배려를 통해 요리 경험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다.

“베트남 요리의 국제적 위상 높아져”


그웬달 풀레넥(Gwendal Poullennec) 미슐랭 가이드 국제 디렉터는 “올해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수가 증가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많은 셰프들이 현대적 요리 기법과 전통을 결합해 고향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어린 시절의 맛을 재발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평가단에게 베트남의 새로운 식당 발굴 여정은 첫날처럼 여전히 흥미진진하다”며 “전국 재능 있는 셰프들의 헌신, 창의성, 완벽함을 향한 열망에 지속적으로 영감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 몇 년간 더 많은 ‘보석’을 발견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길거리 음식점, 가족 경영 식당, 오랜 전통을 가진 식당들도 여전히 독창성과 열정으로 요리 전통을 보존하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선 그룹(Sun Group)의 응우옌 부 퀸 안(Nguyen Vu Quynh Anh) 부사장은 “이번 행사는 요리의 정수를 기릴 뿐만 아니라 문화적 가치와 창의성에 강한 영감을 준다”며 “베트남은 요리의 정수가 부족하지 않지만, 이러한 가치를 세계에 알리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비전과 체계적 방법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여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요리계의 새로운 전환점


이번 미슐랭 가이드 발표는 베트남 요리계가 단순한 ‘에스닉 푸드’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는 고급 요리로 도약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특히 젊은 셰프들이 전통 베트남 요리의 정수를 현대적 기법으로 재해석하면서 새로운 미식 문화를 창조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하노이, 호찌민시, 다낭 3개 도시에서 각각 다른 색깔의 요리 철학이 꽃피우고 있는 것도 의미가 크다. 북부의 전통 깊은 요리, 남부의 글로벌한 감각, 중부의 지역성과 국제성의 조화는 베트남 요리가 얼마나 다층적이고 풍부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무엇보다 길거리 음식부터 파인 다이닝까지 모든 영역에서 골고루 인정받고 있다는 점은 베트남 요리 생태계의 건강함을 보여준다. 빅 구르망에 선정된 포 가게들과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공존하는 모습은 베트남 요리의 ‘저변 확대’와 ‘품질 향상’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슐랭 가이드는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베트남은 2023년 처음 포함된 이후 3년 연속 선정 업체 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베트남 요리가 일시적 유행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갖춘 진정한 글로벌 요리로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다.

미슐랭 가이드는 1900년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슐랭이 자동차 운전자들을 위해 주유소, 정비소, 호텔, 레스토랑 정보를 담은 여행 가이드북으로 시작했다. 타이어 판매 촉진이 원래 목적이었지만, 1926년 별점 시스템을 도입한 후 점차 레스토랑 평가에 특화되어 현재는 세계 최고 권위의 요리 평가서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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