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발생종부터 인공교배종까지… 독특한 외모와 성격으로 주목
반려동물 시장이 확산되면서 다양한 고양이 품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페르시안(Persian)이나 러시안 블루(Russian Blue), 먼치킨(Munchkin) 등 잘 알려진 품종 외에도 세상에는 극히 희귀하고 독특한 고양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털이 없거나 다리가 짧은 특이한 외모부터 늑대를 닮은 야성적 품종까지, 국내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희귀 고양이 품종들을 소개한다.
1. 라팜(LaPerm) – 천연 파마를 한 듯한 곱슬털 고양이
미국에서 자연 돌연변이로 발견된 라팜은 온몸이 곱슬곱슬한 털로 뒤덮인 독특한 외모를 자랑한다. 1997년 국제고양이애호가협회(CFA)로부터 정식 품종으로 인정받았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새끼 때는 털이 없이 태어나다가 성장하면서 점차 곱슬털이 자라난다는 것이다. 외견상 털이 뻣뻣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양털처럼 부드럽고 잘 엉키지 않는 특성이 있어 관리가 쉽다. 성격은 다정하고 친근한 편으로, 주인과의 유대감이 강하며 다른 애완동물과도 잘 어울린다.
2. 피터볼드(Peterbald) – 러시아의 ‘무모 고양이’
1994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발된 피터볼드는 털이 거의 없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돈스코이(Donskoy)와 오리엔탈 쇼트헤어(Oriental Shorthair)를 교배해 만든 인공 품종으로, 삼각형 머리와 큰 귀, 아몬드 모양의 눈을 가지고 있다.
피터볼드는 5가지 털 타입으로 나뉜다. 완전 무모형, 솜털형, 벨벳형, 브러시형, 직모형이 그것이다. 털이 있는 개체도 성장하면서 털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 체온이 사람보다 높아 안고 있으면 천연 핫팩 역할을 한다는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 성격은 영리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매우 다정해서 ‘개냥이’ 성향을 보인다.
3. 라이코이(Lykoi) – ‘늑대인간 고양이’의 별명
그리스어로 ‘늑대’를 뜻하는 라이코이는 얼굴 부위에 털이 적고 몸의 털이 듬성듬성하게 나있어 마치 늑대인간을 연상시킨다. 2011년 미국 테네시주의 수의사 조니 고블(Johnny Gobble) 부부가 발견한 품종이다.
라이코이의 독특한 외모는 털 follicle 부족에 의한 것으로, 이는 유전적 돌연변이의 결과다. 언뜻 피부병처럼 보이지만 이는 라이코이 고유의 특징이다. 계절에 따라 털의 양이 변화하며, 스트레스를 받으면 털이 더 빠지기도 한다. 외모는 야성적이지만 성격은 집사에게 애정이 많고 충성심이 높아 **’늑대의 외모, 개의 성격’**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4. 민스킨(Minskin) – 스핑크스와 먼치킨의 만남
2000년 미국 보스턴의 브리더 폴 맥소를리(Paul McSorley)가 개발한 민스킨은 스핑크스(Sphynx)와 먼치킨의 교배종이다. 털이 없으면서 동시에 다리가 짧은 독특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민스킨’이라는 이름은 **’미니어처(miniature)’와 ‘스킨(skin)’**을 합친 것으로, 작은 크기의 무모 고양이라는 의미다. 다리, 꼬리, 귀 끝에만 약간의 털이 있고 나머지 부분은 매끄럽다. 체중은 보통 1.8~2.7kg으로 매우 작으며, 호기심이 많고 사교적인 성격을 보인다. 단, 체온 조절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5. 버밀라(Burmilla) – 우연히 탄생한 ‘로맨스 품종’
1981년 영국에서 페르시안 친칠라(Persian Chinchilla) ‘제미마’와 라일락 버미즈(Lilac Burmese) ‘산퀴스트’가 우연히 만나 탄생한 품종이다. 바로네스 미란다 폰 키르흐베르크(Baroness Miranda von Kirchberg)의 저택에서 일어난 이 **’운명적 만남’**은 고양이 육종사에 큰 화제가 되었다.
버밀라는 은색 털끝을 가진 아름다운 코트가 특징이며, 조상 품종들의 장점만을 골라 받았다. 페르시안의 우아함과 버미즈의 친근함을 동시에 갖춘 이상적인 반려묘로 평가받는다. 초록색 눈과 검은 아이라인이 매력 포인트다.
6. 소코케(Sokoke) – 케냐 출신 자연발생종
케냐 동부 아라부코-소코케(Arabuko-Sokoke) 숲에서 발견된 이 품종은 아프리카 대륙 유일의 공인 고양이 품종이다. 1978년 영국인 젠니 슬레이터(Jeni Slater)가 현지에서 발견해 덴마크로 가져가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소코케는 나무껍질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태비(줄무늬) 패턴을 가지고 있어 ‘아프리칸 쇼트헤어(African Shorthair)’라고도 불린다. 뒷다리가 앞다리보다 길어 달리는 모습이 치타를 연상시킨다. 성격은 활발하고 지능이 높으며, 물을 좋아하는 특이한 습성이 있다. 전 세계 개체 수가 100마리 내외로 극히 희귀하다.
7. 오호스 아즐레스(Ojos Azules) – 신비로운 푸른 눈
1984년 미국 뉴멕시코에서 발견된 오호스 아즐레스는 스페인어로 ‘푸른 눈’이라는 뜻이다. 어떤 털색이든 상관없이 파란 눈을 갖는 매우 특이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파란 눈은 흰 털이나 포인트 패턴에서만 나타나는데, 오호스 아즐레스는 검정, 갈색, 삼색 등 모든 털색에서 파란 눈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유전자는 심각한 건강 문제를 동반할 수 있어 번식이 매우 제한적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마리 내외만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8. 쿠릴리안 밥테일(Kurilian Bobtail) – 동그란 꼬리의 사냥꾼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쿠릴 제도에서 자연발생한 이 품종은 동그란 꼬리 모양이 특징이다. 각 개체마다 꼬리 모양이 달라 **’꼬리 지문’**이라고 불릴 정도다.
쿠릴리안 밥테일은 뛰어난 사냥 능력으로 유명하다. 물에서 연어를 잡는 것은 물론, 곰까지 쫓아낼 정도로 용맹하다고 전해진다. 러시아에서는 **’살아있는 보물’**로 여겨져 해외 반출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성격은 독립적이면서도 가족에게는 매우 충성스럽다.
9. 세렝게티(Serengeti) – 아프리카 야생묘 닮은 품종
1994년 캘리포니아의 브리더 카렌 사우스만(Karen Sausman)이 벵갈(Bengal)과 오리엔탈 숏헤어를 교배해 만든 품종이다. 아프리카 서발(Serval) 고양이를 닮은 외모를 목표로 개발되었다.
세렝게티는 긴 다리와 큰 귀, 표범무늬가 특징이며, 야생 고양이의 외모를 가졌지만 성격은 온순하다. 점프력이 뛰어나 2미터 높이까지 뛸 수 있다. 기민하고 발랄한 성격으로 점점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매우 희귀하다.
10. 코니시 렉스(Cornish Rex) – 영국의 곱슬털 품종
1950년 영국 콘월(Cornwall)에서 발견된 코니시 렉스는 매우 짧고 곱슬거리는 털이 특징이다. 일반 고양이의 3층 털 구조 중 언더코트만 가지고 있어 독특한 질감을 보인다.
가늘고 근육질인 몸과 큰 귀, 아치형 등이 특징이며, 그레이하운드를 닮은 체형을 가지고 있다. 털이 얇고 짧아 추위에 약해 실내에서 키워야 한다. 매우 활발하고 장난기 많은 성격으로 **’고양이계의 원숭이’**라는 별명이 있다.
희귀종 입양 시 주의사항
건강 관리의 특수성
희귀 품종은 일반 고양이와 다른 특별한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털이 없는 품종(스핑크스, 피터볼드, 민스킨)의 경우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겨울에는 옷을 입히고 여름에는 자외선 차단에 신경써야 한다. 또한 피부가 예민해 전용 로션이나 선크림 사용이 필수다.
곱슬털 품종(라팜, 코니시 렉스)은 특수한 그루밍이 필요하며, 일반 브러시 대신 부드러운 장갑이나 수건으로 관리해야 한다.
사육 환경의 특수성
많은 희귀 품종들이 특정 온도와 습도를 요구한다. 털이 없는 품종은 18-24℃의 일정한 온도 유지가 필요하며, 자연발생종인 소코케나 쿠릴리안 밥테일은 넓은 활동공간이 필수다. 아울러 희귀 품종은 분양가격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특수한 사료나 용품, 전문 수의사 진료비 등으로 인한 지속적인 고비용이 발생한다. 일반 고양이 대비 3-5배의 관리비용을 각오해야 한다. 또한 희귀 품종은 각각 고유한 특성과 주의사항이 있어 일반적인 고양이 사육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해당 품종 전문 브리더나 수의사와의 지속적인 상담이 필요하며, 관련 해외 자료 습득 능력도 요구된다.
유전적 질환 위험
희귀 품종 대부분이 근친교배로 인한 유전적 결함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오호스 아즐레스의 파란 눈 유전자는 청각장애나 뇌 기형을 동반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라이코이는 털 이상으로 인한 피부 문제가, 민스킨은 척추 질환 위험이 높다. 입양 전 유전자 검사와 정밀 건강검진은 필수다.
전문가 조언
한국고양이수의사회 관계자는 “희귀 품종은 아름답고 독특하지만 일반인이 키우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며 “충분한 사전 준비와 경제적 여력 없이는 고양이와 사람 모두 불행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품종보다는 집사를 기다리는 유기묘들에게 먼저 관심을 가져달라”며 “입양을 통한 반려동물 문화 확산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