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이란에 전자기파 및 신호 정보를 포함한 전자정보(ELINT)를 제공해 중동 내 미군 기지에 대한 정밀 타격과 방어 능력을 동시에 향상하도록 돕고 있다는 미국 및 유럽 당국자들의 분석이 나왔다.
미국 NBC 방송은 31일(현지시간)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전달한 전자정보가 이란군으로 하여금 중동 내 미군 전력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표적 데이터베이스를 수정·보완하며, 공격 후 피해 규모를 평가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이 정보는 이란이 자국을 향한 공습을 조기에 감지하고 전파 방해(잼밍) 시스템을 가동하는 등 방어망을 작동하는 데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러시아가 고해상도 위성 사진을 이란에 공유한다는 정황은 제기된 바 있으나, 레이더 및 무선 주파수 등 전자정보 제공 가능성이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방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위성 정찰 능력과 전자정보가 결합하면서 이란의 원거리 타격 및 방어 역량이 대폭 강화됐으며, 이것이 반년 가까이 이어진 충돌 속에서도 이란이 예상보다 강력하게 저항할 수 있었던 주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제임스 램슨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은 이란이 장거리 공격 작전에서 러시아의 기술과 작전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란의 공격으로 수십 년간 미국과 걸프 협력국들이 구축해 온 중동 방공망 체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AD)의 AN/TPY-2 레이더와 11억 달러(약 1조 5,000억 원) 규모의 AN/FPS-132 조기경보 레이더, AN/FPS-117 레이더 및 패트리어트 포대, 통신 센터 등이 쿠웨이트와 바레인 등지에서 파괴되거나 크게 손상됐다. 지난 7월 17일에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2발이 요르단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를 타격해 미군 3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이란과의 충돌로 사망한 미군 숫자는 최소 18명에 달하며, 미군이 입은 시설 및 장비 피해 규모는 100억~300억 달러 상당으로 추정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이란에 무기를 판매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을 신뢰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서방 정보당국과 전문가들은 러시아와 이란 간의 밀착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