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중앙은행(SBV)이 예대율(LDR) 산정 방식을 전격 개정해 국고국(KBNN) 정기예금의 20%를 예금 총액(분모)에 다시 산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시중 유동성 압박을 받던 대형 국공립 은행들을 중심으로 수십조 동에 달하는 추가 대출 여력이 확보될 전망이다.
16일 베트남 중앙은행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당국은 전날인 15일 은행 및 외국계 은행 지점의 건전성 비율과 안전 한도를 규정한 기존 시행령을 일부 개정하는 새로운 시행령(Thông tư 08/2026/TT-NHNN)을 공포하고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대출 재원 확대를 조율하기 위해 예대율(LDR) 공식 내 국고국 예금 반영 비율을 조정한 점이다.
새 규정에 따르면 은행의 LDR 분모인 총예금액을 산정할 때 자금 세탁 방지용 보증금, 고객의 특수목적 자금 예금, 국고국의 수시입출금식(요구불) 예금, 그리고 국고국 정기예금의 80%는 기존처럼 제외된다. 그러나 이는 역으로 국고국 정기예금 잔액의 20%를 예대율 산정 시 예금 자산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의미다.
이는 당초 전개되던 규제 강화 로드맵을 전격 수정한 조치다. 이전 규정에 따르면 국고국 정기예금의 LDR 제외 비율은 2023년 50%, 2024년 60%, 2025년 80%로 순차적으로 높아진 데 이어, 2026년 1월 1일부터는 100% 전액 제외될 예정이었다. 즉, 올해 초부터 국고국 자금은 은행의 대출 여력 산정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으나, 이번 조치로 다시 일부가 구제됐다.
올 1분기 재무제표 기준 베트남의 3대 국공립 상업은행인 비엣콤은행(Vietcombank), BIDV, 비엣띤은행(VietinBank)에 예치된 국고국 자금 규모는 총 563조 360억 동으로 지난해 말보다 39%가량 급증했다.
은행별로 보면 비엣콤은행의 국고국 예치금은 189조 1,590억 동에 달하며, 이 중 정기예금 규모는 185조 2,500억 동에 육박한다. 이번 새 시행령에 따라 정기예금의 20%인 약 37조 동이 LDR 분모에 새로 가산된다. BIDV 역시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을 제외한 정기예금 잔액이 약 185조 2,500억 동 수준으로, 비엣콤은행과 마찬가지로 약 37조 동이 예금 자산으로 추가 인정받게 된다. 비엣띤은행의 국고국 잔액은 약 185조 2,500억 동이나 구체적인 세부 기한 구조는 자사 공시 후 최종 반영될 예정이다.
베트남 시중은행의 LDR 상한선 규제가 85%임을 감안할 때, 예금 분모가 37조 동씩 늘어난 비엣콤은행과 BIDV는 이론적으로 각각 약 31조 5,000억 동(약 1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신용 대출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중앙은행은 이번 규제 완화 배경에 대해 지난 3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 내 국고국 예치금 626조 7,160억 동 중 99.59%인 624조 1,670억 동이 국공립 은행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올 초 이들 국공립 은행의 예대율이 비엣띤은행 83.48%, BIDV 82.94%, 비엣콤은행 84.54%, 아그리은행 83.28% 등으로 법정 상한선인 85% 턱밑까지 차올라 전반적인 신용 경색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중앙은행 관계자는 “국고국 예금은 만기가 최장 3개월로 짧고 정부 지출 수요에 따라 변동성이 큰 단기 자금이라는 특성이 있지만, 바젤Ⅲ 등 국제 기준(NSFR)에서도 정부 및 공공기관 예금의 일부를 안정적 조달 자금으로 인정하는 점을 고려했다”라며 “이번 조치를 통해 잠겨 있던 국고 자금을 시중의 긴급한 자금 수요처로 환원하고, 금융 시장의 자금줄을 안정시키는 유화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