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액 자산가층의 급격한 증가, 인프라 확충,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고급 주거 공급 확대로 베트남 호찌민시가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브랜디드 레지던스(Branded Residences·최고급 호텔 브랜드 주거 시설)’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17일 부동산 컨설팅 기관 새빌스(Savills)와 현지 업계에 따르면, 마우로 가스파로티 새빌스 호텔 동남아시아 지역 총괄이사는 최근 열린 부동산 포럼에서 베트남이 아시아 전역에서 브랜디드 레지던스 성장세가 가장 강한 시장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새빌스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34개 글로벌 브랜드와 연계된 5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보유해 글로벌 브랜디드 레지던스 규모 면에서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C9 호텔웍스의 데이터에서도 베트남은 아시아 지역에서 개발 중인 전체 브랜디드 레지던스 공급량의 41%를 차지하며 아시아 최고 비중을 기록했다.
가스파로티 총괄이사는 호찌민시가 과거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가 낮고 관광 인프라가 미비했던 신흥 시장에서 벗어나, 최근 4~5년 사이 인프라 고도화와 글로벌 호텔·유통 브랜드의 대거 진입에 힘입어 새로운 금융, 관광,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의 중심지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호텔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글로리아 찬 아시아·태평양 부사장 역시 호찌민시가 단순한 신흥 시장을 넘어 금융, 무역, 관광이 결합한 ‘글로벌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베트남 내 포트폴리오는 2022년 15개에서 2026년 현재 32개로 두 배 이상 전격 급증했으며, 이는 아시아 지역에서도 보기 드문 확장 속도다.
베트남의 자수성가형 부유층이 급증한 점도 시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동력이다.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가 발간한 ‘2026 자산 보고서(The Wealth Report 2026)’에 따르면 순자산 3,000만 달러 이상의 베트남 초고액 자산가(UHNWI) 수는 향후 5년간 59% 증가할 것으로 관측돼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하이엔드 주거 수요는 싱가포르, 방콕, 두바이 등 전통적인 부호 시장 수준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다.
그러나 호찌민시가 완벽한 글로벌 하이엔드 도시로 자리 잡기 위해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현재 호찌민 시장이 ‘수요 대비 공급 부족’ 상태라고 진단했다. 대다수 고급 주거 프로젝트가 화려한 외관과 좋은 입지를 내세우고 있으나, 글로벌 표준이 요구하는 프라이버시, 전문적인 운영 관리, 독점적 서비스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베트남의 브랜디드 레지던스 공급은 여전히 리조트 등 휴양지에 편중되어 있으며, 호찌민 시내에서 글로벌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메리어트·JW 메리어트 브랜드와 연계된 ‘그랜드 마리나 사이공’, 엘리 사압 브랜드의 ‘더 리버스’, 그리고 최근 리츠칼튼 브랜드가 결합한 ‘원 센트럴 사이공’ 내 ‘더 리츠칼튼 레지던스’ 등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이들이 전체 호찌민 주택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에 불과하다.
마스터라이즈 그룹(Masterise Group)의 넬리 프엉 따 호텔 부문 총괄이사는 글로벌 경험이 풍부하고 유산 상속 등으로 형성된 젊은 초고액 자산가 가문(뉴 리치)들의 안목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들은 세밀하고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와 웰니스 시스템을 요구하기 때문에, 개발사들의 정밀한 글로벌 운영 역량과 투명성이 시장 경쟁력의 핵심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호찌민시가 진정한 슈퍼 리치들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녹지 공간 확보, 도보 인프라 개선 등 전반적인 도시 환경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