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주인이 비운 집에 무단 침입해 살던 외국인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일정 기간 남의 땅이나 건물을 점유하면 소유권을 넘겨주는 ‘역점유(Adverse Possession)’ 법률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17일 미국 법조계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유명 스포츠 기자 댄 르 바타드(Dan Le Batard)는 지난 3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쇼어스에 있는 가족 소유의 단독주택에 신원 미상의 남성이 무단 거주하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콜롬비아 출신의 불법 이민자인 디에고 알레한드로 에스코바르 오르테가(36)를 적발했다. 오르테가는 창문을 통해 몰래 집을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플로리다주 법에 따라 자신이 이 집의 합법적 소유권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당당히 주장해 충격을 안겼다.
바타드 부부가 건축한 이 주택은 가끔 단기 임대(에어비앤비 등)로만 활용되어 평소 사람이 상주하지 않았는데, 오르테가가 이 점을 노려 은밀히 가택을 점유한 뒤 소유권 탈취를 시도한 것이다. 이 사건은 플로리다 주민들 사이에서 “집을 비워두면 낯선 사람에게 합법적으로 집을 빼앗길 수 있다”는 오래된 공포를 자극했다.
실제로 플로리다주에는 19세기부터 내려온 역사적 법리인 ‘역점유’ 제도가 존재한다. 이는 주인이 방치한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사회적 낭비를 막는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법이다. 타인 명의의 부동산이라도 법이 정한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 7년간 연속해서 점유하고 관리할 경우, 법원에 소유권 확정 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에 따라 임대용 주택, 별장, 방치된 공가 등이 이른바 ‘스콰터(Squatter·무단 점유자)’들의 주된 타깃이 되어 왔다.
그러나 법조계 전문가들은 단순히 남의 집에 오래 버티고 산다고 해서 소유권을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합법적인 역점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필수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우선 점유 행위가 실제 소유주의 허락 없이 이루어진 ‘적대적 점유’여야 하며, 7년 동안 단 한 번의 중단도 없이 연속적으로 관리·통제되어야 한다. 또한 주변 이웃이나 원소유주가 명백히 인지할 수 있도록 숨어 살지 않고 ‘공공연하게’ 거주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오르테가 같은 단순 무단 침입자들은 역점유 지위를 얻지 못하고 주거침입 혐의로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오르테가 역시 중범죄 가택침입 혐의로 기소됐으며, 7,500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나서야 조건부 석방됐다. 사실 역점유 법률이 실제로 인용되는 경우는 문서상 오류가 있는 권리 분쟁이 대부분이다. 유언장이나 토지대장의 면적·경계선 표시 오류, 위조되지 않은 서류상 결함 등으로 인해 스스로가 합법적 소유자라고 굳게 믿고 7년간 세금을 내며 공공연히 거주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소유권이 보정(인정)된다. 만약 정상적인 서류가 없는 무단 점유자라면 본인 명의로 해당 카운티 자산평가국에 자진 신고를 하고 7년 동안 해당 부동산에 부과된 모든 토지세와 공과금을 대납했다는 증명을 제출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무단 점유자들의 법리 악용과 버티기 영업은 집주인들에게 막대한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안겨왔다. 지난 2023년 잭슨빌의 건물주 패티 피플스(Patti Peeples)는 투자 목적으로 매입한 주택에 두 명의 여성이 무단 침입해 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수리를 위해 현장을 찾은 인부들이 테라스에 방치된 개들을 보고서야 알아차린 것이다.
피플스는 즉각 퇴거를 요구했으나 이들은 사기꾼에게 보증금을 내고 정당하게 임대차 계약을 맺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버텼다. 미국 법률상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무단 점유자라 할지라도 해당 공간에 대한 ‘사생활 보호권’이 임시 인정되기 때문에, 집주인이 임의로 자물쇠를 바꾸거나 집기를 밖으로 들어내면 도리어 불법 퇴거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결국 피플스는 34일간 자기 집에 발도 들이지 못한 채 변호사 비용으로만 5,000달러 이상을 썼고, 이들이 떠난 후 난장판이 된 집을 수리하는 데 수만 달러를 추가로 탕진해야 했다.
이처럼 세입자를 사칭한 알박기식 무단 점유가 사회적 골칫거리로 부상하자 플로리다주 정부는 전격적인 법 개정에 나섰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지난 2024년 무단 점유자의 임시 사생활 권리를 전면 폐지하는 법안(HB 621)에 전격 서명했다. 이 법에 따라 집주인은 지리한 민사 소송을 거치지 않고 경찰에 신고하는 즉시 무단 점유자를 가택에서 전격 축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고의로 타인의 주택을 불법 점유하거나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허위 세금 서류 등을 제출하는 행위는 강력한 형사 처벌을 받는 중범죄로 규정되어 처벌 수위가 전격 강화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