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판은 없습니다”… 하노이의 기묘한 식당 ‘벤(Ben)’, 손님들이 ‘믿음’으로 식사하는 이유

“메뉴판은 없습니다”… 하노이의 기묘한 식당 ‘벤(Ben)’, 손님들이 ‘믿음’으로 식사하는 이유

출처: VnExpress Travel
날짜: 2026. 4. 21.

하노이 동다(Dong Da)구 응우옌히꽝(Nguyen Hy Quang) 거리의 패션 상점들 사이, 별다른 광고도 없이 입소문만으로 미식가들을 불러모으는 기묘한 식당이 있다. 이곳에는 메뉴판이 없다. 손님들은 음식이 상에 오르기 전까지 자신이 무엇을 먹게 될지 전혀 모른 채, 오로지 주인장과 요리사에 대한 ‘믿음’만으로 자리에 앉는다.

21일 현지 미식업계에 따르면, 식당 ‘벤(Ben)’은 매일 아침 도착하는 식재료에 따라 메뉴를 결정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식당 주인인 푸엉 응우옌(Phuong Nguyen) 씨는 북부 산악지대에서 수년간 거주했던 경험을 살려, 고원지대의 자연산 식재료를 제철에 맞춰 선보인다. 요리사에게 매일 아침은 마치 ‘랜덤 박스’를 여는 것과 같다. 그날 들어온 가장 신선한 재료가 곧 그날의 메뉴가 된다.

약 80㎡ 규모의 아늑한 공간에 4개의 테이블(총 28석)만을 갖춘 이 식당은 2013년 노점 형태로 시작했다. 팬데믹으로 2년간 휴업한 뒤 2023년 현재의 레스토랑 모델로 재오픈했다. 푸엉 씨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식재료의 품질에 집중해 미식의 기준을 높이고 싶었다”고 경영 철학을 밝혔다.

이곳의 식사는 전채 요리, 메인 요리, 디저트 순으로 제공된다. 2인 손님에게는 7가지 요리가, 단체 손님에게는 8~10가지 요리가 차려진다. 1인당 400~500g 정도의 적정량을 계산해 채소, 고기, 생선, 탄수화물을 골고루 배분함으로써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한다. 푸엉 씨는 단골손님의 취향과 이전에 먹었던 음식을 기억해 메뉴가 겹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한다.

방문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구글 리뷰 평점은 4.9점에 달하며, “주인장의 환대 덕분에 마치 지인의 집에 초대받아 대접받는 기분”, “무엇이 나올지 기다리는 호기심과 설렘이 매력적”이라는 호평이 주를 이룬다. 식당 내부에 걸린 ‘게(Kệ, 개의치 말라)’라는 글귀처럼, 메뉴를 고민하지 않고 주는 대로 즐기는 경험 자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하지만 모든 이가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이달 초 이곳을 찾은 하 트랑(Ha Trang) 씨는 “음식은 입에 맞았지만, 시장 평균에 비해 가격이 다소 높고 메뉴의 독창성이 기대만큼은 아니었다”며 재방문을 고민하기도 했다. 미리 메뉴를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점도 주인장이 인정하는 한계다.

사업 초기에는 경영난도 적지 않았다. 모델 전환 후 19개월 동안 월 5,000만~8,000만 동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푸엉 씨는 “낙심할 때도 있었지만 신선함과 정교함이라는 원칙을 지켰다”며 “최근 1년 사이 완만하게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벤은 향후 반조리 식품(밀키트) 판매를 통해 매출 규모를 현재의 두 배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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