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ment – What to watch? 이번달 무엇을 볼까?

이번 호부터 매달 볼 만한 극장 영화와 OTT 작품을 소개하는 엔터테인먼트 코너를 신설한다. 4월 극장가와 스트리밍 플랫폼에는 의외로 알찬 작품들이 줄을 잇는다. 특히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대작들이 잇따라 개봉하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퇴근 후 또는 주말, 어떤 작품으로 하루의 피로를 달랠지 고민이라면 이번 코너가 많은 도움이 되기를 기원한다.

12광년 너머에서 건져 올린 우정…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따뜻한 우주

태양이 죽어가고 지구가 빙하기로 접어드는 절체절명의 순간, 인류가 던질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무엇일까. 미식축구에서 경기 종료 직전 일말의 역전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거는 도박성 롱패스를 ‘헤일메리(Hail Mary)’라 부른다.
가톨릭 성모송(聖母誦)의 첫 구절에서 따온 이 단어는, 필 로드(Phil Lord)·크리스토퍼 밀러(Christopher Miller) 감독의 신작 ‘프로젝트 헤일메리(Project Hail Mary)’의 정체성을 그대로 압축한다. 앤디 위어(Andy Weir)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지난 3월 18일 한국에서 먼저 개봉했고, 베트남에서는 CGV와 롯데시네마(Lotte Cinema)에서 상영 중이다.

잠에서 깬 중학교 과학 교사, 12광년 밖에서 눈을 뜨다

영화는 기억을 잃은 채 낯선 우주선 안에서 깨어난 한 남자의 시점으로 시작된다. 라일랜드 그레이스(Ryland Grace·라이언 고슬링 분)는 동료 두 명이 이미 숨진 헤일메리 호 안에서 조각난 기억을 더듬는다. 자신은 평범한 중학교 과학 교사였고, 태양 에너지를 먹어 치우는 미지의 미생물 아스트로파지(Astrophage) 때문에 인류는 멸종의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으며, 유일하게 이 재앙의 영향을 받지 않은 타우 세티(Tau Ceti)로 보내진 마지막 사절단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지구로 신호를 보내도 회신까지 11년이 걸리는 절대 고립 상태. 이 막막한 설정 위에서 영화는 출발한다.
원작자 앤디 위어가 숨겨 둔 말장난도 곱씹을수록 묘미가 있다. 우주선의 이름은 ‘메리(Mary)’, 그 안에 갇힌 주인공의 이름은 ‘그레이스(Grace)’. 성모송의 ‘full of grace(은총이 가득한)’를 떠올리게 하는 이 작명은, 인류가 던지는 간절한 기도와 그 기도를 짊어진 한 인간의 고독을 동시에 품는다.

라이언 고슬링의 1인극, 좁은 우주선을 가득 채우다

영화의 8할은 좁은 선실에 갇힌 그레이스 한 사람의 어깨 위에 얹혀 있다. 죽음이 두려워 끝까지 우주행을 거부하다 떠밀려 온 평범한 인간이, 두려움과 자기혐오와 책임감 사이를 오가며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라이언 고슬링은 미세한 표정 하나, 호흡 하나로 길어 올린다. 필 로드 감독은 고슬링의 몰입을 위해 외계 생명체 로키(Rocky)를 CG가 아닌 실물 모형으로 제작했고, 그린스크린 대신 LED 스크린을 적극 활용했다. 고슬링이 한 인터뷰에서 커리어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고 토로한 이유가 짐작된다.
조연이지만 묵직한 무게감을 더하는 인물은 페트로바선 대책위원장 에바 스트라트(Eva Stratt)를 연기한 산드라 휠러(Sandra Hüller)다. 다수를 살리기 위해 소수의 윤리를 기꺼이 짓밟는 이 냉혈한 책임자는, 영화 속 한 파티 장면에서 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의 ‘Sign of the Times’를 직접 부른다.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없는 여행을 떠나는 자의 회한을 담은 이 노래는, 영화 전체의 정서적 정점을 짚어 낸다.

‘마션’과 닮았지만 다른, 생존이 아닌 삶의 이야기

원작자와 각본가 드류 고다드(Drew Goddard)가 동일한 만큼 전작 ‘마션(The Martian)’을 떠올리는 관객이 많다. 그러나 두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다른 방향을 향한다. ‘마션’의 마크 와트니가 지구라는 든든한 백그라운드를 등에 업은 무쇠 멘탈의 생존기였다면, ‘헤일메리’의 그레이스는 자기 이름조차 모르는 채로 깨어난 연약한 인간이다. 영화의 후반부, 그는 지구로 돌아가 수십억 인류를 살릴 것인가, 위기에 빠진 친구 로키 한 명을 구하러 갈 것인가의 기로에 선다. 그가 망설임 없이 뱃머리를 트는 순간, 이 영화가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살아 있다는 것은 거창한 임무가 아니라 지키고 싶은 누군가가 생겼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단순하고도 묵직한 메시지다.
156분이라는 긴 러닝타임과 여러 겹으로 늘어진 결말은 분명 호불호가 갈릴 지점이다. 그럼에도 그 긴 호흡이 있었기에 두 존재의 우정이 차곡차곡 쌓일 수 있었고, 마지막 선택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었다.
베트남 상영본은 영어 음성에 베트남어 자막으로 진행된다. 호찌민(Ho Chi Minh City) 시내 CGV와 롯데시네마에서 IMAX·4DX·ScreenX 등 특별관을 포함해 상영 중이며, 가능하다면 IMAX 관람을 권한다. 화면비가 1.43:1로 확장되는 우주 시퀀스의 압도감은 일반관에서는 좀처럼 체험하기 어렵다. 과학의 차가움을 우정이라는 온기로 녹여 낸, 올봄 가장 따뜻한 SF다.

달에서 화성으로, 그리고 그 너머로… ‘포 올 맨카인드’ 시즌 5의 담대한 도약

만약 1969년 7월, 성조기가 아닌 낫과 망치가 그려진 붉은 깃발이 먼저 달 표면에 꽂혔다면 인류의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애플 TV+(Apple TV+)의 대체역사 SF 시리즈 ‘포 올 맨카인드(For All Mankind)’는 2019년 첫 시즌 공개 이후 7년간 이 매혹적인 가정 위에서 한 시즌마다 10년씩 시간을 건너뛰며 인류의 또 다른 우주 시대를 그려 왔다.
지난 3월 27일 공개된 시즌 5는 2010년대를 배경으로, 단순한 전초 기지를 넘어 수천 명이 거주하는 하나의 사회로 성장한 화성 식민지 ‘행복의 골짜기(Happy Valley)’와 지구 사이의 균열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호찌민(Ho Chi Minh City)에 거주하는 한국인 시청자들도 애플 TV 앱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

골디락스 소행성 강탈극 그 후, 화성은 지구로부터 독립할 수 있을까

시즌 5의 시간대는 시즌 4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골디락스(Goldilocks)’ 소행성 탈취 사건으로부터 약 10년이 흐른 시점이다. 7만 톤짜리 이리듐 소행성을 손에 넣은 화성 식민지는 이를 영구적인 협상 카드로 삼아 지구로부터 자치권을 얻어내려 하지만, 미국·소련·영국·인도·일본 등이 결성한 마스 세븐(M-7) 조약기구는 화성에 대한 법과 질서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 간다. 시즌 첫 회 오프닝은 지난 10년간 이 대체 우주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빠르게 훑어 주는데, 대통령이 바뀌고 대중문화의 흐름이 달라지고 어떤 유명인이 살아남았는지를 짚어 주는 이 짧은 몽타주만으로도 시리즈 특유의 정교한 세계관 구축이 새삼 감탄스럽다.
이번 시즌의 핵심 갈등은 화성 독립을 꿈꾸는 억만장자 데브 아예사(Dev Ayesa·에디 가테지[Edi Gathegi] 분), 첩보의 그림자 속을 살아온 마고 매디슨(Margo Madison·렌 슈미트[Wrenn Schmidt] 분), 그리고 화성 보안 책임자 셀리아 보이드(Celia Boyd·미레유 에노스[Mireille Enos] 분)라는 세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에노스와 조엘 키나만(Joel Kinnaman)이 AMC ‘더 킬링(The Killing)’ 이후 다시 한 화면에 서는 풍경은 오랜 팬들에게 작은 선물 같다.

여든 살이 된 에드 볼드윈, 무대를 다음 세대에 넘기다

이 시리즈가 매 시즌 떠안아 온 가장 큰 모험은 화려한 우주선이나 비밀스러운 첩보전이 아니라, 한 시즌에 10년씩을 건너뛰며 캐릭터들을 가차 없이 늙게 만드는 시간의 흐름 그 자체였다. 시즌 1부터 이야기의 중심에 서 왔던 전직 우주비행사 에드 볼드윈(Ed Baldwin·조엘 키나만 분)은 이제 80대의 노인이 되었고, 시즌 5는 이 사실을 미화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인다. 한때 신참이었던 켈리 볼드윈(Kelly Baldwin)이나 알레이다 로살레스(Aleida Rosales)는 어느새 중년이 되어 과거 에드와 마고가 차지했던 자리를 떠맡는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우는 진짜 주인공은 시즌 3의 끝자락 화성 궤도에서 태어났던 알렉스 볼드윈(Alex Baldwin·션 카우프만[Sean Kaufman] 분)이다. 에드의 손자인 이 청년은 이번 시즌이 짊어진 가장 묵직한 짐을 어깨에 얹은 채 등장한다. 그리고 새로 합류한 릴리 데일(Lily Dale·루비 크루즈[Ruby Cruz] 분)과 에이버리 재럿(Avery Jarrett·이네스 아세르송[Ines Asserson] 분), 그리고 러시아 정치인 레오니드 폴리바노프(Leonid Polivanov·코스타 로닌[Costa Ronin] 분) 등이 이 새로운 세대의 풍경을 함께 채운다.

화성을 닮은 미국의 식민지 시대, 그리고 오늘의 우리

화성이 지구로부터 떨어져 나가려는 몸부림은 250년 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했던 북미 식민지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겹친다. 미국의 독립 250주년이라는 시점에 이 시즌이 공개된 것은 분명 의도된 우연이다. 흥미롭게도 이번 시즌은 ‘포 올 맨카인드’가 처음으로 시대극이라는 외피를 거의 벗어던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2010년대라는 시간대 자체가 우리의 현실과 이미 충분히 가까워진 탓에, 화면 속 인물들이 고민하는 인공지능, 난민 문제, 공권력의 폭력, 강대국들의 합종연횡 같은 주제들은 그대로 2026년 오늘의 뉴스 헤드라인이 되어도 어색하지 않다. SF의 외피를 두르고 있을 뿐, 이 작품은 결국 우리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를 묻고 있는 셈이다.
영상미와 연출의 완성도 또한 여전하다. 사라 보이드(Sarah Boyd), 미라 메논(Meera Menon), 실뱅 화이트(Sylvain White) 등 이전 시즌을 함께해 온 다섯 명의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았고, 화성 기지의 실내 복도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이 많아진 탓에 일부 스케일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그 자리를 인물들의 밀도 높은 드라마가 메운다. 새로운 우주선과 첨단 기술이 등장하는 한편, 잘 정비된 옛 기술이야말로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묵직한 메시지도 빼놓지 않는다. 이 시리즈가 단순히 기술 혁신이 아닌 끈기와 창의성에 관한 이야기였음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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